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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Aug 05. 2024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정신과 진단서 받고 휴직, 그리고 복직까지

7개월간의 휴식이 끝나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쉴때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우울증이 심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줄 알았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웠다.

나를 이렇게 만든 그 사람을 저주했고, 내 운명을 비관했고,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내 모든 몸과 마음을 잠식해서 일상생활에 너무나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더 날카롭고 예민해진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내 스스로에게도 많은 상처를 입혔으며,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많이 했다. 그 행동과 생각이 더 안좋은 일들을 소용돌이처럼 불러일어왔고 고장난 차가 급발진 하듯 지옥으로 내달리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행이도, 좋은 정신과 선생님을 만나 - 아마 이 분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숨쉬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상담을 받고 동시에 문제의 근원이던 직장을 잠시 떠나있게 되었고 누구에게나 쉬이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감사하게도 누릴 수 있었다.


쉬고 나서 처음 한달간은 많이 아팠다.

마음이 아픈것도 여전했지만, 특히 몸이 아팠다. 10년간의 쉬지 않은 노동에서 알게 모르게 누적된 피로 때문이었는지 마치 몸살이 걸린것처럼 한달 내내 앓았다. 

Sound body, sound mind 라고 몸이 아프면 생각까지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한달간 내가 기대했던 수준으로 치유되기보다 똑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울타리 속에서 헤멨다. 


그러다 한달이 지난 후, 옆집 아줌마랑 벽간 소음으로 복도에서 큰소리를 내며 싸운 날이 있었다.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세상에 대한 내 한을 풀듯 그 아줌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 아줌마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집을 나와 볼일을 보러 운전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그렇게 아끼던 내 차 오른쪽이 모두 뜯겨져 나갔다. 오른쪽 휀다, 범퍼, 사이드미러, 앞문, 뒷문 그리고 뒷범퍼까지.. 전부 교체하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흉측하게 차가 박살났다.

수리비는 보험처리를 했지만 천만원 이상이 나왔고, 보험사에서 청구를 받는 것도 큰 일이었다. 


안좋은 일은 겹쳐서 일어나는구나. 내 재앙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어디까지 내가 더 추락해야 괜찮아 지는걸까 라고 생각하며 하루종일 집에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울면서 온 세상의 신이자 우주에게 기도했다. 이렇게 살게 할거면 그냥 나 그만살게 해달라고, 너무 힘들고 외롭고 지쳐서 더이상 못살겠으니 당신들이 나에게 생명을 주신거면 조금이라도 인간처럼 살게 해달라고 밤새 기도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게 없고, 사고 수습도 남아있고, 내 주변도 그대로인데 갑자기 나 혼자만 바뀌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매일 부정적인 생각만 들던 내가, 갑자기 세상이 긍정적이게 보이기 시작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사고에서 몸이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이 사고로 큰 액땜을 해서 앞으로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너무 신기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내 생각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생각이 바뀌니, 매일이 즐거웠다. 웃는 얼굴로 이웃과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고, 길가다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흠뻑 웃음지어 줄수 있었고, 도로에서 천천히 가는 차들이나 사람들 (예전같으면 짜증팍 내면서 앞질러 갔을것이다)에게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전히 하루가 있는것에 감사했고, 잠을 충분히 잘 잘수 있었음에 감사했고, 이렇게 쉴 수 있음에 감사했고, 무언가를 배울 의지와 여유가 있음에 감사했고, 대단하진 않아도 내가 가진 배경과 재력에 감사했고, 내 주변에 있어주는 친구들이 감사했다.


갑자기 더이상 누군가에게 화내고 짜증내지 말아야 겠다고 진심으로 다짐하게 되었고, 다짐은 200일이 지난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으며,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내 삶 그자체로 큰 만족과 행복감을 하루하루 느낄 수 있었다.


매일매일이 기쁨의 연속이었다. 미칠듯한 기쁨이 아니라 매일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내 루틴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찬 기쁨이었다.


생각이 바뀌니 약을 금방 끊었다. 약을 끊으니 몸도 더 가벼워졌다. 선순환의 고리였다.

그렇게 칠개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회사에 갈 시간이 돌아왔고, 쉬면서 생긴 마음속의 단단함이 이제는 그곳에 다시 돌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휴직 기간 중,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좀 더 멀리서 떨어져서 그 세계와 집단을 바라볼 수 있었다.

여러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며 나의 세계관을 넓혔고, 난 더이상 내 스스로가 불쌍하지 않게 되었다


운동하는 삶이 얼마나 큰 기쁨과 충만함을 가져다 주는지 알게되었다.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의미없는 수다를 떨면서 보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매일 운동을 하고 무언가를 하루하루 성취하는 삶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자존감을 높여주는 경험을 선사하는지 깨달았고 운동 자체를 어쩌면 평생의 습관으로 들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원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내 스스로 원하는 삶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고, 쉬면서 그리고 한달간의 발리 여행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정의했다

답답하고 갑갑한 현실속에 다시 걸어들어 왔지만, 그 속에서 나를 지키고 만족할 수 있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예전에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들이 참으로 사소해보인다.


가장 중요하게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함부로 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타인에게 상처입히면서 사는 것이 숨쉬듯 자연스러울 때가 있었다. 일을 하거나 아니면 일상속의 필요한 것들을 처리할때, 답답하거나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때 타인들에게 식칼처럼 서늘한 말들을 맘대로 내뱉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았다. 그러면 결국엔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인과응보처럼 그 업보가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세상을 좀더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더이상 비관적인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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