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지혜야 저것 봐라. 산이 멋있다. 나무가 멋있다. 꽃이 예쁘다” 쉴 새 없이 ‘바라봐야 하는 풍경들’에 대해 얘기했다. 덕분에 나는 자연스레 내 눈길이 가는대로 풍경을 바라본 적이 없다. 엄마가 지시하는 곳들로 눈 길이 갔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게 카메라 찍는 법을 비교적 일찍 가르쳐주셨는데 다른 아이들이 장난감 카메라를 가지고 놀 때 나는 진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었으므로 장난감 카메라를 가지고 “찰칵”놀이를 하는 애들을 가소롭게 여겼다. 어디를 가나 엄마는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는데 엄마는 나도 찍고 지현이도 찍고 엄마도 자신도 찍고 개인 사진이 끝나면 꼭 단체 사진도 찍고 그 다음에는 풍경도 찍었다. 아버지는 이런 엄마를 진절넌더리쳤다.
카메라 셔터는 같은 곳과 같은 장면을 네다섯 번 반복했으므로 카메라 구도 자체가 대각선 또는 거꾸로 또는 희한한 각도도 찍혔으므로 지금 보면 꽤나 예술적이다. 내 주머니에 필름 두세 개씩 넣고 다녔음은 물론이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필름을 능숙하게 갈았고 정말 긴급한 순간 재빠르게 필름을 갈아 끼면 엄마한테 칭찬을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은 몹시 싫었다. 엄마가 마음에 들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없이 있는 것때문에 내 마음이 침울해졌기 때문이다. “지혜야 여기 봐. 웃어야지. 옆으로 서봐. 똑바로 서봐. 한 번만 더!” 카메라를 찍는 동안에는 움직이지않고 그 표정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움직이고 싶어도 참아야 했는데 지현이는 두세 장까지는 견디고 “엄마! 그만 찍어”하고 도망갔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조각상이 되어 엄마가 만족할 때까지 참고 또 참았는데 그것은 엄마가 온 힘을 다해 그 순간을 담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지혜(이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