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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생 Nov 02. 2021

인간관계 필살기, 경청



10대 청소년의 자살, 20대 N수생의 자살, 사회 초년생의 자살, 한 집안의 가장의 자살 ...


이런 안타까운 사고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기괴할 정도로 높은데, 하루는 고사하고 국내에서만 한 시간에 1.5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취재할 때 언제나 유가족 및 지인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힘든 게 있으면 미리 얘기라도 좀 해주지.."

"혼자서 그 고통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참 씁쓸한 상황이지만, 이렇게 자살하거나 시도하는 사람들 중 90 % 이상은 주변에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단순히 사회로부터 격리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화목하게 잘 지내고, 친구 관계도 좋아 보이는 것 같아도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어떻게든 본인이 힘들다는 것을 조금씩 티를 내며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힘듦을 얘기해봤자 "너만 힘드냐", "어차피 그 것도 지나갈 거야 조금만 더 힘내", "나는 더 힘들어"라는 대답만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얘기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대화를 스스로 거부하게 된다. 그렇게 상황이 더욱더 악화돼서 결국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큰 문제는, 상대의 진짜 마음을 모른 채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가볍게 조언해 주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나 자살할 거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시작은 "나 요즘 힘들어", "일 그만둘까.."처럼 평범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런 작은 고민을 놓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태도,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경청의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경청을 잘만 해준다면, 상대방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런 깊은 이야기를 한 상대방은 3가지의 이로운 심리적 효과를 얻게 된다.



1. 기분이 개운해진다.

2.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에게 정서적 유대를 느껴 든든해진다.

3.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것을 자각하게 된다.



당신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얘기를 하고 나면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던 경험이라던지, 정말 복잡하기만 했던 문제의 해결책이 막 떠오르기도 한다. 단순히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혼자 고민하면 걱정만 커지고, 그러다 보면 마음에 염증이 생긴다.



단순히 '얘기해라'는 식의 강압적 태도가 아닌 부드럽게 상대의 속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청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치유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문제 상황이더라도 듣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예시를 떠올려 보자.



예시 1)

딸 : 냉장고에 있던 푸딩 어디 갔어? 아빠가 먹었지!


아빠 : 응 네 것이었니? 맛있더라


딸 : 그거 OO에서만 파는 한정판 푸딩이란 말이야! 아껴먹으려고 했는데 왜 허락도 없이 아빠 마음대로 먹어!


아빠 : 미안해. 이미 먹어버린걸 어떻게 해


딸 :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딨어? 내가 1시간 동안 기다려서 사온 거란 말이야! 아빠가 책임져!


아빠 : 아니 푸딩이 다 거기서 거기지 돈 줄 테니 더 비싼 거 사 먹어라. 그리고 그런 거면 미리 말을 해주든가. 그냥 두면 어떻게 하니?


딸 : 진짜 짜증나 됐어. 앞으로 내 물건 절대 건들지도 말고 나한테 말도 걸지 마


아빠 : 그래 앞으로 용돈도 네가 직접 벌어 써 그럼!



이미 먹어버린 푸딩, 사실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리고 아빠는 먼저 사과까지 했지만, 상황은 어떻게 개선하면 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



이 대화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아빠의 경청 스킬을 높인 예시이다.



예시 2)

딸 : 냉장고에 있던 푸딩 어디 갔어? 아빠가 먹었지!


아빠 : 응 네 것이었니? 맛있더라


딸 : 그거 OO에서만 파는 한정판 푸딩이란 말이야! 아껴먹으려고 했는데 왜 허락도 없이 아빠 마음대로 먹어!


아빠 : 미안해. 그게 그렇게 소중한 푸딩인지 몰랐네.


딸 : 내가 그 지역까지 가서 1시간 동안 기다려서 사온 거란 말이야! 아빠가 책임져!


아빠 : 그렇게 힘들게 사 온걸 아빠가 먹어버려서 너무 속상하겠네. 정말 미안해. 아빠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딸 : 뭘 어떻게 해 이미 먹어버린걸. 어쩔 수 없지. 앞으로 내가 사온거 함부로 건들지 마.


아빠 : 그래 주의할게. 우리 딸, 후식으로 아빠가 디저트 사줄까?


딸 : 응 좋아. OO카페에서 내가 배달시킬게! 아빤 뭐 먹을래?



같은 상황이지만, 분명히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후자의 경우 딸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방지했고 오히려 한층 더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두 대화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어쩔 수 없었다며 상황을 무마하려 함 <->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함

2) 해결책만 제시함 <-> 어쩌면 좋을지 딸의 의향을 물어봄

3) 딸을 오히려 질책함 <-> 딸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줌



이런 유사한 상황에서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식만 훈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는 결코 좋은 자녀교육 방식이 아니다.



누군가는 후자의 사례를 보고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저렇게 오냐오냐 하면 더 버릇이 없어지진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경청이 동반된 부드러운 소통 방식은 이후 교육적인 대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감정이 격앙된 상태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효율성이 0 % 도 아니고 마이너스이다. 일단 잘못을 인정하고, 최대한 자녀의 감정이 다치지 않은 채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둘 다 차분한 상태로 '다음번에 소중한 물건이 있으면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화를 냈던 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앞으로 더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주위에 내 말을 잘 들어주는 한 사람의 존재가 우리의 행복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나는 경청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각종 범죄, 자살, 우울 등의 큰 문제 대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잘 듣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경청 시리즈를 연재할 테니 끝까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다음 글 예고 

: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한 7가지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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