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고자 하면 변화하지 못하리
많은 사람들이 미루고, 불안해하고, 반추하고, 심지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행동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일 때가 많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심리적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죠. 어떤 일을 미루면 적어도 힘든 결과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면 미래를 대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반추하며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죠. 물론 효과적이진 않지만요. 치료자들은 이런 행동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봅니다.
한편 치료가 시작되면 당사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문제로 보고 사실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치료자는 오히려 그 행동을 수용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동상이몽이죠. 여기 중요한 역설이 있습니다. 변화하고자 하면 변화하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고자 하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지금 나의 생각과 감정, 그 모든 경험을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생각과 감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든 나와 같은 상황 속에 놓이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겁니다. 그 어떤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일지라도 말이죠.
이 생각과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않고, 대체하려고 하지 않고,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 것, 변화보다는 수용으로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변화의 핵심입니다. 그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고, 다시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향해 선택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정서는 이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감내도 가능합니다. 변화는 지금 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또 누구나 이 같은 상황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자신의 정서 경험을 부정하며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디스턴싱이 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 기꺼이 경험하기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나는 변화하고자 하고 있는 것인지, 변화하지 않고자 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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