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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Dec 04. 2020

불타는 금요일

독서로 - 심리


불타는 금요일


오늘은 집에 조금 일찍 왔어요. 지금 시간을 보니 평소보다 한두 시간쯤 집에 일찍 도착했네요. 저는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데 적성에 맞지는 않지만 다들 그러하듯이 그냥 하고 있습니다. 그냥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참 치열했지만요. 인생에 있어서 거대한 꿈을 품고 달렸던 시간도 있었지만 누구나 다니엘이 될 수 없고 되지 못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만한 대가와 천운이 따라야 하니 저는 포기한 지 오래된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만한 재능과 능력이 없어요. 그래도 두 팔 걷어붙이고 머리 동여 매어 이 한 몸 불살라보자 했던 노력과 열정도 있었어요. 나중에는 어느 정도였냐면 서번트 증후군이 되더라도 한쪽 뇌가 월등하다면 사회성 정도는 잃어도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천재들을 지나치게 동경한 나머지 이런 위험한 생각까지 했던 거죠. 세상을 너무 획일된 모습으로만 바라봤던 시기예요. 반성하고 있어요.


왜 저는 제가 꼭 대단한 사람이 돼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어렸을 적에 받은 사랑이 너무 방대한 나머지 스스로 너무 특별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걸까요. 어렸을 적 선생님들은 왜 평범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시지 않았을까요. 저만 해도 친척 아이들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던 경험을 미루어 보아 이건 어떤 패시브 같은 건가 봐요. 그 숱한 만화 주인공들은 다 왜 이렇게 매력적인 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주인공 옆에 쩌리도 되기 힘든 게 현실인데 말이죠. 왜 저의 시선은 항상 사회에서 바라본 초라한 내 자신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쓸대 없이 심리적으로 위축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시야가 넓어지며 만난 책이 한 권 있어요. 구름 같아 잡히지 않던 두리뭉실한 생각을 현물로 내밀어주었던 책이에요. 그 후로 저는 작가님에 팬이 되어 언젠가 한 번은 꼭 만날 날을 꿈 꾸고 있어요.


이석원 작가님의 '보통의 존재'라는 책인데 너무 유명해서 다들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100%다 공감된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요. 처음에는 사랑에 관한 단상들과 우정에 관한 회고가 너무 똑같아 좋아했는데 엄마의 광적인 집착과 믿음 같은 것도 공감되더라고요.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까지 이런 이야기는 언제 한번 글로 옮겨봐야겠어요. 저를 낳기 위해 엄마와 할머니가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법을 쓰셨는지 저는 그 노력을 이루어 드리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엄마의 믿음을 계속해서 배신시켜 드리고 있지만 언젠가 엄마의 믿음이 옳았다고 여길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집에 조금 일찍 온 이유에 대해서 말하려다 말이 길어졌어요. 어머님들이 자식들 이야기할 적에 길게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이석원 작가님의 신작이 집에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받고 부랴부랴 집에 와서 기쁜 마음에 그만... 저는 주말 동안 책을 읽으며 행복한 공복을 즐기려 합니다. 많이 웃는 주말이 되기를 기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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