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생 Nov 28. 2021

상대를 이해한다는 착각


당신은 분명 도저히 행동이나 말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어떻게 생각했는가? '저 사람은 나랑 안 맞아', '쟤는 진짜 특이해'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오직 자신의 성향과 경험에 상대방의 행동을 투여한다. 즉, 내 1인칭 시점으로만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방식이 결국 주변에 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만 남아있게 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과거 내가 저질렀던 실수를 하는 상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상대방은 우리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저 땐 다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였어'라고 말하며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뿐이다. 이걸 과연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라고 할 수 있을까.



1인칭 시점으로만 갖고 사람들을 판단하다 보면, 분명 어떤 유형의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특히 팀 활동, 직장생활을 함께 하는 경우 이해가 안 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난 저 때 안 그랬는데', '저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하면서 말이다. 그런 경우 우리는 보통 참거나 싸우거나 혹은 체념한다. 난 이 모든 방법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힘듦을 어떤 방법을 받아들이냐의 차이일 뿐이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부분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내 자신이 정말 그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힘들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면 된다. 사람에 대한 진짜 이해를 하기 시작하고, 그 폭이 넓어지면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질 일이 없어진다. 이를 위해선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들을 장착해야 한다.





최근 핫한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어떤 이들은 이 분류 행위 자체에 굉장히 큰 거부감을 느낀다. 그들은 사실 MBTI가 과학적인 성격 유형 검사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고결한 자기 자신을 텍스트로 구분 지어 버리는 행위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고결하고 유일무이하다는 착각은 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나와 다른 성별,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나와 다른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펴서 사람에 대해 공부했다. 


앞서 말한 MBTI도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꽤 시간을 들여 공부한 것 중 하나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 안다고 모든 사람들에 대해 알 순 없지만, 책 속에는 마치 MBTI처럼 사람의 속성을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존재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호의가 아니라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 상대 맞춤형 배려를 하려고 노력한다.



-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최근에 낸 성과를 자랑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최대한 조언을 주려는 사람이 있다. '인정욕', '지배욕'이 많은 이 사람에게 나는 아낌없이 인정해주고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며 관계를 형성해간다. 이런 사람들의 MBTI는 주로 EST? 일 확률이 높다.


- 항상 눈치를 보고 내 주장 보단 남의 의견에만 수동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어릴 적 부모에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학창 시절 인간관계에 대한 큰 트라우마가 있을 확률이 크다. 이 사람에게 나는 사소한 것 하나에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잘 한 부분을 찾아 칭찬해준다.


- 항상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신상품이 있으면 꼭 구경을 하러 가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탐색하며 즐거움을 얻는 이런 사람에게는 내가 갔던 카페, 음식점을 추천해주거나 그 사람이 경험했던 것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등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상대에 대한 분석과 맞춤형 배려는 이제 상당히 빠르게 판단이 되고, 그에 맞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분명 아직도 서툰 부분이 있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노력하고 있다.


나는 사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생기는 갈등,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내 이해 범주 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누군가를 만나면, 화가 나기 보단 오히려 흥미가 돋는다. 혼자 깊게 그 행동에 대해 고찰해보고, 필요하다면 관련된 책을 찾아 공부한다.


내가 판단한 상대에 대한 모든 성질은 당연히 틀릴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공부하더라도 상대방을 완전히 분석하고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처음 본 상대에게 오직 자신의 관점 한 가지만 갖고 있는 것보단 좋은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한 가지 도구만 갖고 게임을 하는 것보단, 나에게 잘 맞는 여러 가지 도구를 조합하며 활용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훨씬 더 진행이 잘 되는 것처럼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게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 한 권 더 골라보러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조회수 2만 게시글을 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