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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Dec 21. 2023

디스턴싱 후기, 냠냠님의 생각과 거리두기

디스턴싱 후기

본 매거진에서는 디스턴싱을 통해 생각과 거리를 두고 가치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임직원을 돌보는 인사 담당자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여자 냠냠입니다. 현재 IT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고 있어요. 디스턴싱을 시작할 때 즈음, 당시 회사에서 어려운 일들이 터지고 있었어요. 인사 담당자로서 책임감에 약간의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었죠.


피드백 하나하나에 반응하던 나

그런데 저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들의 피드백이었어요. 인사 업무 특성상 업무에 대한 임직원들의 피드백을 회사 커뮤니티 등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피드백 하나하나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감정이 오르내리더라고요. 심지어는 그 피드백이 무시해도 아깝지 않은 무조건적인 비난일 때에도 말이에요. 물론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하다 보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제가 진행한 인사 업무에 대해서 임직원들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 금세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곤 했어요.


폭식하고 자책하며 빠진 악순환

설상가상으로 당시 저는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시작된 폭식증을 고쳐나가는 중이었어요. 다소 마음과 정신이 불안정했을 때였죠. 그래서 위와 같이 회사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겪고 나면 쉽게 폭식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폭식하고 자책하면서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예요.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할 때마다 무너지니까 ‘바뀌기 어려운 걸까’하고 점차 체념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효과가 없었던 지난 노력들

가장 먼저는 대면 심리상담을 두 달 간 받아봤어요. 덕분에 제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 수는 있었지만 상담사분과 라포를 쌓기 전까지는 제 속내를 터놓기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되었어요. 이후에는 심리상담 앱을 몇 가지 체험해 보았는데요. 텍스트로 상담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깊은 상담을 위해서는 결국 대면 상담으로 유도하는 것 같더라고요. 특별히 식이장애와 관련해서는 관련 문제를 다루는 여러 서적/유튜브/SNS 채널도 챙겨보았고, 해당 크리에이터가 만든 자료를 펀딩해서 구매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자료만 보고 혼자 꾸준히 실천하기란 어려웠고 결국 돈만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받은 한 통의 이메일

디스턴싱 팀에서 처음 메일을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여러 시도를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셨거든요. 그래서 이건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전문 코치가 배정되니 이전처럼 조금 해보다 포기하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내 문제에 맞는 개인화된 솔루션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죠. 또 식이장애를 고치기 위해 뭘 지키고 뭘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 문제의 본질을 깊이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의 뿌리에서 발견한 진짜 문제

디스턴싱에서는 생각기록지를 작성하면서 자동적 사고와 신념들을 살펴보게 되어요. 하지만 저는 해당 개념에 대해서 이미 여러 서적과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서 접해보았고, 거기서 알려준 대로 제 생각을 기록해 보면서 자동적 사고를 파악해 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프로그램에서 주어지는 활동을 하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이미 해봤던 것들인데 이렇게 한다고 나아질까?’, ‘이번에는 뭐가 다를까?’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코치님이 제가 작성한 생각기록지들을 보고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질문해주시며 깊은 생각을 유도해주셨어요. 그 과정이 반복되며 제 무의식에 있는 핵심 신념까지 파악하고 나니 진짜 제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가 단순히 감정 조절이 어려운 게 아니라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못 받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진짜 문제를 알고 나니 저 스스로도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이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제 문제와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이 점차 바뀌게 되니 이번엔 진짜 바뀔 수 있겠다고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습관으로 자리 잡은 거리두기

디스턴싱에서는 배운 내용을 일상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어요. 자동적 사고 평가 훈련이라는 것이 그 예인데, 예를 들면 이런 과정이에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들 때 잠시 심호흡하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의 내용을 관찰하고, 그게 사실인지를 스스로 평가해보고, 그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와 아닐 때를 가정해보고, 내 생각에서 함정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죠. 이렇게 일상에서 ‘부정적인 생각'과 거리를 두는 습관을 길러나가게 되어요.


어느 날 문득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든 적이 있었는데요. 평소 같으면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폭식하거나 우울한 이유를 파고들면서 더 우울해졌을 거예요. 그런데 자동적 사고 평가 훈련을 꾸준히 하고 나니, 오늘 ‘내가 우울함을 느낄 근거가 있을까?’, ‘굳이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데 이 감정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다고 해서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며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뒤 ‘기분 전환을 위해 산책을 해보자' 하고 더 현명한 방식으로 감정에 대처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산책하고 돌아온 날, 스스로가 성장한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우울한 마음으로부터 여유를 갖은 뒤 택한 밤산책

건강하게 해결한 폭식증

디스턴싱과 함께하며 이뤄낸 가장 큰 변화는 폭식이 많이 줄었다는 거예요! 디스턴싱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폭식 트리거가 정말 많았어요.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에도, 심지어는 지인들과 즐겁게 외식을 하고 나서도 ‘오늘 먹은 거 때문에 살찌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에 폭식이 터지기도 했어요. 항상 ‘이거 먹어도 될까? → 망했다 → 이미 망했는데 그냥 먹어버리자' 하는 식으로 생각이 이어지고, 또 한번 시작하면 정말 위가 찢어질 때까지 끝장을 봐야 했거든요.


하지만 요즘에는 ‘내가 지금 정말 먹고 싶은 걸까? 단순히 감정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닐까?’ 먼저 생각하게 되었어요. 혹시나 폭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어도 ‘이렇게 먹어서 잠시나마 감정에 위안이 되었으니 여기서 만족하자. 그리고 다음에는 더 건강한 방법으로 풀어볼까?’ 생각하며 음식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요즈음 눈에 띄게 건강해진 식습관

주변 평가가 내 삶에 영향주지 않도록

그리고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들었을 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 평가가 사실인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인지를 구분해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물론 당연히 순간적으로 기분 나쁠 수는 있죠. 하지만 그 기분이 이후의 나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현명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가벼워진 마음, 즐거워진 여행

폭식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니 여행이 쉽고 즐거워졌어요. 예전에는 여행 가면 맛있는 거 먹다가 입 터질까 봐 걱정돼서 식사 시간이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식단 계획을 철저히 짜고, 식사 대용 쉐이크 등등을 싸가느라 짐이 한가득이었거든요.

이제는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맛집 탐방

하지만 최근에는 식사 걱정에서 벗어나졌으니, 오히려 내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만족하면 식사를 멈추게 되었고, 짐도 훨씬 가벼웠어요!


식사 걱정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


도전에 대한 180도 바뀐 태도

그리고 또 하나. 도전이 쉬워졌어요. 나쁜 평가를 들을 바에 아예 시작을 안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기회가 생기면 일단 해보자는 마음부터 먹게 된 것 같아요. 보컬레슨, 크로스핏 등, 제가 그동안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놓치고 있었는지 이제야 깨닫고 있어요.

일단 해보자! 새롭게 도전하며 발견하는 즐거움


자신감, 도전, 그리고 성취

최근에는 이직도 성공했어요. 경력, 연차 등 조건에 못 미쳤는데도 일단 도전해보자 하고 넣었거든요. 그런데 면접관님께서 오히려 연차 대비 뛰어난 역량과 가능성을 보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만약 제가 사람들 눈치만 보고 평가를 두려워했다면 제가 이토록 역량 있는 사람인지도 몰랐을 거예요.


코치 선생님과 함께 만든 변화

재인 코치님이 없었다면 위와 같은 변화는 절대 없었을 거예요! 사실 제가 활동을 매일매일 꾸준히 하지는 못하는 편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격려해주시며 묵묵히 기다려주셨어요. 활동을 마치고 나면 제가 기록한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시고 조금 더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추가 질문해주셨어요. 그 질문을 보면서 진짜 정해진 커리큘럼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개인 맞춤으로 케어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제가 혼자서만 했다면 이 정도 깊이로 프로그램을 심도 있게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질책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있으면, 억지로 그 생각을 전환하려 하거나 고치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가장 가까운 친구, 가족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고 질문해주셔서 저 스스로 생각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결국 코치님과의 의사소통하는 과정도 모두 저에겐 성장을 위한 훈련이었던 거죠.


스스로 이겨낼 힘을 길러주는 프로그램

저는 일기를 써요. 꾸준히 적지는 못하지만 좋든 나쁘든 감정이 제 안에서 크게 요동치면, 무드등만 켜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제 생각을 조용히 적어 내려요. 그렇게 생각을 글로 적다 보면 왜 그렇게 흥분했을까, 하며 감정이 가라앉는 게 느껴져요.

생각을 글로 적어 내리며 관찰하는 습관

디스턴싱과 일기는 제 생각과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서 괴로움에 휩쓸리지 않게 도와준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일기는 개인적인 감상에만 그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디스턴싱은 그 생각에 대해 스스로 함정을 찾고 그 함정을 피할 힘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훨씬 효과적이었어요.


여유를 갖고 향유하는 삶

저는 삶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향유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부터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갖고 있는 문제에만 매몰되어서는 무언가를 느낄 수도, 향유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리도 만무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디스턴싱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제가 그리는 이상적인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하는 삶


바뀔 수 있을까, 자기 의심을 넘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아마 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보셨을 거예요. 그리고 다수가 실패한 경험들이었겠죠. 그래서 디스턴싱으로 내가 바뀔 수 있을까 하며 의심하는 마음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머리만 커지고 정작 문제는 그대로여서 ‘속는 셈 치고’ 디스턴싱을 시작했거든요.


처음 1-2주 활동을 하면서 ‘나도 아는 건데 이걸로 뭐가 바뀔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꾸준히 따라오면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 조금씩 마음에 근육이 붙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거예요. 제가 느꼈던 자유로움을 여러분도 똑같이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젠 제가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도울 때인 것 같거든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user-story/yumy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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