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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an 26. 2016

변화를 기록하는 변혁가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던가요. 세상이 힘들고 뒤숭숭할 때 눈에 띄는 인물이 탄생하곤 합니다. 사진가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포토저널리즘의 역사를 써 나간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 내전, 2차 세계대전 등 참혹한 현실을 사진 속에 담으며 이름을 알려나갔습니다. 그의 사진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총성 가득한 현장으로 순식간에 옮겨 놓곤 했지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촬영한 그의 흑백 사진은 지금 다시 봐도 긴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건빵 다섯 알을 한 번에 입에 넣은 것처럼 팍팍하고 숨 막히는 일상, 즐거운 일이라곤 별사탕처럼 하찮은  것뿐.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요즘 들어 사는 게 더욱 녹록지 않습니다. 당장 코앞에 놓인 개인의  삶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수 많은 상황이 하드코어 하게 굴러갑니다. 그나마 손에 쥔 카메라가 윤활유 역할을 해줍니다. 파인더를 보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니까요.


총탄이 오가고 누군가 피 흘리며 쓰러지는 전쟁 상황이 아니지만, 사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노오력’을 하지 않으면 저만치 뒤로 도태되죠. 개인의 모자람이나 잘못이라 탓하기에는 이 사회의 부정부패가 더 심각합니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죠. 그렇다고 해서 흙수저가 이 땅을 떠나는 것 조차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절망의 바닥 어디쯤을 긁으며 기어 다니고 있는 모양새일지도요.



그래요. 당장 동네 구멍가게 하나가 사라지는 건 일도 아닙니다. 비일비재하죠. 우후죽순처럼 치킨집이 늘었지만 그들이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는지는 그다지 알고 싶지 않겠지요. 우리나라가 10년 넘게 OECD국 중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장 내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한 남의 이야기겠지요. 그러나  러시안룰렛처럼 지금까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당긴 방아쇠가 언제 공이를 튕겨 총알을 찍어 누를 줄 모르죠. 총알은 ‘탕!’하고 순식간에  발사될 겁니다. 


언제까지 운이 좋으리라는 법은 없지요. 그렇다면, 한 손 권총을 들기보단 카메라를 드는 게 낫습니다. 카메라도, 권총도 모두 ‘shot'으로 완성되지만 결과는 다르지요. 세상은 분명 변합니다. 당장 오늘과 내일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변화하는 세상을 기록하는 것은 카메라를 손에 쥔 사람들의 몫입니다. 당장 로버트 카파처럼 인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그렇게까지 전투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주변의 변화를 덤덤하게 찍어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푸른 페인트가 벗겨져 녹슨 구멍가게 셔터와 불 꺼질 줄 모르는 마트의 대형 간판을 담을 수도, 새로 생긴 각종 배달 음식점과 배달원을 담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두 눈과 카메라에 담고 잊지 않을 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변화를 담은 무수한 사진이 결국 큰 변혁을 이룰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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