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5 조롱박
하사관 주택으로의 두 번째 이사.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궁궐로 이사 가듯 주인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마당도 우리 차지다. 눈치 봐야 할 주인집 식구들이 없으니 세상만사가 다 편하다. 나는 내 방을 다시 갖게 된 것이 값지다면 값진 소득이었다. 엄마는 마당을 차지하자마자 제일 먼저 수세미와 조롱박을 심었다. 끈을 지붕까지 길게 올려 묶어놓았다. 여름이 되자 조롱박과 수세미 줄기잎들이 끈을 타고 세차게 올라간다. 그 덕에 마당에는 시원하게 그늘이 지곤 했다. 늦여름이 되면 드디어 조롱박이 대롱대롱 온 마당 위에 열리기 시작한다. 애기 조롱박, 엄마 조롱박, 아빠 조롱박, 언니 조롱박, 형 조롱박...... 크기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조롱박들이 연두색 옷을 입고 열렸다가 녹색으로 그리고 노랗게 여물어간다. 신기한 건 수세미다. 수세미 노란 꽃은 조금 징그럽게 크게 핀다. 그리고 꽃이 저물면 큰 수세미, 작은 수세미, 중간 수세미 다양한 크기의 진짜 수세미가 그물망으로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