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매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은 의외로 많다. 그러나 그중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렇기에 사진 찍기 좋은 꽃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매화가 그렇다. 그러나 그 나무와 꽃을 만났을 때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보통 매화꽃은 작다. 활짝 피지 않은 상태라면 엄지손톱 정도로 작다. 그 작은 꽃을 크게 찍고 싶다면 답은 하나다. 바로 Macro 렌즈. 그리고 그 아름다운 꽃을 안심하고 찍어도 되는 렌즈는 뭘까?
매화는 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꽃이다. 잎보다 먼저 꽃을 알리기에 더 아름답게 보인다. 더불어 벚꽃보다 먼저인 동시에 벚꽃에는 없는 붉은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꺾인 듯한 자신의 몸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사람들도 본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멈추지 않고 보다 먼저 앞으로 나서지 않던가.
매화의 마음속엔 ‘급하다, 급해’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 어서 AF로 찍어 그 결과를 보고, 타인에게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보통 렌즈로는 그 꽃을 가까이 찍을 수 없다. 당연히, 그 꽃을 크게 찍을 수도 없다. 따라서 일종의 매크로 렌즈가 꼭 필요하다.
매크로 렌즈로 꽃을 가까이 찍을 때 명시해야 하는 게 하나 있다. 꽃의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이다.
꽃에는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이 각각 자리잡소 있다. 매크로로 찍을 때에는 그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정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F를 꽉 조이지 않는다. 꽃의 전체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수술에 초점을 맞춰 찍고 있다. 참고로 최대 개방 혹은 그보다 살짝 조인 F4를 즐기고 있다. MF로 초점 맞추기 힘들더라도 앞뒤 흐림의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매화의 마음은 급하다. 그러나 사진 촬영자는 그 마음의 반대로 사진을 찍는 게 좋다. 특히 꽃을 가까이, 크게 찍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꽃을 가까이 AF로 찍을 때 그 결과에서 본인이 원한 곳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미세한 차이로 조금 더 먼 곳,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초점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리를 멀리 두고 찍을 때에는 그 미세한 차이가 결과에 거의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주 가까이 찍었을 때에는 1mm의 차이 조차도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따라서 매화를 크게 찍는다면 MF로 꼼꼼하게 확대해서 바라보고 느긋한 마음으로 찍는 게 좋다.
매크로로 찍을 때에는 매화의 마음 반대로 찍자. 찬찬히 초점을 맞췄을 때 비로소 후회가 없을 것이다.
매화는 가까이 꽃 한 두 개만 찍기도 좋지만, 거리를 멀리한 상태로 나무가 펼치고 있는 수많은 꽃들을 찍기도 좋다. 봉은사처럼 절이 아름다운 곳이라면 주변까지 아름답게 찍을 수 있다.
꽃들이야말로 사진의 중심임을 알리고 싶다면 앞뒷흐림이 필요하다. 100mm 망원에 최대 개방 F2 라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매크로(macro) 성능을 가진 최대 개방 F2 렌즈는 드물다. Zeiss Milvus 2/100M이 그러하다.
앞서 말했듯이 매화 같은 꽃을 Macro로 찍을 때엔 MF로 찍어야 더 안심할 수 있다. 다불어 거리를 둔 상태라 하더라도 나무와 꽃을 찍을 때에는 MF가 더 확실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생각해보라. 나무의 개수가 여러 개이거나 심지어 하나 뿐이라 하더라도 나뭇가지와 줄기는 매우 많다. 따라서 나무가 펼치고 있는 가지는 제각각 거리를 두고 있다. 그 얇고 많은 나뭇가지들 중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선 MF가 답이다. 물론 꽃들을 찍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주 가깝게는 물론이고 적당히 거리를 둔 상태로 꽃을 찍어야 한다면, 확대해서 봤을 때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 MF 외에 답이 없다. 그리고 실제 존재하는 꽃들의 싱싱함까지 사진에 남기기 위해선 그만큼 훌륭한 렌즈가 필요하다.
햇빛 덕분에 날씨는 맑고 따뜻해진다. 눈부심과 따뜻함 덕분에 매화가 펼쳐진다. 눈부시는 빛 덕분.
그러나 그 눈부시는 빛을 함께 사진으로 찍기는 힘들다. 예상할 수 없는, 실제 대상을 사라지게 하는 플레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빛을 정면으로 찍었을 때 안심해도 되는 렌즈는 드물다. 안심해도 되는 렌즈의 중심에 Zeiss가 있다.
지금 이 사진들이 빛과 매화를 함께 찍은 사진이다. 꽃들만 자랑하는 듯한 모습보다는 빛과 함께 화사한 봄을 알리는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화를 만났을 때 그 꽃에 눈이 가기도 하지만 꺾인 듯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나뭇가지를 봤을 땐 한참 동안 다른 곳을 보지 못한다.
‘매화 나무는 매일 고생하며 자랐구나’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 힘든 삶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힘을 펼치며 꽃을 피고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맞다. 그래서 매화를 만나면 그리 부러운가 보다.
MF로 사진을 찍을 때에도 그와 비슷하다. 렌즈의 주변을 직접 돌려가며 초점을 맞춰야하니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어디 그뿐인가. 혹시라도 초점이 맞지 않을까봐 대상을 확대해서 바라보게 되니 시간은 더 걸리게 된다. MF에는 답답함과 불안함이 꼭 따라다닌다.
그러나 초점 맞은 순간과 그 순간을 멈추지 않고 셔터를 눌렀을 때 나오는 소리는 짜릿하다.
다만 그 결과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 ‘초점을 잘못 맞았구나’ 혹은 ‘대상을 잘못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 그런 생각이 든다면 멈추지 마시라. 다시 또 찍고 찍으면 결국 본인이 원했던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도 많다. 다시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노력이다. 그 노력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와주는 것이 바로 렌즈다.
‘렌즈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이래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Zeiss다. 봄을 알리는 매화, 나의 삶도 저리 싱싱하고 멋지길 바라게 하는 매화. 그 부럽다는 마음 중 하나는 Zeiss Milvus 2/100M가 아닐까?
EastRain. 2022.03.27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 모든 사진은 Zeiss Milvus 2/100M과 SONY a9으로 촬영한 결과입니다. 카메라는 본인 소유이며 렌즈는 대여했습니다.
:: DSLR용으로 나왔던 렌즈였기에 본인 카메라와 합치기 위해 SIGMA MC-11을 사용했습니다.
:: 본 원고는 제품과 원고료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