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계획 홍콩 여행_홍콩에 빠지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즐겁기만 할까?

by 느긋햇설

본격적인 여행을 하기 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시작하기 전까지는 모두 즐거운 것일까요?

저는 모든 것이 즐거운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저의 홍콩 여행의 시작은 전체적으로 보면 즐겁지 않았지만, 즐거움으로 이겨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왜 여행의 시작 전부터 즐겁지 않았다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드시나요? 차근차근 적어나가 볼게요.



1. 겨울 추위 속에 버스를 잘못 타서 도로 한가운데 내리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차편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30분마다 한 대씩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고 터미널은 이름만 터미널이지 가는 지역은 정말 없습니다. 인천공항의 아침 비행기를 타려면 전날 출발하는 방법 밖에 없는 차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홍콩 비행 편 첫 비행시간은 오전 9시입니다. 홍콩을 일찍 가서 즐기려면 최선의 비행 편이었죠. 그래서 동생과 저는 전날 밤 미리 인천 공항에 가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대한 공항에 늦게 가려면 막차를 타야 하는 막차도 저녁에만 있어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서 막차를 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밤샘을 정말 못하는 저였기에 최대한 공항에 늦게 도착하려고 별별 방법을 다 찾아보았습니다. 호텔도 검색하고 공항 안 호텔도 검색하고 맥도날드 24시간도 찾아보고, 결론은 막차를 타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철을 타고 내려서 다른 지역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사실 제대로 보지 않고 탄 저의 잘못도 있습니다. 작은 동네였기에 시내버스가 무조건 터미널로 간다고 생각하고 올라탔는데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더니 점점 시골 동네가 보였습니다. 동생과 눈이 마주친 저는 동공지진으로 얼른 하차벨을 누른 후 내렸습니다. 1월 한 겨울이었는데 패딩 맡기는 거 돈 아깝다고 패딩도 안 입고 후드집업만 걸친 채 도로 버스 정류장에 캐리어와 텅그리 남겨졌습니다.


이땐 그야말로 멘붕이라는 단어 밖에 설명이 안될 거 같아요. 급히 택시를 잡았는데 택시가 하나도 배차가 안되고 날은 춥고 언니가 돼가지고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공항행 버스 놓칠까 봐 발만 동동 구르다가, 지도에 터미널행 버스가 10분 뒤에 도착한다고 표시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반대편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냥 동생이랑 얼굴 보면서 웃음 밖에 안 나왔습니다. 행복한 웃음이 아닌 어이가 없어서 웃는 웃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 멀리 버스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버스가 반가웠습니다. 기사님께 인사 후 자리 잡고 앉아서 가다 보니 '다음 정류장은 터미널'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이제 한시름 놓고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2. 인천 공항에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다.

인천공항행 버스에 캐리어를 싣고 출발을 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도착 시간이 오후 10시 정도였고 주말에 교통 혼잡도를 생각하면 더 늦게 도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갔습니다. 공항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싶었기에 제발 차 막혀라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 데 벌써 중간 정류장인 김포공항에 도착을 한 것이에요? 이게 무슨 일이죠? 여기서 다시 한번 동생과 눈 마주치고 동공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와 큰일 났는데?" 이 말만 되풀이하기를 수 백번. 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1시간 40분 정도가 되었을까요? '이번 정류장은 인천공한 제1 터미널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저의 귓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네. 그렇게 1시간 40분 만에 인천 공항에 도착을 했고 머리를 재빠르게 굴려보자 무려 8시간 동안이나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푹 잘 시간인 한밤중에 8시간 공항 노숙이라. 모든 것이 처음이라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홍콩 여행이 정말 재밌으려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겠죠?


3. 이른 새벽 체크인 전쟁을 하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디저트도 먹어보고 넷플릭스랑 유튜브도 보고 잠깐 앉아서 선잠도 자고 화장을 하다 보니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올해 초에 릴스랑 숏츠에서 현 아침 시각 인천공항 상황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람이 엄청 많이 줄 서서 기다리는 영상을 되게 많이 보았습니다. 설마 이게 진짜겠어? 하면서도 그래도 진짜면 큰일 나니까 여유 있게 새벽 5시쯤 체크인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근데 정말 진짜였습니다. 체크인은 오픈 전인데 벌써부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이번 홍콩 편은 비상구 좌석을 예매해서 셀프로 체크인을 하지 못해서 카운터로 갔는데 줄이 혼잡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체크인 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처음 봐서 동생과 눈 마주치고 또 동공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벌써 세 번째 동공 지진입니다.

그래도 예상한 시간보다는 사람이 빨리빨리 줄어서 늦지 않게 체크인을 완료하고 짐도 붙이고 보안 검사도 통과했습니다. 이젠 여유만 가득했습니다.




홍콩 출발 전부터 큰 일 3가지를 겪으니 즐거움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생이랑 장난치면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여행의 설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홍콩 도착해서 숙소 가기 전까지 설렘이 없었어요) 여하튼 여행의 시작이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홍콩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비행기 타기 전에 먹은 쌀국수가 정말 맛있었고 해가 떠오르는 것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이 된 인천공항

어쩌면 시작 전에 즐거움과 설렘이 없으면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더 큰 즐거움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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