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Jan 18. 2022

겨울의 절정, 봄을 기다린다

색다른 봄, 색다른 삶이 오길 기다린다면

한창 추운 요즘이다. 소나무 종류 외에는 나무들의 잎은 사라졌고 줄기만 쭉 펼치고 있다. 나무들은 자신의 몸을 꽉 조이고 있다. 마치 ‘조금만 더 버티자’라며 고생하는 것 같다.

요즘은 겨울의 절정이다. 따라서 조만간 절정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겨울의 절정,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려보자.


매화는 승질 급해

매화.

우리는 벚꽃이 어서 피길 기다리곤 한다. 보통 서울은 4월 중순은 되어야 벚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활짝 피는 많은 꽃들을 조금 더 일찍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매화가 그렇다. 매화꽃을 보면 벚꽃과 비슷하다. 다만 나무와 꽃 사이에 줄기가 거의 없다는 게 차이다.


봄, 매화. 빛과 함께 찍은 사진.

매화도 그 향기까지 매우 아름 답가. 물론 그 향기는 사진에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찍는 게 어떨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꽃들 여러 개를 담기보단 조금 더 가까이 찍었을 때, 더불어 눈부신 빛을 함께 찍었을 때 색다른 느낌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

‘이 곳은 이렇게 많이 꽃들이 피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진도 나쁘지 않지만 ‘이 꽃 이토록 아름다워’라고 알려주는 사진이 조금 더 특별하지 않을까?


매화.

작은 꽃 매화라 하더라도 활짝 핀 모습을 가까이 찍으면 하나라도 크게 찍을 수 있다. 더불어 최대 개방으로 찍는다면 초점 맞은 하나 위주로만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목련이 활짝 필 무렵

목련

목련도 봄을 알리는 대표 중 하나다. 다만 가장 활짝 피기 직전이 더 아름답다. 목련이 말하는 절정은 ‘이제 아름다운 순간 끝나고 있어’처럼 보이기 때문. 어찌 생각해보면 조금 냉정한 말 같기도 하다. ‘절정=하락 직전’으로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알려주지는 않지만 1년 후에 목련은 다시 솟아 오른다. 아니, 이 나무를 겨울에도 꼼꼼하게 바라보면 이들의 준비를 알아볼 수 있다. 나무 줄기마다 준비 중인, 꽉 조여있는 모습으로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는 모습의 작은 꽃봉오리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마치 털을 안고 있는 듯한 꽃봉오리 모습을 보면 매화보다 더 승질 급한 나무로 보일 수도 있다.


목련. 활짝  피고 있는 모습.

그러니 저 목력 처럼 자신의 꽃봉오리 같은 마음을 꼭 끌어안아보자. 조금 춥더라도, 조금 삶이 모자라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자.


지금은 겨울의 절정

매화. ‘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2022년 1월 18일, 오늘은 밤이 되면 -9도까지 떨어진다. 오는 금요일까지 쭉 엄청 추워진다고 한다. 맞다. 그야말로 겨울다운 날씨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봄에 맞춰 미리 고민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개나리.
목련.

우선 어느 꽃을 찍을지 생각해보자. 꽃에 따라 사진 결과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 그다음은 어느 곳이 사진 찍기 좋을지 찾아보자. 예를 들어 벚꽃은 서울조차도 지역에 따라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날짜가 다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야 흔하지 않은 꽃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꽃은 물론, 꽃 피는 곳들 조차 흔하다. 그 흔한 것들을 특별하게 찍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카메라와 렌즈들의 다양한 방법에 대해 미리 배워두는 게 좋을 것이다. 겨울의 절정, 야외에 나가기 힘들다면 따뜻한 곳에서 사진에 대해 고민해보시라. 개인적으로 google을 통해 외국의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곤 한다.


참고, Cyclop 85mm F1.2

이 사진에 사용한 렌즈의 이름은 Cyclop 85mm F1.2이며 정상적인 일반 렌즈는 아니다. m42용이지만 35mm 풀프레임용 카메라에 사용하긴 모자르다. 이미지 센서가 APS-C용 일때 그나마 사진 촬영에 문제가 없다. 일반 풀프래임용 카메라로 촬영하면 주변에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 예를 들어 a7 종류로 수정 없이 그대로 찍으면 사진 주변이 블랙으로 찍힌다. 다만 APS-C로 수정하고 찍거나 a6000종류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 결과에 문제가 없다.

더불어 이 렌즈는 F를 조일수도 없다. 무조건 F1.2로만 촬영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꽤 불편할 수 있다.

이 렌즈에 대해 google에서 조금 찾아봤지만 자세한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 1994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무게는 717g, 렌즈 길이는 142mm라는 정도 외에는 정보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다만 경험상 이 렌즈는 사진 촬영을 위해 태어난 것 같지는 않다. 암시 스코프용으로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실제 사진 결과의 색감 조차도 상당히 모자르다. 수정 말곤 답이 없는 정도. 참고로 ebay 같은 방법 외에는 구매하기 힘들기도.


조금 뜬금없는 대상을 찬찬히 바라보자

매화.

이번에 올린 사진들은 여러 의미로 뜬금없는 느낌을 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토록 추울 때 무슨 봄꽃 사진인가, 정상적이지 않은 렌즈로 비정상 같은 사진은 왜 찍어야 하는가 등등.

그러나 삶 자체가 뜬금없지 않던가? 그러니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그 뜬금없는 것들도 모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뜬금없는 것들조차도 사실 중심을 향하고 있지 않는가?


산수유.

자, 그렇다면 이 추운 겨울이 조만간 날아가지 않을까?(코로나19까지 날아가길.) 그런 마음, 꽃봉오리처럼 꽉 안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 이런 렌즈처럼 자신의 삶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도 마시라. 꼬여버린 삶을 풀지 못한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자. 참고로 이 저질 같은 렌즈였기에 이 특이하고 매력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정상적인, 고급 고성능 렌즈였다면 이런 사진을 찍지 못했을 것이다.


매화.

개인적으로 뇌경색 이후 4년의 시간이 지났다. 저 저질 렌즈처럼, 저 회오리 보케들처럼 꼬여버린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저 묵묵히. 그러나 사진만은 꽃봉오리처럼 꼬옥 안으며 모으고 있다. 언젠간 활짝 피는 꽃들처럼 되길 기다리면서.

여러분들의 삶도 힘들 것이다. 그 힘든 삶, 사진으로 즐겨보시라는 말 말곤 본인이 할 말이 거의 없다. 또 같은 말을 해서 죄송할 뿐.


EastRain 2022.01.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