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님의 <커넥팅>을 읽고
원래도 SNS를 통해 신수정 님이 올려주는 글을 읽고 있었다. 책 <커넥팅>은 평소에 SNS에 올렸던 글을 수정•보완한 글과 새롭게 쓴 글이 함께 묶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에는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팁이 가득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조언을 자연스럽게 내 상황에 대입하게 된다. '저자는 A를 권하는데 현재 나는 현재 어떻게 하고 있지?', '현재 나는 B가 약한데 앞으로는 이런 점을 보완하고 발전시켜야겠구나'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인상 깊었던 조언, 반성했던 점,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Input만 하지 말고 Output을 만들어라
원래는 글을 자주 썼지만 최근에는 아무런 글도 적지 않고 있다. 육아로 인한 절대적인 시간 부족이 첫 번째 원인이다. 하지만 글을 쓰려면 각 잡고 써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책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잘하려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가 아예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볍게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래서 뭔가 인사이트 있는 글을 적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책을 읽고 난 감상을 가벼운 마음으로 적고 있다. 이번 글 자체가 아웃풋을 만들라는 조언에 자극받아 시작한 셈이다.
2. 결과(Outcome)에서 시작하라
'도착점에서 시작하라' 원래 일을 할 때 항상 마음에 새겨놓고 하던 나름의 원칙이었다. 실제로 이 원칙을 통해 한동안 좋은 성과를 냈다.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 출발점이 아니라 내가 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도착해야 하는 지점, 즉 도착점부터 먼저 생각했다. 만들어야 하는 산출물의 이미지와 결과물을 생각하고, 그 결과를 현실화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역산해서 과제를 구체화하고 실행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이 원칙을 잊고 있었다. 새로운 업무를 맡은 초반에는 그런 원칙을 생각하고 실행할 여유가 없었다. 일이 손에 붙은 다음에는 마음이 느슨해져서,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이 일을 통해 만들어내려는 최종적인 가치는 무엇이지?'를 먼저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주어지는 일을 적당히 쳐내는 정도에서 업무를 했다. 업무 몰입도, 긴장감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지금은 잠시 일을 쉬고 있지만 내년에 일을 다시 시작하면 이 원칙부터 단단히 마음에 새기고 업무를 해야겠다. 예전에 그러했듯 말이다.
3. 약한 연결(Weak tie)을 도모하라
이미 약한 연결 덕을 많이 보았다. SNS에 올린 조직문화 글이 바이럴 되어 출판사 대표님 눈에 띄었다. 덕분에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SNS를 통해 연결된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외부 커뮤니티(HR 모임, 독서모임)를 통해 새로운 자극과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약한 연결의 힘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한동안은 약한 연결을 유지하거나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SNS에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SNS를 통해 많은 이득을 얻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있었다. 어느 순간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있었다. SNS에는 좋은 정보도 많았지만 불필요한 정보도 많았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바뀌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광고가 지나치게 많이 떴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게 됐고 SNS에 접속하는 시간 자체가 줄었다.
글을 올리는 순간 필연적으로 좋아요, 댓글 같은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나의 생각을 알리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소모되는 정신 에너지와 새롭게 발생하는 연결의 힘. 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감을 가져갈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4. 대기업 직장인은 논리력, 조직의 메커니즘은 잘 알지만 사업적 관점에서 보는 것은 약하다.
책에서는 대기업에서 일할 때의 장/단점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서 일할 때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대기업에 속해 있어 저자의 말하는 대기업에서 일할 때의 장단점에 매우 공감했다.
가장 뜨끔했던 건 '대기업에 일하면 논리력이나 조직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업 관점에서 보는 시야는 약하다'이다.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 관점에서 생각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기보다 당장 하고 있는 일, 직속 상사에게 받는 평가를 중시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업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당장 떨어진 업무를 처리하느라 비즈니스 관점, 경영진 관점에서 생각하는 힘은 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영업/마케팅처럼 사업과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직무가 아니다 보니 노력하지 않으면 사업에 대한 감각이 더 떨어지기 쉽다. 내년에 다시 일을 시작하면 사업적인 관점에서 일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