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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Oct 13. 2022

섬으로 타박타박 걸어가 보자

화성시 형도와 수섬

10월이 되면 가을의 중심이 다가오게 된다. 더위는 물러가고 추위는 살짝 멀리 있는 덕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한 사이에 떠나버린다. 지구가 계속 변하고 있는데 이러다 순식간에 봄과 가을이 사라질지도 마른다. 사람의 삶도 순식간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자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한 번이라도 제대로 즐겨보자. 더불어 꼭 사진으로 남겨두자. 사라지기 전에.


섬 같지 않은 섬을 만나보자

형도에서 바라본 바다.

형도는 원래 섬이었다. 그러나 시화호의 매립으로 육지가 됐다. 따라서 지금 그곳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더불어 섬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함께 받을 수 있다.

형도, 고인 물들.

더불어 서해기에 만날 수 있는 칠면초는 물론 바닷물이 아니기에 자랄 수 있는 억새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그 땅이 더러워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해이기에 가능한 바다의 끈적하고 튼튼한 힘을 느낄 수 있다.

형도에서는 억새와 칠면초가 함께 자라고 있다.


호수가 보인다.

형도를 향해 가다 보면 왼쪽은 호수로 보이고 오른쪽은 바다가 보인다. 바다와 호수 중간에 둘을 막고 있는 길은 각자의 삶을 위해 도와주는 것 같다.


바다. 진득한 갯벌.

호수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갯벌은 서해에서만 만날 수 있다. 바다가 주르륵 내려간 이후에 보이는 갯벌은 한 번도 쉬지 않는다. 마치 해다 뜨고 가라앉는 것처럼 바다에 끈적한 땅이 나타났다 사라지기까지 반복한다.


섬, 형도의 끝자리

형도에 도착하면 그 작은 섬을 빙글 걸어보자. 그 길에서 바다를 만날 수도 있다. 사람 숫자가 적은 편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한적하게 걸어보자.

형도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다.

형도 일대를 걷다 보면 ‘이보다 작은 섬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화성에는 이처럼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섬이 하나 더 있다. 형도보다 훨씬 작은 섬. 더 멋지고 아름다운 작은 섬. 수섬이 그렇다.


한국판 세렝게티, 수섬

저 사진에 보이는 작은 섬에 가는 길은 아래와 같다.

저 알림에서 내린 후에 조금만 걸어가면 수섬에 도착할 수 있다.

저곳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 질척거릴 수 있지만 힘든 길은 아니다.


길 도움 사진의 상단을 보면 수섬이 보인다.


수섬이라는 섬은 배가 아니라 발로 걸어 갈 수 있다.

작은 섬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수섬에 도착하게 된다. 원래 바다였던 길 위를 타박타박 걸어가다 보면 여러 풀과 돌들을 만나게 되는데 포근한 느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섬. 한국판 세렝게티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이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원래 바다로 차 있던 곳이 땅으로 변한 곳이다. 사람 덕에 새로운 땅이 생긴 것. 그러나 셀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바다의 울림을 받았던 돌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바다로부터 받았던 그 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인생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변하게 된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변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 변함없는 것이 여전히 아름답기 위한 묵직한 힘은 뭘까? 수섬을 만나보자. 수섬이 그 답이 뭔지 도와주지 않을까?


수섬, 해진 직후.




포근한 마음이 전해질 때

여행을 즐길 때에는 급한 마음은 접어두자. 느긋한 마름이 있었을 때 비로소 대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느긋한 마음을 느낀 후에 찍은 사진을 다시 봤을 때 안심이 되고 만족하게 해주는 건 뭘까? 조금 유치하거나 치사하게 느낄 수 있지만 카메라와 렌즈 덕분이다.

특히 느긋한 느낌과 매우 잘 어울리게 도와주는 것이 수동 MF 렌즈다. AF로 빨리 찍을 필요도 없고, 오히려 느긋할 때 더 훌륭한 사진이 나오는 시간이기 때문.

더불어 결과적으로 부족함 없이 만족을 도와주는 렌즈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 답은 아주 드물다. 참고로 Zeiss Loxia가 그 답의 중심에 있다.


Loxia 2.4/85와 Loxia 2.8/21



이번에 형도와 수섬에서 찍은 사진은 이 두 렌즈로 찍은 결과다. 혹자는 85mm는 사람 찍기 전문이라고 말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대상을 압축하듯이 찍기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망원일 때에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기에 더 뒤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정 지역을 압축하듯 찍기엔 85mm가 적절하다.

수섬 사진 중 일부가 Zeiss Loxia 2.8/21로 찍은 결과다. 작은 섬에서 뒤로 멀리 가지 않고 폭넓게 찍었다. 그 덕에 아름다운 돌들과 작은 섬을 함께 찍을 수 있었다.

이 렌즈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하나 있다. Canon과 Nikon 미러리스를 위한 Loxia렌즈가 없다는 것. 과거 DSLR시절에는 캐논과 니콘을 위한 Zeiss 렌즈가 있었는데 말이다.


EastRain 2022.10.13


:: 모든 사진은 Zeiss Loxia 2.4/85, Zeiss Loxia 2.8/21로 찍은 결과입니다.

:: Zeiss Loxia 2.8/21은 본인 소유 렌즈이며 Zeiss Loxia 2.4/85는 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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