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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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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young May 13. 2024

48세 아프다

이렇게 나이먹으면 괜찮을 줄 알았지

2024년 3월 나는 48세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한지 26년차. 헤드헌터로 일한지 21년.

그동안 당연히 업다운은 있었지만 그래도 꼬불꼬불 완만한 커브로 상향하고 있을거라 믿는 나의 커리어.

몇년전 부터 여기저기 작게 크게 들어오는 강의 의뢰들.

나름 이직 전문가라고 작년에 출간된 나의 첫 책.

나도  못믿겠지만 나처럼 브랜딩을 하고 싶다거나 강의 듣고 팬이 되었다는 연락들.

어쨌든 전문가라고 나를 찾아오는 기업들과 인재들.

 

언듯 보면 보면 나는 지금 참 잘 살고 있다. 잘 살아 왔고. 잘 살수 있고.

올해 들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심한 일우울증이 왔다. 일은 잘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다고, 커리어는 장기전이라고 나도 믿고 다른 사람에게 전문가라면서 컨설팅을 해주는 내가 일때문에 우울증이 오다니.

 

일도 재미없고 몇년 후는 커녕 당장 다음주에 어디에 집중 해야 하는지,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목적도 희미해 지고 나에게 커리어목표를 누군가 물어본다면 겁부터 난다. 출근길도 퇴근길도 발걸음이 각각 다른 이유로 무겁다. 그렇다고 즐거운 저녁이나 주말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도, 특별히 일요일 저녁이라고 더 싫은게 아니라 계속 우울하다.

 

누군가는 번아웃이라고 하겠지만 난 번아웃이 올만큼 열심히 일한적이 없다. 내 인생에 꾸준함과 성실함이 없는 대신 효율성과 최상화는 조금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양쪽다 없다. 업계 불황일 수도, 나의 호르몬 변화일수도 여러가지 원인들이 후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쨌던 난 지금 일적으로 매우 우울하다.

 

서울에서 가장 좋은 빌딩들이 가득차 있는 광화문은 공교롭게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올 초 이직을 하면서 20년 넘는 시간을 건너뛰고 돌아왔다. 그때의 패기와 열정은 사라졌지만 대신 경험과 위치라는 것이 탑재된 약간은 다른 모습의 나로 돌아왔다. 사회 초년기 광화문에서 나는 내가 48살이 되는 것을 상상도 못했었지만 아무튼 나이가 들면 경력과 연륜이 쌓여 모든 일이 쉬워질 거고 돈도 많이 벌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광화문의 나는 그냥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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