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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현 Nov 10. 2019

강남, 강북, 서울 그리고 스마트폰 세상

교원임용시험에 떨어졌을 때,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조그마한 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일했다. 그때 서울에서 오래 강사생활을 하셨던 분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그 학원에서 대로 하나만 건너면 강남 중에서도 최고 노른자 땅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도착했다. 선생님께서는 최고급을 코앞에서 바라보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괴리 속에서 살아가는 이 지역 아이들 정서적으로 뭔가 불안정한 느낌이라고 하셨다. 수업 태도도 안 좋고 우울하고, 노력하려고 하는 의지조차 안 보이는 것이 지역 특징이라고 하시며 학원강사생활 오래 하려면 지역을 옮기라고 충고까지 하셨다. 차라리 저 위쪽 강북 아이들이 낫다고 하셨다.


솔직히 나 같은 지방 출신의 눈에는 다 같은 서울 부자들이었다. 부모님의 경제능력이야 강남보다야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태도가 안 좋다는 것이 말이 되나? 너무 선입견이 심하신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강북을 무시하시다니 지방 출신인 나는 더욱 무시당한 듯한 느낌에 기분이 나빴다.


나는 지방 출신이다. 부모님들의 소득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 자랐다. 친구 부모님의 직업은 궁금하지도 않았다. 의사 변호사 부모님을 둔 친구는 거의 보지 못했다. 외제차는 서울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너네 아빠 차 뭐야?'라는 질문은 듣지도 하지도 않은 말이었다.


20살 때 접한 서울은 별천지였다. 압구정 백화점에서는 한알에 몇천 원짜리 초콜릿을 팔아서 충격이었고 심지어 공짜로 시식해보라며 그 비싼 것을 나누어 주셨다.  명동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도 힘들었다. 코를 풀면 콧속에 시커먼 먼지가 나왔다. 5분이면 다시 올 지하철을 놓치지 않겠다고 함께 우르르 뛰어가서 환승하는 것도 신기했다. 외국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외제차도 돌아다녔다.


서울은 화려하고 복잡하고 바빴다. 


대학생 친구들은 mcm가방을 메고 다녔다. 2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메고 다니고, 더 비싼 명품 가방도 메고 다녔다. 20만 원은 큰돈이었다. 나는 가질 수 없었다. 그 뒤로 가방만 눈에 들어왔다. 몇 달간 돈을 벌기 위해 지속하던 과외비의 일부를 모으고 았다. 디어 가방을 사려고 하자 mcm은 유행이 지났다고 했다. 더 비싼 에트로 가방이 유행이라고 했다.


교사가 되고 난 후 여자의 영원한 로망이라는 샤넬백이 갖고 싶었다. 샤넬백무 비싸기에 다른 가방을 샀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가방 구매 욕구가 충족되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를 사게 되니 비싼 가방의 세계를 더 알게 되었고 그럴수록 더 목말랐다. 소금물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마실수록  목이 탔다.


인터넷이 발달한 뒤부터 타인의 삶을 쉽게 구경한다. 타인의 화려한 삶은 나를 초라하게 하고 물질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속에서는 잘난 일반인들이 넘친다. 나 참 행복해! 난 참 많이 가지고 있어! 자랑이 넘쳐흐른다. 부러운 사람들 천지다.


김태희나 전지현이 명품 옷을 입고 있으면 들만의 화려한 세상이라 감히 내가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없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나도 손에 잡히는 느낌이었다.

구경할수록 그들이 부러웠다. 가진 물건 덕분에 그들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서 갖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다.  


타인의 잘난 점을 쉽게 구경하는 요즘, 어쩌면 전 국민이 한강 건너편에서 강남을 바라보며 결핍을 느끼는 강북 사람이 된 듯하다.


만일 내가 과연 강남이 보이는 강북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어린 나는 부모님의 경제력 결핍이 부끄러웠을까? 본인도 부자면서도 강남을 바라보고 결핍을 느끼고 사는 강북 사람이 되었을까?


소득격차가 적어 결핍을 느끼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은 분명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굳이 타인을 구경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나는 남들의 자랑에 의연한 사람이 못된다.


보여주지 않아도 별 볼일 없는 인생은 아니다. 크게 내세우게 자랑할 것 없어도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굳이 남들의 자랑에 흔들리지 말자.

 드러내지 않을 뿐 모두가 어두운 현실을 가지고 있다. 뒤틀리고 우울한 면이 있어도 결핍된 부분이 있어도 나도 가지고 있는  더 많다.


가지지 못한 것만 보이는 스마트폰 속 세상 구경을 잠시 멈추고 내 영혼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자. 겉모습에 치장하며 옷장만 배부르게 하지 말고 내가 죽을 때 기억할만한 추억을 쌓고 내 현실의 삶을 풍족하게 할 다.


(강북 비하 정말 아니에요.! 전 서울 구석에 조그마한 집도 못 사요. 기분 나쁘실 분이 계시면 미리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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