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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Aug 19. 2015

넓은 세상을 촘촘하게 묘사한다

SIGMA dp0 Quattro

시그마 dp 시리즈의 약진이 거침없다. 지난 메릴 시리즈에 환산 75mm 중망원 렌즈를 탑재한 dp3를 추가하더니 이번 콰트로 시리즈에서는 환산 21mm 렌즈가 장착된 dp0를 새롭게 선보였다. dp 시리즈는 시작부터가 도전이었다. 대다수 브랜드가 대형 센서 탑재 콤팩트 카메라 생산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시그마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dp 시리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다. 고급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라는 새로운 파이가 창출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그마는 dp0 콰트로를 통해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간다.


마니아의 요구에 응답하다

시그마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는 극과 극이다. 우선 렌즈의 경우 대중적이고 가성비가 좋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최근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고 난 이후에는 ‘고급’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dp 시리즈로 화제를 돌리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최고의 이미지를 보장하지만 마니악하고 불편하며 다루기 어렵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그런데 바로 이런 dp 시리즈에 대해 오고 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시그마라는 브랜드의 매력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광학 브랜드의 이미지는 다분히 평면적이다. 특정 이미지로만 자신의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 설명 그대로 사진가들이 소비해주길 원한다. 변함없다는 것은 신뢰의 표본이 되기도 하지만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여타 광학회사의 고정된 이미지와 달리 시그마는 다분히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심지어 때로는 실패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도 숨기지 않는다. 꾸준히 변화하고 있으며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사용자를 감동시키기 충분한 요소다. 이런 시그마의 극적이고 입체적 이미지는 dp 시리즈가 전담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시그마 제품 중 dp 시리즈가 가장 유니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미지 센서에 있다. 시그마를 제외한 모든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센서는 베이어패턴 방식의 단층 센서다. RGB 색상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각각의 픽셀은 한 번에 한 가지 색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시그마는 3층 적층 방식 포베온 센서를 적용, 각 층에서 R, G, B를 따로 받아 저장한다. 따라서 3개 층이 합쳐진 하나의 픽셀은 보다 많은 색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각 층에서 받아들인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이미지에 담아내기 때문에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포베온 센서가 만능은 아니다. 광량이 부족한 곳에서 색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고 고감도 에서는 베이어패턴 방식보다 이미지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컨디션에서 뽑아내는 dp 시리즈의 묘사력과 색표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dp 시리즈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열성적인 마니아도 많다. 

지난 P&I 2015에서 야마키 가즈토 시그마 대표는 DCM과 인터뷰를 통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SNS를 통해 시그마 사용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다”며 “한국, 중국, 북미 등 세계 각국의 dp 사용자들이 dp1 보다 광각 렌즈를 탑재한 새로운 카메라를 원한다는 의견을 보냈왔다”고 말했다. dp 마니아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최고 경영자가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는 “dp0 콰트로를 통해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dp 시리즈를 써온 고객의 의견이라면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dp0 콰트로는 기획 단계부터 ‘팔아야 한다’는 구호를 뒤로 미루고 사용자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한 카메라인 것이다.


21:9 파노라마 모드가 빛을 발한다

dp 시리즈의 장점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생생한 묘사력이다. 화소 하나 하나가 각각의 정보를 명확히 담고 있는 만큼 색상은 물론 디테일까지 세밀하게 잡아낸다. 그리고 이런 묘사력에 시그마의 21mm 광각렌즈가 합쳐지는 순간 시너지 효과가 폭발한다. 

광각렌즈는 심도가 깊다. 즉 같은 조리개 값이라도 흐려지는 정도가 약하다. 조리개를 바짝 조이면 1m 정도 거리부터 무한대까지 초점이 맞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따라서 광각렌즈의 본분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dp0 콰트로는 이와 같은 광각렌즈의 본분을 훌륭히 지켜낸 카메라다. 기존 dp 시리즈 보다 더욱 깊어진 심도 덕에 세밀한 부분까지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포베온 센서가 디테일에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동시에 시그마의 광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dp0 콰트로는 기존 dp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화질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은 카메라다. dp3보다 긴 렌즈부에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야마키 가즈토 시그마 대표는 DCM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dp0 콰트로를 처음 받아 들고 너무 놀랐다. ‘광각인데 왜 이렇게 긴가! 100mm 망원 아닌가?’라고 개발자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최고의 성능을 담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렌즈부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dp0 콰트로는 현재까지 나온 다른 dp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광학 성능을 최우선으로 두고 만든 카메라다. 왜곡은 0에 가깝게 만들고 색수차 또한 최대한 억제했다. 디지털 센서는 필름과 다르다. 광각렌즈의 경우 렌즈 끝 부분과 센서면간의 거리가 짧아지면 비네팅, 화질저하 등 각종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서면과 광학렌즈 시작점의 거리를 어느 정도 둘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렌즈부 길이가 길어졌다.”

즉 미러박스가 존재하는 SLR 카메라에서 쓰이는 레트로 포커스 방식으로 렌즈를 설계하고 센서와 렌즈간의 거리를 길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가로 우수한 결과물을 제공한다.

dp 콰트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총 6가지 촬영 비율을 제공한다.  그중 21:9 비율은 기존 중형 파노라마 비율인 6:12보다 가로로 더 긴 사이즈다. 이 촬영 비율은 환산 21mm 렌즈를 탑재한 dp0 콰트로에 제격이다. 물론 dp1 콰트로도 얼마든지 넓은 느낌의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지만 dp0에 비하면 좁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화상의 위아래를 잘라내는 결과물이지만 원본 자체가 약 2900만 화소이기 때문에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더 시원하고 넓게 보이는 광각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베이어 패턴 방식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에 광각렌즈를 물려 촬영하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넓게 찍히는 것 까지는 좋은데 과거 중형 필름 카메라에서 느꼈던 까끌까끌한 묘사력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허전함을 채워줄 카메라를 찾고 있다면, 광각 사진은 디테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dp0 콰트로가 그 답이 되어 줄 것이다.



초점거리                        14mm(환산 약 21mm)

렌즈 구성                       8군 11매

조리개 구성                   7매

조리개 지원                   F4~F22

최단촬영거리                18cm

최대촬영비율                1:7.8

이미지 센서                  Foveon X3 Direct Image Sensor (CMOS)

이미지 센서 사이즈       23.5×15.7mm

유효 화소 수약              2900만 화소

저장 매체                      SD 카드, SDHC 카드, SDXC 카드

화면비율                       21:9, 16:9, 3:2, 4:3, 1:1

ISO 감도                       오토, ISO100~ISO6400 

AF 타입                         콘트라스트 감지 방식

AF 포인트                      9 포인트 선택 모드, 프리 이동 모드, 얼굴 인식 AF 모드

측광 시스템평가            측광, 중앙부 중점 측광, 스팟 측광

노출 제어 시스템           프로그램 AE, 셔터 우선 AE, 조리개 우선 AE, 매뉴얼

셔터 스피드                   1/2000~30초

드라이브 모드               싱글, 연속, 셀프 타이머(2초/10초), 인터벌 타이머

LCD 모니터                   3.0인치 92만화소

무게                               500g  (배터리 및 메모리카드 불포함)

크기                               161.4mm(W), 67mm(H), 126m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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