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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온라인에 글을 쓰는가

나의 부족함을 알기 위해 쓴다

by 이지안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을 보며 나는 왜 온라인에 글을 쓰고 SNS를 할까 생각해보게 됐다.


1.

내가 글을 쓰는 1차 목적은 '정리'다. 하루에도 수 많은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생각은 산발적이고 때때로 뒤엉켜 있다. 아무리 옷장에 옷이 많아도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찾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정보를 접하고 번뜩이는 생각을 떠올려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꺼내 쓰지 못한다. 나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출력하는 AI가 아니니까. 최대한 메모하고 자주 써야 휘발되는 생각을 겨우 붙잡을 수 있다.


2.

나는 글쓰기만큼 한 사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한 편의 글에서 드러난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이 있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다. 글을 많이 쓸수록 자신의 다양한 강점을 드러낼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약점 또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나는 온라인에 쓰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리스크를 늘리는 행동이라고 본다. 아무 글도 안 쓰면 공격받을 가능성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고 노출시키는 것 만으로 누군가에게 공격받을 일말의 가능성이 생긴다. 서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지기에 내가 아무리 맞다고 주장해도,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은 틀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3.

하지만 내 약점과 무지함이 드러날 수 있기에 글을 쓴다. 그리고 노출시킨다. 다른 관점과 충돌하면 그 충돌을 통해 내 관점의 부족함을 알면 된다. '내가 많이 안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다'라는 가끔식 튀어나오려는 비대해진 자아만 조심하면 된다. 그럴 때는 '나는 아직 조팝이다'를 속으로 백번 외치고 내가 아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많이 부끄러워지고 '아직 멀었다' 모드가 발동되어 한없이 겸손해진다. 그리고 다시 배우게 된다.


4.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나의 부족함을 알기 위해서'이다. 더 많은 부족함을 드러내야 고치고 나아질 수 있으니까. '혹시 내가 헛소리하는 거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매번 하면서도 용기를 내어서 쓴다. 아직도 배울 게 많고 고칠 게 많은데 '내가 뭐라고' 완벽한 생각을 하고 완벽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그 자체로 과욕이다. 적당히 부족한 생각과 글을 쓰고 계속 고쳐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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