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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Aug 24. 2015

인물·풍경·정물 모두 놓치지 않는다

FUJIFILM XF90mm F2 LM WR

후지필름이 미루고 미뤄왔던 90mm 렌즈를 발표했다. 줌렌즈를 써야 촬영이 가능했던 환산 135mm 영역을 단렌즈로 발매한 것이다. 그동안 후지필름은 신생 마운트 카메라 제조사답지 않게 공격적으로 렌즈 라인을 늘여왔다. 생산된 렌즈 면면을 살펴보면 후지필름이 추구하는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 편의성을 살린 줌렌즈 보다는 화질에 방점을 찍은 단렌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지필름에서 만들어낸 XF90mm F2 LM WR(이하 XF90mm)은 세상을 어떻게 담아줄까?


피사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거리

비행기를 촬영하거나 야생 동물을 촬영하는 것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200mm 이상 렌즈를 사용할 일은 드물다. 일반적인 촬영에서 망원 영역으로 가장 끝에 있는 렌즈가 바로 135mm다. 135mm라는 초점거리는 50mm나 35mm 만큼 꽤 오랜 시간 동안 사진가와 광학브랜드를 통해 검증된 렌즈다. 라이카 M과 같은 RF 카메라는 파인더 특성상 망원렌즈를 사용하기 힘든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135mm 렌즈가 존재한다. 이는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쓸만한 가치가 있는 초점거리라는 방증이다. 너무 과하게 대상과 배경을 압축시키지도 않으면서 초점 맞은 피사체를 적절히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경과 피사체가 부드럽게 어우러진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35mm 환산 135mm에 해당하는 XF90mm를 활용한 촬영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인물사진 촬영의 경우를 살펴보자. 35mm 판형에서 85mm 렌즈는 촬영 상대와 비교적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는 렌즈다. 인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담아내는 풀샷을 촬영할 때에도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모델이 사진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어야 하고 카메라와 렌즈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야 좋은 인물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아진다. 즉,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친분이 있다는 전제하에 최적의 인물사진용 렌즈인 것이다. 35mm 판형으로 85mm 혹은 그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로 찍은 인물 사진 상당수가 마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과의 관계가 그리 가깝지 않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사진가도, 사진을 찍히는 대상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에는 관계가 먼 만큼 렌즈의 초점거리도 길어져야 한다.

환산 135mm에 해당하는 XF90mm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면 그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로 촬영할 때보다 자연스럽게 피사체와 멀어지게 된다. 사진가와 카메라가 모델로부터 멀어질수록 모델은 심적인 부담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찍은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어지지는 않는다. 조금만 목소리를 내면 얼마든지 모델을 향해 원하는 자세나 표정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광학 특성상 심도가 더 얕아지기 때문에 먼 곳에 피사체를 배치해도 입체적인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XF90mm로 인물 촬영을 할 때에는 배경 속에 인물이 녹아들도록 배치하는 것이 좋다. 뒤를 완전히 흐려 인물만 부각시키기 보다는 거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층층이 흐려지는 배경에 피사체를 배치해 자연스러운 사진으로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의 깐깐함이 느껴지는 화질

XF90mm는 풀프레임용으로 설계된 135mm 렌즈보다 최단 촬영거리가 더 짧다. 보통 135mm 렌즈의 최단 촬영거리는 1m 전후지만 XF90mm는 60cm다. 따라서 피사체를 더 크고 박력 있게 담아낼 수 있다. 인물을 60cm에 놓고 찍을 일은 없지만 꽃과 같은 식물이나 피규어 같은 정물을 촬영할 때 XF90mm의 최단 촬영거리가 꽤 유용하다.   

다만 XF90mm의 압축효과는 실제 35mm 판형의 135mm 렌즈만큼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광학적으로 90mm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물론 90mm 렌즈가 나타낼 수 있는 압축효과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확연히 좁게 느껴지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 렌즈는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제공한다. 8군 11매 렌즈 구성 중 총 3매를 ED(extra low-dispersion) 렌즈로 설계해 조리개 최대 개방 시에도 초점이 맞은 구간의 선명도가 매우 우수하며 비네팅과 색수차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 조리개 값에서 이미지 전체 영역에 걸쳐 균일한 수준의 해상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이 렌즈의 특징이다. 실제로 인물을 촬영한 결과물을 100% 확대해서 살펴보면 머리카락과 같은 매우 가는 선도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최대 개방 시 극 주변부 화질이 약간 떨어지지만 눈에 띄거나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조리개날은 총 7매이며 원형으로 조여져 보케도 균일한 원형으로 맺힌다.

AF 속도도 믿을 만 하다. 새롭게 설계된 쿼드 리니어 모터는 회전력을 올려주는 4개의 자석을 장착해 정숙하면서 신속하게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준다. 후지필름에서 밝힌 최고 AF 속도는 0.14초에 불과하다. 리뷰를 위해 펌웨어 버전 4.0을 올린 X-T1을 사용했는데 연속 AF에서도 움직이는 피사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XF90mm는 렌즈 경통부에 총 7개의 씰을 장착해 각종 악천후와 먼지 속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10°C에 달하는 낮은 온도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한다. 

이런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게는 540g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일반적인 135mm F2 렌즈 보다  200~300g가량 가벼운 무게다. 최근 국내 웨딩촬영 트렌드가 야외 촬영으로 옮겨가고 있고 데이트 스냅사진을 찍는 연인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물사진을 메인으로 촬영하는 작가의 경우 XF56mm F1.2 R을 애용하는데 여기에 XF90mm를 더한다 해도 1kg이 채 되지 않는다. 야외에서 장시간 걸으며 촬영하는 인물사진 전문가에게 이와 같은 가벼운 무게는 충분히 반길만한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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