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더(Hoarder) 챕터1 크리스마스

챕터1 크리스마스 트리(6살)

by 이지혜Emily

챕터1 크리스마스 트리(6살)


나는 평소처럼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여섯 살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내게 완전히 다른,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건 소용없는 그런 평생의 기념일이 되었다.

우리 집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세계가 있었다. 아버지. 이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거친 말투에 야생의 눈빛, 담배 냄새, TV 소리, 잔뜩 불만을 품은 요구들 섬뜩하고 말도 안되는 윽박지름이 그것이었다. 한편 또 다른 세계도 이미 그곳에 있었다. 선하지만 늘 비겁한 두려움, 권위에 복종하며 에둘러 논조를 낮추고 말끝을 흐리는 말투, 성적 관심이 요사스러운 어머니의 세계였다. 사나운 윽박지름과 조용한 비명, 어두운 폭력이 존재했지만 내게는 아늑한 집이었다.

아버지: (트리를 보더니 놀래가지고는) “이게 뭐여?”

어머니: “오다가 트리하기에 딱 좋아보이는 작은 소나무 하나가 쓰러져 있길래 가져왔죠. 마침, 거기 한 아저씨가 있길래 이 나무 좀 트리하러 가지고 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얼른 도와줘서 트리하기 딱 좋다고 집까지 낑낑대고 가져와서 지혜랑 트리를 만들었는데 이쁘죠?”(횡설수설 엄마는 자랑스럽게 떠든다)

아버지: “아, 이, 큰일나려고. 당장 도로 갖다놓지 못해? 어디서 가져왔어? 이렇게 남의 나무 가져오는 거 불법인 거 몰라? 이게 알지도 못하면서. 당장 도로 갖다 놔! 큰 일나려고!”(당장 갖다놓으라고 야단을 친다)

나: 아버지 눈에 거슬릴까봐 눈에 띄지않게 가만히 엄마, 아빠 말을 듣고 지켜만 보고 있다.


나는 아버지 말대로 엄마가 불법으로 가져온 트리가 경찰 아저씨한테 걸려서 잡혀갈까 무서웠지만 아빠 말에 복종하기는 싫었다. 마침내 한바탕 혼남이 끝나고 엄마랑 나는 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온갖 아버지 욕을 분을 풀기 위해 그리고 혼나면서 뭍은 더러운 오물을 털어내려는 듯 한참을 떠들었다.

나는 그 트리를 다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트리 본연이 가지고 있는 미에 흠뻑 취해 음미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지금껏 이렇게 완전하고 온전한 아름다움을 본 적이 없다. 여섯 살 나의 크리스마스 날이 끝나갈 무렵 나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이쁜데 왜? 이상해. 엄마랑 아빠 말이야. 이렇게 너무 아름답고 예쁜 트리를 가지고 싸운다니 너무 웃기지 않아? 명백히 아빠가 악한 악당이고 우리한테 소리지른 건 잘못한거야. 엄마 코 앞에서 소리소리 지르면서 도로 갖다놓으라고 하면 어쩌라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미 나무는 잘리고 여기 있는데. 엄마가 힘들게 죽어라하고 가지고 왔더니. 흥! 기껏 두 시간 동안 엄마랑 행복하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했더니.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장식을 했던가!” 나는 쓸쓸해졌다. “그런데 만약 아빠가 말한대로 불법이라서 경찰아저씨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그러기 전에 갖다놓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그 때 눈물을 짜고 징징거리는 엄마가 내게 애처롭게 묻는다. “지혜야, 도로 갖다놓을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건 나다. 내가 감상적으로 트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때가 아니다. '불법을 저지른 거야. 둘 중 한 명을 선택해! 선택을 하라고...!' 그래도 만약 내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한다면 트리의 낭만을 아는, 마음 여리고 불쌍한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내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르쳐주려했던 엄마를 택하겠다. 아빠는 너무 강압적이고 금지적이지 않아? 그래도 아빠는 우리를 지켜주잖아... 경찰 아저씨가 들이닥치면... 이 세상에 불법이라는 의미가 이런 것이라면 나는 법 따위를 신뢰하지 않겠어!

나는 그렇게 많은 의혹을 품고 고심하고 있었지만 내가 영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영롱한 아름다움이 실제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오직 그림만이 이러한 내 내면에 자리잡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드러내 준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그리는 기쁨을 유희하고 창조의 기쁨을 느낀다. 나는 옛날부터 크리스마스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신의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그건 우스꽝스럽고 심각한 딜레마를 다루는 일종의 인생의 사건 기념일이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 꽤나 진지하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유치원생 시절부터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혼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왔다. 내 유년 시절의 이 체험을 통해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잘 맞지 않는가와 그 잘 맞지 않음 속에 도사리고 있던 어쩌면 그 둘의 위선일지도 모르는 가장 깊은 각자만의 동기와 논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오직 트리의 아름다움만이 그로부터 나를 구원해주었다. 빨강, 초록의 절묘한 조화로움 속에 알록달록한 광채가 나는 장식들을 한 이 크리스마스 트리로부터 나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생애 최초로 느낀 것이다.


-이지혜(이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