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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Aug 15. 2015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왕관을 씌우다

Zeiss Batis 1.8/85

2013년 10월 16일, 소니는 세계 최초 풀프레임 미러리스 α7을 발표한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환호했지만 일부 전문가는 교환렌즈 종류가 부실하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소니는 발 빠르게 다양한 풀프레임 대응 렌즈를 발매했고 미러리스 시장에서 소니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LSR을 고집하는 사진가들은 렌즈 다양성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α7 시리즈를 멀리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이유로 α7 시리즈를 거부하기는 힘들  듯하다. 자이스에서 전문가를 타깃으로 한 풀프레임 대응 E마운트 렌즈 바티스(Batis) 시리즈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렌즈

사실 자이스의 바티스 발표는 예견된 일이었다. α7 발표 이전, 자이스는 APS-C 사이즈 센서를 커버하는 투잇(Touit) 렌즈를 발매한 바 있기 때문이다. 12mm F2.8, 32mm F1.8, 50mm F2.8 매크로까지 총 3종으로 선보인 투잇은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가장 놀라운 기능은 AF였다. 당연한 기능이 왜 놀라운 일이냐 되물을 수 있지만, 투잇을 발매하기 전까지 자이스는 오직 MF 렌즈만 생산했다. 라이카 M마운트로 생산된 ZM 렌즈는 물론 캐논과 니콘 마운트로 생산된 ZE, ZF.2용 렌즈까지 매뉴얼 포커스로만 촬영이 가능했다. 물론 소니와 협업을 통해 생산된 알파 마운트 렌즈는 AF를 지원했지만 100% 자이스 렌즈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투잇 발매 이후 자이스는 다시 MF로 회귀하는 듯 보였다. DSLR을 위한 초고해상 렌즈인 오투스(Otus) 라인과 소니 α7 시리즈를 위한 록시아(Loxia) 라인까지 모두 MF로 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잇과 록시아를 통해 보여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였고 α7 사용자들은 자이스에서 새로운 AF 렌즈가 탄생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지 않았다. 그리고 자이스는 보란 듯이 놀라운 렌즈 2종을 선보였다. 

바티스는 소니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새로운 화각, 새로운 설계의 렌즈다. 광각 렌즈인 바티스 25mm F2는 8군 10매 디스타곤으로 설계됐으며 중망원 렌즈인 바티스 85mm F1.8은 8군 11매 조나로 설계됐다. 25mm는 소니 α마운트와 E마운트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독특한 화각이다. 85mm는 α마운트에서 선보인 적이 있지만 해당 렌즈는 플라나 설계로 제작돼 지금의 바티스와는 렌즈 성격이 다르다.

이번 리뷰를 통해 소개할 바티스 1.8/85를 조금 더 찬찬히 뜯어보자.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나 설계다. 조나는 1932년 RF 카메라인 콘탁스를 위한 50mm 렌즈로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일 정도로 밝은 조리개값 F1.5를 자랑했다. 조나라는 명칭은 태양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Sonne로 부터 왔는데 그만큼 밝고 쨍한 것이 조나 설계의 특징이다. 

바티스 1.8/85는 지금까지 자이스의 이름을 달고 나온 조나 85mm 중 가장 밝은 F값을 자랑한다. 과거 RF 콘탁스 마운트로 선보였던 조나 85mm와 라이카 M마운트로 설계된 ZM 85mm 조나는 최대 조리개값이 F2였고 C/Y 마운트로 제작된 조나 85mm는 F2.8에 불과했다. 

단지 조리개값이 더 밝아진 것은 아니다. 바티스 85mm는 기존에 선보였던 조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α7의 2400만 화소는 물론, 최근 발표된 α7RII의 4240만 화소까지 커버해야 하는 고해상 렌즈이기 때문이다. 과거 ZM 85mm F2의 렌즈 구성은 6군 6매에 불과했지만 바티스 1.8/85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8군 11매로  설계됐다. 스페셜 글라스 3장을 포함한 플로팅 설계는 기존 조나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α7 시리즈와 완벽한 호환

많은 사용자가  궁금해할 AF 기능의 경우 모든 α7 시리즈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렌즈 구동음도 매우 정숙하다. 단일 촬영 AF에서는 소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며 연속 AF 모드에서는 매 순간 렌즈군이 움직일 때에도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야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정도다. 

광학 손 떨림 기능은 기존 AF 렌즈인 투잇 시리즈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자이스 렌즈로는 최초로 탑재된 기능이다. 덕분에 광량이 모자라는 환경에서도 선명하고 안정된 이미지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선보인 α7II, α7RII의 경우 바디 내 5축 손 떨림 보정과 결합해 최상의 손 떨림 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 

자이스에서 호기롭게 내놓은 AF렌즈인 만큼 전자적인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바로 렌즈 경통 상단에 위치한 액정 화면이다. 과거 MF 렌즈 경통에 새겨졌던 거리표와 피사계 심도표를 OLED 액정에 집어넣은 것. 이를 통해 보다 직관적으로 피사체와의 거리와 초점이 맞는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 초점이 맞으면 가장 큰 숫자로 피사체와의 거리를 알려주고 액정 화면 좌우 혹은 상하로 초점이 맞는 범위를 알려준다. OLED 화면에 텍스트가 빛나기 때문에 어두운 환경에서도 손쉽게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α7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방진·방습 설계가 적용됐다. 하지만 렌즈가 받쳐주지 못하면 해당 기능은 무용지물이다. 바티스 85mm는 방진·방적 디자인을 적용해 험난한 자연 환경이나 궂은 날씨에서도 안심하고 촬영에 집중할 수 있다.

바티스 85mm의 결과물은 α7 시리즈 사용자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로지 화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오투스 시리즈 보다는 한 단계 아래 정도에 위치하지만 기존 ZE, ZF.2 렌즈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사실 ZE, ZF.2는 MF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클래식한 설계를 적용해 2400만 화소 이상 센서를 사용한 카메라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바티스 85mm는 확실히 고화소 센서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렌즈라는 느낌이 강하다. 최대개방에서도 중앙부는 물론 주변부까지 매우 고르고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바티스 85mm가 모든 수차를 0에 가깝게 보정한 렌즈는 아니다. 최대개방 시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보케의 모양이 원형이 아닌 럭비공형태로 맺힌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이러한 보케 모양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만약 최근 생산된 소위 무결점을 지향하는 렌즈의 천편일률적인 보케가 식상하다면 바티스 85mm의 보케는 꽤 매력적일 수 있다.

대구경 85mm 렌즈는 인물사진에 특화된 렌즈라고 생각하는 사진가들이 많다. 그러나 이 렌즈를 인물용 렌즈라고 못 박기엔 너무 많은 가능성을 담은 화각이다. 예를 들어 풍경사진을 찍을 때 사진가의 의도대로 매우 깔끔하게 정리된 프레임으로 구성하기 좋으며 도심의 복잡한 건물도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담을 수 있다. 장망원렌즈에 비하면 압축효과가 떨어지긴 하지만 표준화각대 보다는 확실히 피사체와 배경간의 거리감을 줄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카메라 시장에서 ‘시대가 변하고 있다’라는 확신이 드는 경우는 새로운 기종의 카메라가 탄생했을 때가 아니다. 단순히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카메라가 등장했다고 ‘시대’씩이나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변화를 감지하는 지점은 조금 더 미시적인 부분에서 드러난다. 서드파티 브랜드가, 액세서리 브랜드가 드라이브를 틀면 그때가 진짜다. 그래서 바티스 시리즈의 등장은 꽤 의미심장하다. 광학계의 선두주자 자이스가 미러리스의 시대가 왔음을 못 박는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초점 거리             85mm

조리개 범위          f/1.8 – f/22

초점 범위             0.8m (2.6 ft) – ∞

렌즈 구성             8군 11매

필터 사이즈         67mm

길이                     105mm

무게                     475g

카메라 마운트      E-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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