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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02. 2015

#2. 다시 시작된 인턴생활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왔지만 삶은 무기력했다...


집중이 안돼

내 생애 첫 인턴생활은 10일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시 수험생 신분이 됐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설프게 회사에 들어간 것이 내겐 독이 됐다. 사회생활은 달콤했다. 그걸 잊을 수 없었다. 난 자꾸 현실과 타협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을 고르는 눈높이는 점점 낮아져 갔다. 자신감도 함께 줄어들고 있었다. 급기야 이러다가 영영 백수로 살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했다.

인생의 지도를 살펴보면
직선도로도 있지만
우회도로도 있어

멘토 형님이 말씀하셨다. "꼭 메이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난 수많은 1차 서류 낙방으로 좌절을 겪고 있었다. 내게 이 말은 내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그 어떤 것보다 확실했다. 난 내 자신을 세뇌시켰다. '내가 너무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거라고.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합격하셨습니다.
합격하셨습니다.
...

눈높이를 낮추니 여기 저기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어찌 된 일인지 원서만 넣으면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도 신기했다. 유력 매체에서는 1차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당시 난 너무 지쳤었다. 지금도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저 조그만 회사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원급을 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다.


그러다 선택했다. 몇 달 동안 고민 고민하다가 주간지에 인턴으로 들어가기로. 어차피 기사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으니 실무라도 익혀두자는 생각에서였다. 주 1회 발행되니 수험생활을 병행해도 괜찮을 거라 판단했다. 알아보니 재단도 튼튼했다. 미디어잡에 고시된 연봉 수준도 괜찮았다. 사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
가십거리 쓰는 건 아니죠?

첫 출근 날. 2년 차 된 기자 2명과 이제 곧 회사를 그만 둘 거라는 1년 조금 넘은 선배가 나를 반겼다. 셋 모두 이제 서른을 갓 넘은 이들이었다. 사내 평기자들은 이들이 전부였다. 그 위에 40대로 보이는 차장 두 명, 50대 후반 아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국장이 한 명 있었다.


다들 나를 환대했다. 마치 가뭄에 단비가 온 것처럼...


점심을 먹고 곧 그만 둔다는 선배와 단 둘이 남았다. 선배는 담배를 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 여기 가십거리 쓰라고 인턴 뽑은 건 아니죠...?"


선배는 "그렇지 않으니 걱정마라"고 했다. 실제로 난 일주일 동안 선배들의 취재업무를 돕는 역할을 하며 일을 배웠다. 인쇄되는 날이면 인쇄소에 가서 꼼꼼히 지면을 살폈다. 오탈자 확인은 막내에게 아주 중요한 업무였다. 주간지 업무도 재미있었다. 긴 호흡으로 써 내려가는 기사를 지루하지 않게 쓰는 것도 능력이니 말이다. 비록 내 역량은 부족했지만... 지면에 담을 글을 쓰는 만큼 분량에 맞춰 단신 기사를 써나 가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 스트레이트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나갔다.

어...
안경 어디 갔지?

첫 인쇄 작업을 마치고 '환영회'를 가졌다. 입사해서 갖는 첫 저녁 술자리였다. 내 주위로 선배들이 둘러쌌다. 그리고 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내게 술잔을 연신 부딪혔다.

......

얼마 지났다고 생각하고 눈을 떠보니 찜질방이었다. 그날 난 필름이 끊긴 채로 회식 장소 옆에 있던 찜질방으로 옮겨졌던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회사로 8시까지 가야 하는데 큰 일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계속 토가 나와서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각할 수는 없었다. 정신력으로 일어나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 거꾸로 솟구치는 토를 참지 못했다. 택시를 고 토를 처리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겨우겨우 회사에 도착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정신없이 오전 업무를 보다가 점심시간이 다 돼서야 난 깨달았다. 새로 산 고가의 안경, 지난번 인턴으로 10 일치 근무한 대가로 받은 돈으로 샀던 안경을 찜질방 사물함에 놔두고 왔단 사실을......

다음에 계속...

에필로그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다시 수험생이란 신분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돈을 벌기 시작하고 여가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과거 수험생활은 악몽 같게 느껴지죠. 그리고 사람은 자꾸 현실에 자신을 맞춰가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눈높이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높여놓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가치보다 더 낮게 잡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죠.

하지만 여기서 또 한번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내 가치를 찾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만족하면서 살아갈 것인지를 말이죠. 가끔 직장을 다니면서 수험생활을 병행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건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 문화라는 게 사실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처음 입사해서는 술독에 빠질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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