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 17세기 프랑스의 로망, 레스케이프 호텔
에디터 - Brian
포토그래퍼 - Stella
이번 글은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우아하고 싶고, 빛나고자 하는 분에게 바친다.
17세기 중반에서 18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강대국 프랑스는 아름다움이라는 예술의 정점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 정점의 상징이던 베르사유 궁전에서 귀족들은 우아함의 극치를 발휘한 문화를 꽃피웠고, 그에 대한 향수는 지금까지도 그 장소를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에 의해 전승되어 오고 있다.
그리고 약 300년 후, 약 9,000km 떨어진 아시아의 서울에서 레스케이프 호텔은 당시를 회상하며, 예쁘고 우아하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오늘 하루 이 곳에서 묵어보면서, 당시의 찬란했던 문화를 잠시나마 느껴보고자 한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레스케이프 (L'escape).
레스케이프 호텔이 위치한 회현역에 내리자마자 왜 호텔 제목이 '탈출'인지 알 수 있는 풍경이 바로 펼쳐진다.
일상에서의 탈출은커녕 더 빠져들 것만 같은 남대문 시장과 신세계 백화점의 수많은 인파에 실망하려는 찰나, 약간은 어두운 좁은 골목에서 불 켜져 있는 가로등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이렇게 피신하듯 들어간 호텔의 문을 여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나는 꿈속에 빠져든다.
벌써 5년이 지난 음악 '#selfie'의 인트로가 떠올랐다.
'But first, let me take a selfie'.
레스케이프는 셀카와 함께 들어갔다가, 셀카와 함께 나오는 공간이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꽃나무와 의자는 방문객에게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같이 포즈도 취하자고 하고, 사진도 찍어서 인스타에도 올리라고 한다.
그 손길들은 그 입구를 통과한 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우아한 초상화들로 가득한 원목 엘리베이터,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복도, 그리고 애프터눈티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리셉셔니스트들까지 엣지 있게 만들어주는 컨시어지까지.
레스케이프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사진 찍으러 놀러 왔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레스케이프는 다채로운 색깔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어느 곳에도 블랙&화이트의 단순함을 보이는 공간 없이, 모든 곳이 꽉꽉 채워져 있는 예쁘장한 케이크와도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많은 색들 중에서도, 레스케이프의 정체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붉은색은 호텔 모든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때로는 고급 벨벳처럼 우아함을 과시하다가도, 중국의 치파오처럼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홍색에 둘러싸여 모든 방문객들은 한 가지 메시지에 집중하게 된다.
'과감해져라, 꾸며라, 그리고 즐겨라'
수많은 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그리고 최고가 되었을 때 다른 이들을 자신 있게 바라보면서 한 장의 초상화로 남기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레스케이프에서는 그 상상을 최대한으로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예쁘게 차려입고 와서 티 한 잔과 함께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라망 시크레 (프렌치)나 팔레드신 (중식)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100장 정도의 사진을 찍고 가면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또 올 것이다.
※ 레스케이프의 아름다움이, 서울의 아름다움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레스케이프를 디자인한 자크 가르시아와 신세계 그룹에 아쉬웠던 점이라고 할까?
태어나기도 전, 저 멀리 떨어진 옛날 사람들은 얼마나 멋지게 놀았을까?
그 사람들은 어떠한 모습이 화려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래서 얼마나 그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까?
레스케이프를 방문하면 위의 상상 리스트를 가지고,
이렇게 화려하게 놀았구나.
와, 나도 이렇게 될 수가 있네.
라는 만족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집에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레스케이프의 객실도, 다른 공간들 못지않게 그 화려한 상상을 누리기 좋은 곳이다.
여성들의 가장 행복한 상상 중 하나가, 옷장을 열었을 때 원하는 옷이 가득 차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남성들은 진열대를 열었을 때 멋진 신발이 가득 차 있었으면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곤 한다.
(물건은 조금씩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레스케이프의 진열대는 특별하다.
비록 그림의 떡이지만, 나를 위한 진열대를 보는 기분과 함께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레스케이프만의 독특한 Tipping Point이다.
(그림의 떡이어서 속상한 사람들은, 구매하면 된다.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다.)
그리고 욕실이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는 순간, 어디를 가는가?
모두 한 번쯤은 손이라도 씻으려고 화장실 문을 큰 기대 없이 열어보게 된다. '깨끗하겠지?' '좋은 어매니티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욕실 자체보다는 부수적인 요소가 당신을 만족시키기를 기대하면서.
레스케이프의 욕실은 그런 고객들의 편견을 완전히 뒤엎는 특별한 공간이다.
황동과 대리석으로 고풍스럽게 마무리한 세면대, 곡선의 물결이 부드럽게 펼쳐지는 욕조에 17세기가 생각나는 중세풍의 그림까지.
더불어 전 객실에 비치된 배스 솔트는 바라만 보지 말고, 따뜻한 물 속에 뛰어들라는 은근한 유혹을 계속 보내고 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오늘만큼은, 목욕을 즐겨보자.
레스케이프를 방문하고, 쉬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현실감각을 잠시 놓아버릴 것.
오늘만큼은 내가 프랑스의 귀족이야,
귀족들의 놀이터를 체험하러 왔고, 어울리고 즐긴 다음에, 편안한 마음으로 우아하게 쉬고 싶어.
이 문구들이 레스케이프에 가장 잘 어울리고, 이 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상상이자 경험이다.
- 고급스러움을 살리고자 세팅한 침대 커튼, 쿠션과 의자 등 먼지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다. 공기청정기가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켤 것을 추천한다.
- 레스케이프 호텔의 또 다른 포인트는 F&B이다. 취향에 따라 중식으로 유명한 팔레드신,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 최상단에 위치한 바 마크 다모르 중 한 곳은 가볼 것을 추천한다.
(저예산 고객이라면, 신세계나 롯데백화점의 식품 코너에서 쇼핑하고 와서 먹어도 훌륭한 만찬이 될 수 있다)
- 호텔 입장 → 셀카 타임 → 애프터눈 티 세트와 수다의 향연 → 파인 다이닝 → 욕조에서의 거품 목욕 → 칵테일
한잔 후의 취침 정도면 완벽한 풀코스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잊고, 잠시 레스케이프에서 일상의 탈출을 '꿈꿔볼 것'.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