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게, 털털하게, 부질없이
봄이다. 어느새 별별 잡초들도 솟아나고 그들이 품고 있던 꽃까지 펼치고 있다.
봄은 마치 새로운 삶이 태어났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렇지만 빛은 어둠이 있기에 더 눈부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은 항상 죽음과 함께 있으므로.
‘태어났다, 또 다른 나를 펼치겠다, 새로운 나를 보여주겠다, 잊지 마시라’고 알리는 꽃들이 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은 참 많다. 꽃이 펼쳐져야 다른 곳에 자신을 심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일까. 나무보다 풀들이 먼저, 더 많이 자란다. 별별 풀들이 솟아나면 서둘러 꽃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잡초의 꽃은 빠름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빠른 성격 때문인지 아주 작다. 점처럼 작다.
흔한 잡초의 꽃 중 제비꽃은 큰 편이다. 숫자로 치면 제비꽃보다 훨씬 더 많이 꽃을 피는 큰개불알꽃은 아주 작다. 사람 손톱의 1/4, 1/3 정도에 불과하다. 작은 덕분일까. 내리는 눈만큼 우수수 솟아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이 꽃들이 아름답다는 걸 잘 모른다. 워낙 작은 탓에 걸어가며 보면 그저 점이기 때문이다. 걷다 바닥에 파란 점이 보인다면 걸음을 멈추자. 그리고 앉아서 가까이 바라보자. 잡초들은 어떻게든 뿌리를 뿌린다. 큰개불알꽃이 대표가 아닐까. 우리나라 모든 곳에서 자라난다. 차가 다니는, 사람이 걸어가는 길 위에는 없을지라도 바로 그 옆엔 꼭 있다.
큰개불알꽃만 그런가. 민들레, 냉이꽃, 애기똥풀 등등 별별 꽃들이 솟아난다. 그리고 그 잡초들의 꽃은 참 작다. 특히 광대나물이나 냉이꽃은 아주 작다. 대신에 줄기 하나에 총총히 올라서는 개수는 많은 편이다.
꽃을 보여주는 풀들은 제각각 능력도 있다. 네이버나 다음으로 검색해 보자.
특징
혈관과 혈압 등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고혈압을 방지하는 효능이 탁월하다. 붓기를 가라앉히기 때문에 근육통에도 도움이 되고, 뼈 건강에도 좋아 관절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 식물 전체를 여름에 캐서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쓰기도 한다.
조리법
광대나물은 3월에 어린 순을 캐서 나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특한 향이 있기 때문에 조리할 때에는 가급적 향을 해치지 않는 간단한 양념을 사용하면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훌륭한 별미로 먹을 수 있다.
냉이꽃도 종류가 많다. 그리고 그 이름을 보면 감이 오겠지만 맛도 다르고 효과도 다르다.
어쩌면 우리는 먹고 살아가는 게 편해진 덕분에 여러 풀과 꽃을 무시하게 된 건 아닐까? 그 무시 덕에 많이 자란 꽃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도 있다.
사람은 간사하다. 평소에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던 것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제야 신경 쓰기 시작한다. 흰민들레도 그렇다. 흰민들레는 흔하디 흔한 잡초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숫자가 줄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 숫자는 가장 많지만 그만큼 탁한 곳인 서울에서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흰민들레가 서울에도 없다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제야 뉴스 등에 흰민들레가 얼마나 훌륭한지, 소중한지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건강에 좋다는 식의 알림이 퍼진 후에는 흰민들레를 직접 키우고 판매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그렇지만 서울과 그 근처 야외에 실제로 자란 흰민들레는 없었다.
흰민들레가 경고를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닐까.
‘난 산삼, 인삼 정도로 예민하지도 않거든? 그런 내가 태어나지 못하는 땅과 돌들의 틈이라면 심각한 거야. 서울만 그렇니? 어느 시골조차도 내가 직접 솟어나기 힘들어. 인간들아, 나 다음에 그 예쁘다는 제비꽃마저도 사라지면 어떡할래?‘
우리는 불가사리를 싫아한다. 사람의 삶을 방해하는데 전형적인 극피동물 중 하나기 때문. 불가사리는 ‘열대부터 극지방까지의 해저에 약 1,500종의 불가사리가 발견되었으며, 이들 불가사리들은 조간대에서부터 수면 아래 6,000m(20,000ft) 깊이의 심해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10년~30년 살아간다고. 즉 별별 곳에서 별별 새끼 물고기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일부러 불가사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진다. 그렇게 버려진 불가사리는 말라가며 죽게 된다.
불가사리는 4억 5000만 년 전부터 태어났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불가사리는 자신을 잡아먹지 못하게 악취를 뿌리거나 독을 품고 있다. 그래서일까. 바다 밖에 버려진 불가서리에서는 악취가 보통이 아니다. 꿈틀거리는 듯한 저 사진을 보기만 해도 그 악취가 느껴질 정도랄까.
어느 바다 근처 동네를 걸어가다 우연히 만났다. 버려진 불가사리들. 처음엔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별들 같았다. 별 같은 불가사리. 그 모습이 부러웠다.
그런데 점점 찍다 보니 그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미 죽어 굳어있는 불가사리 옆엔 새로 솟어 나는 풀들이 있었기 때문. 그 풀들 덕분인지, 이미 죽은 지 오래됐는지 악취도 없었다.
죽음을 덮어주겠다는 마음인지, 너의 독까지 삼키겠다는지 알 수 없지만 저 잡초들의 풀은 쑥쑥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삶과 죽음이 함께라고 보여주고 있었던 것.
난 머리를 탁 치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도 저러고 있지 않을까.’라고.
사람도 반드시 죽는 날이 오지 않던가.
그 와중에 또 누군가는 태어나지 않던가.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다가도 어느 아기의 태어남에 웃기도 하지 않던가 말이다.
삶 자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즐거운 일과 힘든 일은 서로 덮고 덮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와 애정은 계속 서로 뒤집고 뒤집지 아니한가?
극단적으로 ‘삶과 죽음’이라 적었지만 ‘기쁨과 슬픔’으로 봐도 좋겠다. 어찌 됐건 그 또한 함께니까. 지난날들을 떠올려 보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그럼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자. 사진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풀들의 작은 꽃을 찍을 생각을 했을 때 이 렌즈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그 점처럼 작은 것들을 안심하고 찍기엔 이 렌즈가 답이더라. 매크로 렌즈는 이래야 한다고 알려주는 렌즈.
EasrRain. 2024. 4. 1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 일부만 크롭 해서 올린 사진은 없습니다.
:: Zeiss Milvus 2/100과 MC-11은 대여했습니다.
:: 본 원고는 제품과 원고료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