냉탕과 열탕을 오가다 보니 하루가 저물었다
둘째 날
아직 마카오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창문을 열였다. 창문 너머로 이국적인 풍경들이 펼쳐졌다.
에펠탑과 같은 것을 짓고 있는 듯했다. 아래로는 호텔 수영장도 보였다. 그렇다 여기는 고층 호텔로 장관을 이루는 마카오다.
조식
조식은 스케일부터 남달랐다. 워낙 대규모의 호텔이다보니 조식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것은 바베큐와 치즈다. 큼직했다. 맛은 보통이다.
한식도 구비돼 있었다. 대체적으로 먹을 만 했다. 무난하면서 종류가 많으니 배가 부르게 먹었다.
아이들의 천국
호텔 3층에서 푸드코트로 이어지는 곳으로 나오면 거대한 장난감 가게가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롯메마트 토이저러스 같은 곳인데, 급이 다르다.
천장에는 장난감들이 레일을 타고 이동하고, 매장 내에는 슈퍼맨부터 아이어맨 등 실사판으로 배치돼 있다.
가격은 싸지도 비싸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장난감 가격과 비슷했다. 실제로 토이저러스에서 파는 것들도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었다.
열탕
본격적으로 관광을 하기 위해 옆 호텔로 이동했다. 날씨는 굉장히 더웠다. 열탕에 온 듯한 기분이다.
씨티오브드림즈 지하에는 신트라로 가는 셔틀이 있다. 마카오 고대 유적지를 보러 가려는 관광객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그렇기 때문에 셔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했다. 택시를 탈 것인지 무더운 날 30분동안 서 있을 것인지 선택만 하면 된다. 난 기다렸다. 택시 바가지 요금을 당하는 게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여서다.
냉탕
오랜 기다림의 끝은 달콤했다. 쾌적한 셔틀을 타고 신트라까지 이동했다.
열탕
신트라에서 큰 도로를 따라 걸었다. 분수쇼와 호텔 내에 용나무쇼 장관이 연출된다고 해서다.
거리를 걸으며 홍콩 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그랬다.
땀에 흠뻑 젖어 걸으니 호텔이 보였다. 지하도를 통해 건너자 드디어 모습이 들어왔다. 마침 분수쇼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었다.
지칠대로 지쳤다. 분수와 함께 불기둥이 장관을 이루며 분수쇼는 끝났다. 그리고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쳤다.
냉탕
호텔 안은 시원하고 쾌적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붉은 색과 금색이 어우러지니 셔터를 안 누를 수 없었다.
명품 매장이 좌우로 있는 통로를 지나니 사람들이 원형의 천장이 보였다. 동물이 새겨져 있는 천장이었다. 금방이라도 천장에서 바닥으로 달려올 것 같이 입체적이었다.
여기서 용나무쇼가 시작된다. 돔이 열리니 사람들이 연신 탄성을 쏟아냈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시원한 실내에서 볼 수 있음에 만족했다.
헥헥
체력이 꽤 좋다고 생각했는데, 열탕과 냉탕을 오가다보니 지쳤다. 다리는 욱신거렸고, 갈증은 심했다
호텔에서 물을 많이 챙겨오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그렇다고 아들이 먹을 물을 뺏어먹을 수는 없었다.
조식을 거하게 먹은 탓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목을 축이기 위해 이 호텔 근처에 위치한 딤섬 맛집으로 이동했다.
미슐랭가이드 맛집
이곳은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고 하여 아내가 미리 예약해둔 곳이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시간이 오후 2시쯤이어서 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다기보다는 깔끔한 느낌의 식당이다.
만두와 딤섬을 적당히 시켰다.
열탕
열도 식혔고 배고 채웠으니 다시 이동했다. 마카오의 세계 문화 유산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다시 신트라쪽으로 이동했다. 세나두 광장을 가기 위해서다.
세나두 광장은 마카오의 중심지 역할을 한 곳인데 공식적인 행사와 축제들이 열리는 곳이다. 이날도 그랬다.
세나두 광장 우측에는 자비의 성채(인자당)이 있다.
1569년 자선 사업을 위해 마카오 첫 주교에 의해 세워졌다. 중국에 첫 서양 스타일의 탁아소와 고아원을 포함한 병원이었다고 한다. 본관은 18세기 중반에 지어졌으나 지금 볼 수 있는 건물은 신 고전주의 양식(1905년)이다. 마카오에 카톨릭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나두 광장을 지나 나는 커피숍을 외쳤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도 간절해서다. 관광객들 중 드문드문하게 스타벅스 잔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 보였다.
성 도밍고스 광장에 도착했다. 성 도밍고스 성당이 보였다.
1587년 건축됐는데 중국에 지어진 첫번째 성당이다. 원래는 나무 널판지로 건축됐다고 한다. 바로크풍의 제단이다.
여기는 마치 명동거리와 같았다. 하지만 명동에 널려있는 커피숍은 단 한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스타벅스 아니 커피숍을 찾아 거리를 헤맸다.
걷다보니 육포거리다. 여기서는 온통 육포다. 과자도 있었는데 난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필요했다.
성 바울 성당의 유적지가 보였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려는 순간...
성 바울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좌측 길에 스타벅스 간판이 보였다. '할렐루야'를 외쳤다.
냉탕
커피숍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지친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로 더위를 식힌 뒤 다시 관광을 이어가기 위해 커피숍을 나왔다.
열탕
사람들이 참 많았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 보다 우측에 난 비탈진 길을 이용하는 게 더 수월하다.
성 바울 성당의 유적은 1594년에 설립됐다가 1762년도에 문을 닫은 성 바울 대학 중 일부다. 성 바울 대학은 극동에 이어진 첫 유럽풍 대학이었다고 한다. 성바울 성당은 1580년도에 지어졌는데 1595년과 1601년에 순차적으로 훼손됐는데, 1835년에는 화재가 있었고 대학과 성당은 정문과 정면 계단, 건물의 토대만 남고 불타버렸단다.
성 바울 성당은 동서양 문화의 독특한 결합이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냉탕
성 바울 성당을 보는 동안 다시 온 몸이 익어버렸다. 시원한 냉탕은 계단 밑으로 내려오면 포에버21 옷 가게가 지하에 위치해 있다. 그 앞에서 더위를 식히면 된다.
다시 육포 거리를 지나 셔틀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돌아오는 길에 맥주 안주로 육포를 하나 샀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사이 하루가 저물어갔다. 셔틀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잇따라 3대가 왔고 우리의 이튿날의 여정도 마무리 됐다.
호텔로 돌아와 맥주를 사오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하지만 괜찮다. 호텔 3층을 통해 푸드코트로 이동할 수 있는데, 거기에서 하이네켄, 칭다오 등 4가지 종류의 맥주를 살 수 있다. 가격은 30~40달러다.
육포의 진한 맛과 향이 칭타오와 어우러지니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