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Nov 13. 2021

다음 가을을 기다린다면

가을은 또 온다

지금은 11월 중순. 그런데 벌써부터 겨울이 다가온 듯 추워졌다. 실제로 겨울이 쑥 다가왔는지 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조금 일찍 나무들을 만날껄, 하고 아쉬워할 수 있다. 하지만 실망하진 마시라. 포기하기도 마시라. 또 다른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보자. 가을이라는 기회는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좋을까?


가을이 계절의 중심이듯

화담숲의 자작나무들.

즐거운 사진의 중심에도 가을이 있다. 알다시피 삶의 중심은 짧다. 가을도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가을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무들의 아름다운 순간은 꼭 돌아온다. 그러므로 포기하진 말자. 한 번 찍은 가을 사진이 별로였다고 계속 포기하거나 넘기지 말자.

가을 자작나무.

다만, 찍은 사진을 본 이후에 집중하고 싶었던 마음이 모자라게 느껴졌다면 다른 렌즈에 대해 생각해보자. 참고로 지금 올린 이 사진들은 Zeiss Batis 2.8/135로 찍은 결과다. 나무들이 조금 더 꼼꼼하게 모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망원렌즈로 찍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약 폰으로 촬영했다면 광각렌즈의 특성상 더 조금 넓게 많이 나무들을 찍었겠지만 나무들의 사이가 조금 더 넓게 보였을 것이다. 찍은 사진 안에 나무가 몇 개 인는지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망원 종류 렌즈로 찍어보자. 어차피 화담숲 같은 곳에서는 아름다운 나무들이 아주 많다. 따라서 나무가 몇 개인지 남기는 것보다는 나무들이 촘촘하게 모여있는 모습으로 찍는 결과가 더 낫다. 이 아름다운 나무들이 서로 친하게 만나고 있는 모습으로 찍는 게 보기 좋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잎들이 멀리 있다면

단풍잎은 가을에 절정이다.

일반적으로 아름답다는 나무들은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있을 확률이 높다. 더불어 그 아름다운 잎들은 손바닥보다 작을 확률도 높다. 그 아름다운 가을 단풍잎을 찍을 때에도 망원 렌즈가 딱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사진들도 망원렌즈인 Zeiss Batis 2.8/135로 촬영한 결과다.

단풍잎의 색깔은 다양하다.

단풍들은 ‘나를 찍을 수 있다면 맘껏 찍어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잎들이 떨어지기까지 하다 보니 그들의 그 말은 실제로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급하다. 당장 내일 조차도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웃기게도 그만큼 많은 꿈을 꾼다. 지금 이 순간은 금방 끝나지만 1주일 후엔, 한 달 후엔, 1년 후엔 삶이 어떻게 될까 생각한다. 심지어 예상하기까지 한가.

그렇다면 급한 마음으로 사진 찍는 것만큼 사진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자. 저 멀리 있는 나무들을 마치 가까운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찍은 사진의 일부를 확대해서 보는 것 만으로는 부족해, 등등.

1년 후에 또다시 찾아가 보는 것 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변하길 바라면서도

떨어진 잎들.

사람의 마음은 간사롭다. 삶이 새롭게 변하길 바라면서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 마음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여튼 각각 다른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한, 타인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바로 사진이다.

더불어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에 따라 어떤 렌즈를 선택할 것인가도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 비교적 멀리 있는 나무와 잎을 찍기 위해 망원 렌즈를 알려줬다. 그러나 비교적 가깝게, 조금 더 다양하게 대상을 찍기에는 표준 화각 렌즈로도 나쁘지 않다.

40mm 정도면 넓은 편이다.

이 사진들은 초반에 보여줬던 곳에서 다른 렌즈로 찍은 결과다. Zeiss Batis 2/40이라는 표준 화각 렌즈로 찍은 사진들이다. 조금 먼 곳이건, 조금 더 가까이 찍건 다양한 대상을 함께 찍고 싶다면 50mm 정도의 표준 화각 렌즈로 찍어보자.


가을 끄트머리

빛을 정면으로 찍어도 안심할 수 있는 렌즈는 많지 않다.

겨울이 다가온다. 그쯤 되면 사람들은 소원을 빌곤 한다. 그때 마음 중 하나는 ‘조금 넓게 삶을 바라보자’가 아닐까. 사진도 마찬가지. 넓게, 활짝 찍은 사진을 남겨두려고 한다.

가을 끝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 넓게, 더 다양하게 대상을 찍기 위해 광각 렌즈를 사용해보자. 그저 단순하게 찍어두기에는 휴대폰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꼭꼭 아껴두기 위해, 컴퓨터 등으로 크게 보기 위해서는 실제 카메라와 렌즈가 필요하다.

참고로 이 사진은 Zeiss LOXIA 2.8/21로 찍은 결과다. 빛을 정면으로 찍을 수밖에 없다면 어떤 렌즈를 써야 할지 생각해보자. 더불어 사진의 주변에 왜곡이 있는지 걱정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오대산 상원사라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찍은 사진은 변하지 않는다

두 사진씩 각각 다른 렌즈로 찍은 결과다. 윗쪽 둘은 135mm며 하단 둘은 21mm로 찍은 결과.

그렇기에 미리 다음을 예상할 수도 있다. 다시 그곳에 갔을 때 어떤 방식으로 찍어야 할지 계획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찍자. 찍은 이후에야 장단점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사진이 주는 힘이 바로 그런 것이다.

만약 크게 달라지지 않을 대상은 안심하면서 더 집중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찍어보자. 이번 사진들은 그런 마음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번 사진들을 찍은 곳은 화담숲(https://m.hwadamsup.com​)​과 오대산 선재길(https://m.place.naver.com/place/1788903218/home?entry=pll​)이다. ​관심이 있다면 내년 가을에 가보시라.

가을은 또 온다. 계절의 변화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꿈이 그렇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이번 가을을 아쉬워하지 말고 그저 찬찬히 기다려보자. 그리고 다음번 가을 사진이 아쉽지 않길 바란다면 지금부터 꾸준히 노력해보자. 일단 뭐든 찍어보시라!



::Zeiss Batis 2.8/135, Zeiss Batis 2/40, Zeiss LOXIA 2.8/21로 찍은 사진이며 모두 본인 소유 렌즈입니다.

:: 본인 카메라인 SONY a9로 찍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