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달살기 세번째 이야기
발리에 출국할때 면세점에서 목걸이를 샀다.
곳곳에 다이아가 박히고 세공이 정교하게 되어서 줄부터 팬던트까지 엄청나게 반짝여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목걸이었다.
유명 연예인이 엠버서더로 활동하면서 각종 시상식이나 외국 여행을 갔을때 데일리로 하고 다니는 것을 은근슬쩍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 홍보하기도 했고,
또 내가 한때 목걸이를 사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때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명품 목걸이란 목걸이는 다 차보면서 가장 내 이미지와 피부톤에 맞는 목걸이를 골라봤을때 원픽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이 한국 백화점에서 약 500만원 정도 했고, 그래서 휴직을 앞두고는 선뜻 사지 못했었다.
곧 복직도 앞두고 있겠다 해외 갈일도 있겠다 이번엔 꼭 질러버려야겠다 싶다가
결국 롯데면세점 페이백 이벤트를 한다기에 카드까지 만들어가면서 출국 이틀전날, 오프라인 면세점에 가서 구매했다
페이백 까지 고려하면 관세를 신고하더라도 시중보다 약 8~90만원 가량 싸게 사는 거라서 이번이 기회다 싶었고
이번에 안사면 또 몇달 몇년간 목걸이 노래를 부르고 다닐게 뻔했다.
출국날 드디어 면세품을 수령했고, 내 품안에 들어온 목걸이 상자를 고이고이 품안에 들고 돌아다니다 출국 게이트 앞에서 상자를 열었다.
액체가 아니어서 비행기 전 개봉, 착용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는 이 목걸이를 당장 차고 발리에 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상자를 열고, 꽁꽁 싸 놓은 비닐을 떼자마자 마주한 ‘나의 목걸이’는 참으로 반짝이고 영롱했다.
내 나이쯤 되니 친구 선후배들이 다들 명품 목걸이를 하나둘씩 사서 차고 다녔다.
유명한 반클xx, 샤x, 불가x 등등 오육백만원이 넘는 목걸이들을 매일 문신처럼 차고 다니는 그녀들을 보면서 ‘아 나도 이 나이엔 저런 목걸이 정도는 하나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고
매일 차고 다니는 20만원 짜리 목걸이가 너무 보잘것 없어보였다.
목걸이 그 자체가 예쁘기도 하지만 소유 그 자체보다, ‘아 나도 이제 친구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겠다’ 라는
지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에 목걸이가 내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발리에 왔다.
그런데, 한달 살기를 하면서 이틀 삼일,. 일주일.. 이주일.. 지나면 지날수록 목걸이가 짐이 되는 것 같았다.
고가의 물건이라 호텔에 놔두기 보다는 항상 하고 다녀야 할 것 같은데 또 매일 하고 다니자니 땀이나 수영장물에 닿기에는 무섭고..
혹시 뛰거나 격하게 놀다가 갑자기 어디에 잃어버릴까봐 무섭고 전전긍긍이었다.
내가 목걸이를 차고 다니는게 아니라 이건 마치 목걸이가 나를 끌고 다니는 꼴이었고, 이런 생각이 든는 소비는 결국 내가 감당할 수준의 소비는 아니었던 것이다.
더 허탈했던 것은 한국과는 다르게, 목걸이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주변에 눈씻고 찾아봐도 명품 목걸이를 한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워낙 ‘목걸이 병’에 걸린지 오래되어서 왠만한 브랜드는 멀리서 실루엣만 보아도 어느 브랜드인지 척보면 척인 나였는데..
한달 여행중 어느 고급 호텔에서 50~60대 정도 되어보이는 서양 중년 여성이 반클리프 오닉스를 찬 것을 딱 한번 본것 외에는,
다들 자신에 맞는 개성있는 악세사리, 어디서 산지 모르는 유니크한 악세사리를 한 사람들 밖에 없었다.
속상했다. 그때부터 ‘괜히 샀나’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면서 카드값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길리메노섬에 들어갔을때 목걸이를 손 가득히 들고 다니는 어떤 아저씨에게 못난이 진주가 하나 달린 비즈 목걸이를 한화 약 8500원 정도 주고 샀는데
그 목걸이가 내 피부톤과 이미지에 더 잘맞고, 더 의미있는 느낌이어서 애착이 갔다.
결국 나는 내가 사고 싶어서 무언가를 사는 ‘나를 위한,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사회에 보여지기 위하고 뽐내기 위한 남들을 위한 소비’를 해왔었던 것이다.
이 나이때는 뭘 해야해 , 어것 정도는 차고 다녀야 무시를 안받지, 이 정도 차는 타야해, 이 정도 동네에는 살아야지~ 하는
누가 정해놓은지도 모르는 사회적인 무언의 압박 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것을 사고 사치부리고, 감당하지 못할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오고 있었다.
늘 허우적 거리며 못가진 것을 가지기 위해서 내 소득을 부족해하고, 내 부모를, 내 배경을, 내 능력을 부족해 하며 살아왔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채..
남들의 시선과 정해놓은 집단적인 규율이 없는 곳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자유로웠다.
평생 이렇게만 살수 있다면, 소득이 적건 내가 무슨일을 하건 어떻게 입고 어디에 살건 내가 나를 더이상 부족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여행 막바지 무렾, 한국으로 돌아올 날이 다가오자 내가 산 목걸이가 마치 단단히 매어진 개의 목줄처럼 나를 다시 이끌며
넌 벗어날 수 없다고, 다시 그 삶속으로 들어가라고 이끄는 느낌이 들어서 숨이 막히는것 같았다.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그 줄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뛰어놀면서
아-나는 자유롭구나, 내가 그동안 바보같은 삶을 살았구나 라며 기뻐하던, 마당에 묶인 목줄 달린 개 였음을 깨닫자 마음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