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더(Hoarder) 챕터4 이사

by 이지혜Emily

챕터4 이사


내가 기억하는 좋았던 유년 시절은 하사관 주택으로의 이사 가서의 두 번째 되던 해였다. 그 전 일 년 동안은 내게 극기훈련과도 같았다. 처음 아파트를 나와 이사를 간 곳은 주인집 옆에 있던 작은 창고를 개조한 셋방이었다. “엄마! 여기가 우리 집이야?”, “으응. 조금만 참고 지내면 저기 주인집으로 곧 이사를 갈거야. 조금만 있으면...” 엄마는 동생과 나를 그렇게 자주 달랬다. 셋방살이라는 것은 내게 한 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자는것을 의미했다. 밤마다 아버지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아버지가 일어날 때가 아침이고 기상시간이었으며 우리는 일어나서 이불을 갰다. 끼니때마다 여전히 엄마는 부엌에서 안방으로 상을 차려 날랐다. 물론 안방이라고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부엌 가장 자리에 있는 식탁에는 이미 산더미 같은 짐들과 잡동사니들이 터주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호사스럽게 뽐내고 있었다. 나는 현관을 나설 때마다 그 터주대감들을 쏘아봤다. 쏘아본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앗 따거!” 하시길래 놀라서 쳐다보니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호치케스 심이 발바닥에 박혀 피가 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손으로 잡아빼면서 “으유! 이게 뭐야!”하고 성질을 내시며 학을 띠었다. 우리집 살림은 나날이 불어나 마치 쓰레기생명체가 자라나는 것처럼 부엌을 다 점령하고 안방을 침범하고 있었다. 나는 무더위가 쨍쨍 찌는 날이면 바깥에서 들어오자마자 무거운 책가방을 바닥에 팽개치고 현관 바로 옆에 있던 냉장고를 열어재꼈다. 우두두두두... 봉지봉지에 쌓인 반찬찌끄러기들이 문이 열린 틈을 타 쏟아진다. “으유! 진짜......” 나는 물을 찾아 헤매지만 내가 찾을 수 있는거라곤 아침마다 배달오는 내 야쿠르트 하나 뿐이다. 주인집이 드디어 이사를 가나보다. 이사 갈 때 마당에 버릴 짐이 한 가득 모아졌다. ‘나는 저 많은 짐들을 어쩌나...’보고 있는데 엄마는 어디 가져갈 거 없나... 정신이 없어보이는 눈치였다. “아휴, 이런 것도 다 갖다 버리시려고요? 에휴, 이런 건 쓸 만한데... 아휴, 요고는 우리 집에서 써도 되겠다.” 갖은 아양을 부리며 통 큰 집주인 아줌마한테 허락을 받은 엄마는 그렇게 몇 가지 쓸만한 가구들을 안그래도 놓을 구석 없는 작은 방에 들여놓았다. 한참을 지나 저녁이 되자 집주인네는 마당에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가구들, 잡동사니들, 쓰레기들... 나는 난생처음 쓰레기를 불태우는 새로운 장면을 물끄러미 그리고 경이롭게 쳐다보며 옆 집 언니가 부러웠다.


-이지혜(이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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