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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Nov 15. 2024

혼자가 아닐 때 우울증도 더 쉽게 낫는다

사회적 지지와 우울증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울 증상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생겨나거나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가족, 친구 관계, 직장 등 무수히 다양한 사회 집단에 속해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잦은 야근으로 힘든 와중에 팀원과 심한 갈등에 빠지게 된다면 이러한 대인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무기력감을 느끼거나 불안, 불면 등의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으로 멀어지게 되면 갑자기 세상에 혼자가 된 듯한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일에 치이며 우울한 하루를 보내다가 귀가 후 가족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면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적 지지체계는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하여 북유럽 중심의 정신의학 저널인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에 이 주제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바로 ‘치료 이전의 사회적 지지체계가 성인 우울증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Is Social Support Pre-treatment Associated with Prognosis for Adults with Depression in Primary Care?)’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해당 연구는 우울증의 맥락에서 사회적 지지체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하고자 했다.


연구는 기존의 선행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메타분석’이라는 연구 방식을 채택했다. 총 6개의 대규모 임상시험에 참여한 성인 2,858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모든 참가자는 우울증으로 진단받았으며, 대학병원 등의 상급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의 일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우울 증상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전, 참가자는 대인관계 및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회적 지지의 정도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후 연구진은 참가자를 약 8개월간 추적 관찰하여 사회적 지지의 정도에 따라 우울 증상의 개선에 차이가 있었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약 3~4개월간의 치료 후, 높은 사회적 지지를 보고했던 그룹에서 우울 증상의 호전이 비교적 두드러졌다. 각 참가자가 동일하게 자신에게 적합한 약물치료 및 상담치료를 받았음에도 탄탄한 사회적 지지체계를 가진 참가자에서 단기 치료 반응이 전반적으로 우수했던 것이다. 반대로 심각한 사회적 지지 부족은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단기적인 예후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지 중 특히 치료 반응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 개별 문항이 있었는데, ‘수용 받는 느낌’, ‘돌봄을 받는 느낌’, 그리고 ‘지지나 격려를 받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경우에는 3~4개월 동안 꾸준한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별다른 호전을 보이지 못했다.


더 나아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회적 지지체계는 우울 증상의 단순한 호전뿐만 아니라 관해와도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여기서 '관해'란 정신 건강 또는 신체 건강 문제에서 증상이 크게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상태를 뜻하는데, 높은 사회적 지지를 보고한 군에서 3~4개월의 치료 이후 증상이 소실되어 관해 상태에 도달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단기뿐만 아니라 6~8개월간의 추적 관찰 시에도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그만큼 우울증이라는 맥락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우울증이 찾아와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고 의욕 없이 지내다 보면 혼자가 된 것처럼 외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복 역시 혼자만의 몫인 것은 아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기대어 어려움을 공유하는 것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힘이 될 수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과학적으로 그렇다. 그러니 우울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면 주변의 자원을 잘 활용하거나, 그러한 자원을 잘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참고 문헌

Buckman JEJ, Saunders R, O'Driscoll C, et al. Is social support pre-treatment associated with prognosis for adults with depression in primary care?. Acta Psychiatr Scand. 2021;143(5):392-405. doi:10.1111/acps.1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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