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아버지가 가져오는 12장의 파도 풀장 티켓으로부터 시작했다. 엄마는 이 티켓을 남들과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꺼렸다. 나와 내 동생 지현이, 엄마 이렇게 우리 셋은 이 티켓으로 한여름에 네 번 파도 풀장을 갈 수 있었다. 이렇게 네 번이나 파도 풀장을 다녀오면 내 여름은 끝나고 어느덧 가을이 와 있었다.
풀장에 입장하면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다 알았다. 어디로 입장하고 락커룸은 어디가 좋으며 이따가 나왔을 때 씻을 곳은 어디고 수영복을 입고는 잊지말아야 할 것이 수영모를 챙겨야 한다는 것과 풀장에 들어서면 어느 풀에서부터 순서대로 즐겨야 하는지, 파도풀을 탈 때는 어느 정도의 감이 온 상태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도풀의 위치는 어디인지 나는 다 알고 있었다. 튜브를 끼고 헤엄쳐가 보안 아저씨가 막고 있는 선 앞에까지 가면 나는 어느 지점까지 내 담대함이 허락하는지 늘 시험하곤 했다. 물론, 엄마와 지현이하고는 어느 정도 떨어져있어야 하고 내 시야에서 엄마와 지현이를 지킬 수 있는지도. 나는 베테랑이었다.
“파도 풀장에서 놀 때는 신나게. 미련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당시 내가 파도 풀장에서 가졌던 마음가짐이다. 어떻게 얼마만큼 놀아야하는 지는 체력에 달려있다. 나는 기진맥진해져서야 파도풀장에 들어가는 것을 그만뒀다. 파도풀장이 끝나고 나면 보안 섰던 아저씨들이 큰 호스를 들고 풀장 바닥에 락스물을 뿌려가며 사람들을 내보냈다.
그 때다. 우리는 파도 풀장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튜브들을 상태가 좋은 것부터 확인하고 줍기 시작한다. 나는 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의 튜브를 찾으려 부던히 움직였다. 그렇게 한가득 튜브들을 모으고 나면 엄마한테 “가자”는 허락이 떨어지고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이 파도 풀장을 빠져나왔다.
-이지혜(이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