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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Aug 03. 2021

광각에서 망원으로  

해 질 무렵

해질 무렵이었다.

서해였기에 해질녘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시간은 짧고 또 언제 그곳을 또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었을 때 비로소 안심되기 마련이다.


지는 해는 보이지 않지만

전북 부안 곰소는 각종 젓갈로 유명한 곳이다.

서해라고 무조건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찾아갔던 곳은 전북의 곰소라는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서해지만 지역을 조금 확대해서 보면 남쪽으로 바다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고 있는 해가 바다 위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바다로 지고 있는 해 자체를 만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해질녘과 해진 직후에 만나는 컬러는 매우 아름답다.

그렇다. 그 사진 찍는 순간도 짜릿하고 찍은 후에 사진을 봤을 때 즐겁기다.

자,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을 어떤 사진으로 즐겨야 할까.

    

일단은 초광각

해가 산 아래로 지는 것 처럼 보인다. 전북 곰소.

이제 막 해가 아래로 지는 순간이라면 멈추지 말자. 특히 여행 중이라면 또 언제 그곳으로 찾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며 ‘이 아름다운 곳을 또 찾아가야겠다’라고 생각 들길 바란다면 멈추지 마시라. 설사 그곳이 짜증 났다더라도 ‘이 사진으로 만족하는 것만 해도 어딘가’라는 생각이 들면 좋다. 더불어 밤이 됐을 때 술을 한잔 마시며 보기도 좋다.

  

모두 한 곳이지만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따라 다른 색깔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그 순간순간을 멈추지 말자. 더불어 해와 가까운 곳과 해와 먼 곳의 다른 컬러를 모두 한 사진 안에 담고 싶다면 광각렌즈로 찍어보자.

물론 일반적인 폰으로 찍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넓게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참고로 이 사진을 찍은 렌즈는 SIGMA 14-24mm F2.8 DG DN | Art다.  


조금 더 크게 찍을 대상이 있다면

사람을 조금 무서워하던 고양이. 일부만 크롭해서 올린 사진이 아니라 풀프레임으로 올린 사진이다.

‘순간’이라는 말은 곧 다른 대상이 나타나기에 쓰는 말이다. 해질녘의 빛도 아름답고 가라앉은 바다도 아름답던 순간 야옹거리면서 울던 고양이를 만났었다. 그러나 그 고양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던 녀석이었다. 급하게 들고 있던 폰으로 찍기도 했지만 사진 결과에는 고양이가 너무 작았다. 고양이가 언제 떠나버릴지 모르는 그 순간에는 다른 렌즈로 바꾸는 것을 멈추지 말자. 해질무렵 실제 밝기는 어둡다. 참고로 이 사진을 찍을 당시 ISO는 4000이었고 렌즈의 F는 3.2로 살짝 조인 상태였다.     

거리를 둔 고양이를 안심하고 찍기엔 망원렌즈가 딱 좋다.

고양이를 만난 순간은 짧았다.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순식간에 떠나버렸기에 불가능했다.

135mm를 끼운 상황에서 다시 광각렌즈로 바꾸기엔 조금 아쉽다. 그럴 때에는 광각으로 찍지 못했던 순간을 찍어보자.


안심하고 찍기 위해선

멀리 있는 하늘과 낮은 산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이 사진들도 망원 렌즈 덕분이다.

광각으로 저곳을 찍을 때에는 비교적 조금이라도 밝게 남아있는 하늘이 매우 적었다. 그러니 그런 순간에는 망원 렌즈를 멈추지 말자. 참고로 이 당시 ISO는 800이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빛 덕분이었다. 더불어 여러 산의 층에 따라 어두운 정도가 각각 다르다는 게 잘 보여진다. 해진 직후에는 그 차이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이 모든 순간을 줌렌즈 하나로 편하게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정도 사진들을 모두 찍을 수 있는 줌렌즈는 거의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렌즈의 최대 개방이 F2.8일 확률은 0에 가깝다. 물론 줌의 폭이 짧은 렌즈는 최대 개방 F2.8을 쓸 수도 있다.

빛이 모자란 순간에는 줌렌즈를 자주 쓰지 않는다. 설사 쓴다 하더라도 삼각대를 이용해야 안심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보통 빛이 매우 강한 순간에는 아름다운 색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빛이 약해지는 오후 7시 정도부터 아름다운 색깔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맑은 날 해진 직후의 색깔들은 편하게 만나는 색들 중에 최고에 가깝다. 그 순간을 안심하고 찍을 수 있는 렌즈는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이젠 이미지 센서가 매우 훌륭해져서 고 ISO에서 노이즈가 덜한 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확대해서 봤을 때 안심하기 위해서는 ISO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쉬고 있는 배들. 광각으로 촬영.

초광각과 망원 렌즈는 일반적인 대상을 찍기에 어울리진 않는다. 그 말은, 그저 대충 찍기엔 폰이 가장 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불어 폰으로는 찍기 힘든 특별한 순간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카메라와 렌즈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시라. 그곳에 답이 있지 않을까.


EastRain 2021.08.03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했습니다.

:: 사진에 사용한 광각 렌즈는 SIGMA 14-24mm F2.8 DG DN | Art이며 대여중인 렌즈입니다.

:: 사진에 사용한 망원 렌즈는 Zeiss Batis 2.8/135이며 본인 소유 렌즈입니다.

:: 모든 사진은 SONY a9으로 촬영했으며 본인 소유 카메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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