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사랑 앞에서

사랑이 주는 두려움과 경이로움

by 이지숲

오후 4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 열이 38도 넘어요.”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집을 나섰다.


10분 남짓한 거리인데

걸음이 이상하게 빨라졌다.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는 어떻게 되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제 얘 없이는 못 산다.’


그게,

그 짧은 거리에서 처음으로 내 입 안에 떠올랐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혼자도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건

실제 상황 앞에선 너무 쉽게 무너졌다.


내 아이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갈 곳 없는 감정이 되었다.


숨도, 눈물도, 말도

전부 막혀버린 오후였다.


부모는 사랑을 나눴고,

남편은 선 하나 그으면 남이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계산도, 조건도 없이

나를 바라본다.


자는 와중에도,

내 냄새를 찾는다.


절대적인 사랑.


그래서 무섭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나는 이제 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이 아이를 낳은 거라는 걸.


그 아이는

내가 누구인지 묻지 않고,

매일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나는 지금도

그 아이의 우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사랑은 무섭고,

동시에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