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메타인지, 생각의 기술 - 오봉근 (1)
난 평소 사람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독서도 좋아한다. 때문에 독서모임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지역 모임에도 참여하고, 나와 함께 일하는 분들과도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한다. 굳이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너무나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독서모임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을 한다.
내가 지금까지 독서모임에 참석했던 목적을 떠올려본다면, 그 대화를 나누는 시간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고 내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유형의 사람을 만나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주로 즐겨 읽는 책이 뇌과학이나 심리학 이런 거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이번엔 무려 20만 원을 투자하면서까지, 게다가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강남까지 가서 독서모임에 참석한다. 여기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난 사업을 하고 있고, 지난 2년간 순탄하게 성장을 이뤄왔다. 굉장히 작은 파이의 시장 속에서 나름 업계 1위를 달성했고 SNS 팔로워도 바이럴만으로 1.3만을 달성했다. 그동안은 스스로의 감각과 서점에 놓여있던 책들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친한 사업가 친구 한두 명을 제외하곤 사업을 위한 별다른 네트워킹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꾸준히 잘 성장했고, 분명 올해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혹은 내 재능을 200% 살릴 무언가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렇게 호기롭게 도전한 대부분의 것들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렇게 한 문제를 이렇게나 오랜 시간 붙잡고 있느 것도 매우 오랜만인 것 같다. 너무나 크고 단단한 벽이 눈앞에 있는데, 내 손엔 조그마한 고무 망치가 들려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 사업을 더 크게 성장시키거나 혹은 또 다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돌파구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었다. 직접적인 해답이 없더라도 삶을 나보다 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배울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예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던 한 독서모임 플랫폼에 들어가 즉시 모임에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메타인지'라는 주제도 마음에 들었고, 클럽장님의 유튜브를 통해 느껴진 인품과 지혜가 상당히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그래서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신청을 넣었다.
장점
: 메타인지라는 주제 하나를 놓고 엮인 책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의 더 근본적인 사고 과정을 다루는 <생각에 관한 생각>, <인간 본성의 법칙>, <클루지> 이런 책들만 보다가 실전적인 책을 보니 나름 재밌게 읽었다.
내가 아는 걸 알고, 내가 모르는 것도 무엇인지 아는 메타인지를 기르기 위해 참 많이 노력하고 있다. 컨설팅을 하면서도 항상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아는 것을 안다'라고 하는 것조차 구조화를 해서 인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누군가는 지하철 손잡이를 보고 '저건 손잡이'라고만 인지를 한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손잡이 하나를 보고 '손에 직접 닿는 플라스틱 부분 ' / 이음새 / 봉까지 이어지는 스트랩' 이렇게 3가지로 구분하여 인지한다.
나는 이걸 node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다. 과거 연구실 생활을 했을 때, node가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훨씬 정확히 뽑아내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 '왜 아깝게 배운 걸 버리냐'라고 했지만 난 그때 배운 수많은 것들을 지금도 유용하게 잘 써먹고 있다.
단점
: AI랑 굳이 엮어서 얘기를 해야 했을까 싶다.
단순히 메타인지만 놓고 얘기하는 것보단, 당시에 핫한 키워드였던 AI와 접목한 것은 좋은 판매 전략이 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이 되었던 20년대 말과 지금의 AI는 아마도 많이 다른 것으로 안다. 3년 전쯤 까지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예술계 쪽은 AI가 발전해도 굳건할 것이라 했지만 이미 AI가 만든 그림이 대회 1등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분이면 가입하는 ChatGPT에서는 주제를 던져주면 에세이까지 써주곤 한다. 일부 영어권 국가에서는 ChatGPT를 학교에서 이용 금지를 시켜버렸다. 이 AI가 애들 숙제를 대신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예측을 우습게 빗겨나고 있는 AI라는 주제는 분명 휘발성이 강하다. 그때의 AI를 기준점으로 잡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듯한 내용,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클럽의 취지, 그리고 클럽장님의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보고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첫 모임 때 클럽장님, 그리고 함께 하는 클럽원분들을 보고 '정말 하길 잘 했다' 느꼈다.
처음 만남이라 다소 어색한 분위기는 있었기에 클럽장님의 주도하에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러면서 클럽원들의 이야기, 상황을 듣고 한 마디 한 마디씩 해주는 클럽장님의 말에는 상당한 내공이 느껴졌다. 이 모임 참여비를 회당 5만 원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런 클럽장님과 함께 하는 게 당연히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기회가 되면 내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나아가 유통과 관련된 클럽장님의 노하우를 배워보고 싶어졌다.
클럽원 A는 20년간 맥주집을 운영한다고 하셨다. 그 이력 하나만 듣고도 놀랐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장사를 꾸준히 하면서 동시에 이런 모임까지 참석을 하시는 것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참석하기도 참 어려운 시간이셨을 것 같은데, 그렇게 장사를 이어나간 꾸준함과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는 의지를 본받고 싶다.
클럽원 B는 스타트업 회사를 나와 자기만의 마라톤 사업을 꾸렸다. 나도 얼마 전 10km 짜리 마라톤에도 참가하고 평소 러닝을 즐기고 있어서 상당히 관심이 갔다. 마라톤 참가하면서 머릿속으로 매출과 순수익을 계산해 보며 '나쁘지 않네?'했었는데 그걸 실제로 하시는 분을 만난 게 신기했다. 그리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다 보면, 정말 메타인지가 잘 되시는 분이라는 게 많이 느껴진 것 같다.
클럽원 C는 영어 선생님이자 공방까지 운영하는 분이었다. 참 내가 부러워하는 능력을 많이 갖고 계신 분이었다. 아나운서 재질에 에세이까지 출판하실 정도로 실력이 있으신 분이다. 똑똑하고 영어 잘하는 사람이 난 너무 부럽다. 내 숙제 짝꿍님이기도 한데, 이미 가장 먼저 숙제를 해주신 걸 보니 앞으로 벌금 걱정은 없겠다.
클럽원 D는 미친 실행력을 갖고 있다.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 한 마케팅 회사에서 2년간 근무하며 기본기를 다졌고 나오자마자 바로 실행, 그리고 성과까지 내며 수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무려 대학생이다. 실행만 하거나 자기 계발만 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방구석에서 몽상만 하는 사람들 정말 많이 봤는데, 그런 상상들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참 멋있었다. 가장 잠재력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클럽원 E는 음식점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 먼 거리에서 어떻게 이곳까지 오신 건지 매우 놀랐고, 그 거리를 택시로 올 있는 재력에 놀랐다. 이사 오기 전에 멀다고 이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던 과거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나도 먹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맛집도 많이 가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프랜차이즈화까지 하신다고 하니,, 엄청나다. 그리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자기 분야에 대한 장인 정신이 느껴져서 정말 멋있었다.
이런 엄청난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배울 점이 정말 많은 것 같아서 4주라는 시간이 벌써 부족한 것 같다.
이런 모임에 들어왔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도 이 분들 못지않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해보자. 아자자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