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JIFULM X-Pro2
올해 초 후지필름은 X-Pro2를 발표하며 전 세계 사진가의 주목을 받았다. 유일무이한 파인더 시스템은 물론 개선된 디자인과 센서 등 다양한 매력을 뽐냈기 때문. 카메라 제조 철학이 돋보이는 후지필름의 X-Pro2를 톺아봤다.
새롭게 개발된 2430만 화소 X-Trans CMOS III APS-C 센서는 지금 까지 출시된 X 시리즈 카메라 중 가장 높은 화소수를 자랑한다. 후지필름만의 무작위 컬러배열 필터는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위상차 검출 AF 성능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향상됐다. 화소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고감도 성능은 더욱 향상됐다.
새롭게 개발된 X-Processor Pro 엔진을 탑재해 처리 속도가 기존 모델 대비 약 4배 정도 빨라졌다. 이는 X-Trans CMOS III 센서 성능을 극대화시켜 빠른 반응 시간과 함께 고화질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고속 판독 기술로 기존 EVF 표시 속도(54fps)가 최대 85fps로 향상됐다. 동체 추적 시 라이브 뷰 잔상 현상이 현저히 줄었다. 또한 릴리스 후 블랙아웃 시간은 약 절반 정도 단축됐다. 압축 RAW를 지원해 RAW 데이터를 보다 쉽게 처리할 수도 있다. 고속 처리가 가능한 새로운 CPU가 탑재됐으며 내장 메모리도 증가됐다.
후지필름은 8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필름을 만들며 쌓아온 기술을 자사 디지털카메라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이다. X-Pro2에는 총 15가지 필름 모드가 탑재되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모드가 바로 새롭게 추가된 아크로스 모드다. 아크로스는 기존 디지털카메라의 흑백 모드보다 훨씬 풍부한 계조를 보여준다. 흑백사진 애호가들은 더 이상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에서 힘겹게 흑백사진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하다. 여기에 그레인 효과까지 추가돼 과거 필름 이미지를 그리워하던 유저를 만족시키고 있다. 메뉴에서 강, 약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필름과 매우 흡사한 입자감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로우로 촬영할 경우 아크로스 모드는 프로파일을 적용할 수 있지만 그레인 정도는 조절할 수 없다. 따라서 촬영한 결과물의 그레인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JPG 촬영이다. 혹은 카메라 자체에 내장된 로우파일 현상 모드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중 광학 파인더를 탑재한 카메라는 후지필름의 X-Pro시리즈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해서 X-Pro2가 광학 파인더만 탑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나 상황에 따라 전자 파인더로 전환이 가능하며 당연히 LCD를 보며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후지필름은 OVF 및 EVF의 장점을 결합하여 파인더에서 3가지 보기 옵션을 제공한다. 바디 전면에 위치한 OVF/EVF 스위치 레버를 통해 즉각적으로 파인더를 선택할 수 있다. EVF는 광학 뷰파인더에 소형 창을 동시에 표시한다. 100% 시계, 2.5배 배율 및 6배 배율까지 3가지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OVF를 통해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라도 초점, 시야각, 노출 및 화이트 밸런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MF 지원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OVF 모드에서도 수동으로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포커스 포인트가 기존 49개에서 77개로 확장됐다. 빠르고 정확한 위상차 검출 AF 화소가 촬영 영역의 약 40%를 커버한다. 따라서 움직이는 피사체 촬영 시 초점 조정 속도가 향상됐다. 카메라 뒷면에는 새로운 초점 레버를 장착해 조이스틱처럼 8방향으로 이동시켜 초점 영역을 즉각 변경할 수 있다. AF 모드에서 측거점을 이동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F 모드에서도 빠르게 표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X-Pro2는 AF뿐만 아니라 MF 촬영도 즐거운 카메라다. X-Pro2는 기존 MF 필름 카메라를 떠올리게 하는 디지털 스플릿과 초점이 맞는 이미지 부분을 색상으로 표시하는 포커스 피킹 등의 방식으로 MF를 지원한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설정할 수 있도록 모든 조작부가 오른쪽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노출 설정은 다이얼식으로 신속하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고 카메라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언제든지 다음 셔터 찬스에 대비할 수 있다. 노출 보정도 다이얼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최대 ±3 스탑(1/3 스탑 단위)까지 보정할 수 있고, 돌기형 다이얼로 손끝의 감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노출을 보정할 수 있다. C 포지션을 선택한 경우 전방 커맨드 다이얼을 사용해 최대 ±5 스탑까지 노출을 보정할 수 있다. 또한 과거 필름 카메라처럼 셔터 스피드와 ISO 다이얼이 1개로 통합됐다. 다이얼 바깥쪽을 들어 올리면 간단하게 ISO를 변경할 수 있다. 새롭게 추가된 전방 커맨드 다이얼을 사용하면 수동 또는 셔터 스피드 우선 모드에서 촬영 시 셔터 스피드 다이얼로 설정할 수 없는 중간의 셔터 스피드를 바로 고를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 모드 촬영 시 이 다이얼로 프로그램 시프트를 조작할 수도 있다.
X-Pro2는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돼 높은 신뢰성을 보여준다. 알루미늄을 조각해 만든 다이얼은 조작감이 탁월하다. 또한 61군데 실링 처리로 방진, 방습, 동결 방지 성능을 갖췄다. 데이터 저장에 높은 신뢰성을 주기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듀얼 SD 카드 슬롯이 장착되어 있다. 슬롯 1은 UHS-II 표준과 호환된다. 순차적, 백업 및 RAW/JPEG 정렬 등 3가지 기록 방법 중에서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후지필름 X-Pro2에는 내구성(최대 150,000매), 속도(최대 1/8000초) 및 동조 속도(1/250초)를 강화한 포컬 플레인 셔터가 탑재되어 있다. 또한 거의 무음으로 작동하는 전자 셔터(최대 속도 1/32000초)도 지원해 맑은 야외에서도 조리개 최대 개방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간이 지난 모든 것들을 골동품으로 배척하는 풍토가 생겼다. 유용성을 뒤로 하고 일단 오래되면 구식이니 쓰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했던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인간은 소위 말하는 ‘레트로’ 디자인을 최신 카메라에 접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본질을 무시하고 껍데기만 치장하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의 아름다웠던 유산을 재해석해 미래적으로 선보일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후지필름이다. 후지필름이 선보인 X-Pro는 마치 장인이 정성 들여 깎은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위는 파인더를 보며 구도를 잡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진가가 파인더를 먼저 확인하고 카메라를 고른다. 이때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DSLR 광학 파인더, RF 카메라 광학 파인더, 그리고 디지털 파인더다.
각각의 파인더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DSLR은 구조적 특성상 렌즈의 최대 개방 상태를 파인더로 보게 된다. 얕은 심도로 대상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피사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초점을 맞추는 피사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배경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심도 미리보기 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조리개를 많이 조인 상태에서는 파인더가 매우 어두워져 제대로 초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RF 파인더는 쉽게 말해 유리창 너머를 보는 것처럼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상태 그대로를 보며 구도를 잡고 이중상 합치 방식으로 초점을 맞춘다. 이런 특성 덕분에 렌즈 F값이 어두워도 파인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카메라에 미리 설정된 거리계를 통해 초점을 맞추는데 파인더는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심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프레임 라인은 전체 파인더가 보여주는 것보다 좁게 그려진다. 따라서 프레임 라인 안으로 다른 피사체가 돌발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원하는 피사체가 프레임 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원하는 순간에 촬영하기에도 편하다.
디지털 파인더는 DSLR 파인더와 비슷한 화면을 보여주지만 광학 파인더가 아니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셔터를 누르기 전에 결과물에 가장 근사한 상을 미리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종에 따라 디스플레이 타임 렉 때문에 움직이는 피사체를 제때 잡아내지 못할 수 있다. 후지필름이 선보인 X-Pro2는 RF 카메라의 광학식 파인더와 디지털 파인더를 상황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광학 파인더를 사용할 경우에도 초점을 맞춘 부분을 확대해 광학 파인더 우측 아래 공간에 디지털로 표시되게 할 수도 있다.
X-Pro시리즈 이전에는 미러리스 카메라에 광학 파인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러를 뺀 바디 구조상 DSLR과 같은 광학 파인더는 애초에 불가능했고 단순 RF 파인더는 AF 시스템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후지필름은 디지털 시스템을 접목한 광학 파인더를 개발해냈다. 이는 기존 디지털카메라에서 만날 수 없었던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X-Pro2의 광학 파인더는 AF는 물론 MF 촬영 시에도 빛을 발한다. 사실 아무리 AF 정확도가 높아졌다 해도 단순 유리창 같이 투명한 파인더만으로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X-Pro2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광학 파인더로 설정했다 하더라도 파인더 우측 하단에 디지털 창을 띄워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출 때에는 우측 하단에 초점을 맞출 지점을 확대 표시할 수 있다. 이때 그 확대창을 과거 필름 시대 SLR의 스플릿 스크린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혹은 컬러 피킹 기능을 통해 초점 맞은 부분에 특정 색으로 표시되게 할 수도 있다. 초점 위치를 이동하는 것도 쉬워졌다. MF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간단해지고 정확해져 어댑터를 이용해 기존 M마운트 렌즈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렌즈 후옥이 튀어나와 센서면에 가까워지는 광각 렌즈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입사각 문제 때문에 이미지 주변 화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디 후면 검지가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조이스틱 같은 초점 레버를 장착해 손쉽게 위지를 지정할 수 있다. 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버튼을 눌러줄 필요가 없이 이 레버를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 후지필름이 선보인 카메라 중에 가장 손쉽다.
최근 레트로 디자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이끌어온 브랜드가 바로 후지필름이다. 콤팩트 카메라인 X100 시리즈는 물론 렌즈 교환식 바디들도 후지필름의 손을 거치면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최근 타 브랜드에서도 레트로 디자인을 강조한 바디가 출시되고 있다.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단순히 카메라의 겉모습만 클래식하게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감도 조절 다이얼을 셔터스피드 다이얼과 합친 것은 제한된 상판 면적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과거 MF 필름 카메라에서 볼 수 있었던 디자인인데 후지필름은 이와 같은 훌륭한 유산을 디지털 시대에 접목시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외형만 클래식한 게 아니다. 기존 디지털카메라에서 만날 수 없는 필름 이미지와 흡사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추가된 아크로스(ACROS) 모드는 지금껏 수많은 디지털카메라가 보여준 흑백 모드와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컬러 이미지를 단순히 흑백으로 변환한 사진이 아니라 제대로 된 흑백 사진이기 때문이다. 과거 은염 흑백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부한 계조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랍다. 거기에 새롭게 추가된 그레인 효과 설정까지 더하면 과거에 보았던 필름 이미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 그레인 설정은 다른 필름 모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컬러 모드에서도 그 매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과거 필름을 오랜 시간 사용해왔거나 지금까지도 필름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사진가라면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기능이다. 기존 디지털 이미지가 보여주는 노이즈와는 엄연히 다른 필름만의 그레인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기능이지만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필름을 만들어온 후지필름이기에 도전하고 이뤄낸 결과다. 다만 이러한 그레인 설정은 로우 파일 촬영 시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에서 설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촬영 시 JPG 파일을 함께 촬영하거나 카메라 자체에서 지원하는 로우파일 현상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X-Pro2에는 세대가 달라진 새로운 X-Trans CMOS센서가 탑재됐다. 그동안 다양한 사진가에게 호평받아왔던 X-Trans CMOS 센서였지만 아쉬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크게 달라진 부분은 화소다. 기존 X-Trans CMOS II 센서는 1630만 화소였지만 X-Pro2에 탑재된 X-Trans CMOS III 센서는 243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 일반적으로 동일 면적에 화소를 올리면 그만큼 화소 피치가 좁아져 고감도 화질이 저하될 수 있는데 구리 배선을 활용해 새롭게 설계된 X-Trans CMOS III 센서는 오히려 고감도 성능이 더 좋아졌다. 빛이 모자란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감도를 높여 촬영해도 된다.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다. 매 컷마다 감도를 달리 해 촬영할 수도 있고 필름 현상액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에는 카메라의 사진을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SNS에 업로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많은 것을 얻은 만큼 또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직관적인 조작계라던가 소유하고 싶은 외형적 아름다움, 그리고 필름만의 감성은 디지털 시대가 되고 나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디지털의 장점을 모두 받아들이는 동시에 잃어버렸던 훌륭한 유산을 다시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카메라가 바로 X-Pro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