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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03. 2017

봄이 왔구나...설레는 걸 보니

세월을 붙잡을 수 없으니 오늘에 충실하자

새벽 5시30분

새벽 출근길. 봄비가 내린 터라 쌀쌀하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봄이 왔다는 냄새가 콧등을 간지럼핀다는 것이다. 감성이 돋았다. 갑자기 센치해진 느낌이다.


이 때문일까, 오늘 아침은 아들의 모습이 유독 눈앞에 아른거렸다.


가벼운 자켓하나만 입고 나왔다가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반갑게 손 흔들어주던 아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왜 울어?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아빠가 안 보이니 보고싶어졌다"며 울기 시작했다. 서글퍼 보였다. 가슴이 찡했다.


아들은 어제 저녁 일찍 잠들었다. 어제 신나게 놀아서인지 저녁도 안 먹고 골아떨어졌다. 그 덕택에 아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아들을 위한 아침 도시락을 만드는 소리에 잠이 깬듯했다.


난 어젯밤 아내가 준비해 둔 멸치볶음에 밥과 김에 버무리고 있었다. 아들은 어제 내게 멸치주먹밥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우는 아들을 그대로 두고 나올 수 없어 5분여 동안 아들을 꼬옥 안고 달랬다. 그리고 자는 엄마 몰래 젤리 하나를 주니 금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센치해지는 아침,
백만년만의 음악감상

아들과 가슴 찡한 이별을 한 뒤 마음이 공허해졌다. 뭔가 무거운 감정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음악을 들어보려고 앱을 켰다.


사실 음악을 들은 지가 꽤 됐다. 대중가요를 말이다. 그러다 문득 볼빨간사춘기의 '좋다고말해' 노래를 듣게 됐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꽤 매력적이었을 뿐 아니라, 노랫말이 참 좋았다. 풋풋함이 송글송글 묻어나는 느낌이랄까.


눈을 감았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20대 감성이 느껴졌다. 과장되지 않은 가사를 들으니 상상됐다.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노래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참 오랜만이다. 요즘 노래를 들으며 가슴설레는 일이 말이다.


그러다 문득 슬퍼졌다

'나도 이제 40대가 되어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끝나가고 사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이제 무뎌지는 시기가 됐음을 느끼고 있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내 모습이 스쳐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기에....


세월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기에 난 오늘도 더 후회없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낭비하는 시간없이 말이다.


인생이란 마라톤의 결승점에 왔을 때 더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볼빨간사춘기 덕택에  가슴에 식어가던 열정에 불씨가 되살아났다. 직접 만나서 감사인사를 할 수 없으니 글로라도 고마움을 전한다.


- 볼빨간사춘기 '좋다고말해' 뮤직비디오(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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