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과 우울
비타민 D는 골다공증 예방 및 뼈 건강에 중요하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만, 요즘 피부 건강에 필수로 여겨지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생성이 되지 않고 현대인의 햇빛 노출량이 워낙 부족한 점을 고려해서 영양제 형태로 챙겨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비타민 D는 오로지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만 필요한 게 아니라, 체내의 폭넓은 과정에 기여하는 주요 전달물질이며 정신건강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중 특히 우울증과의 연관성이 잘 규명되어 있다. 정신의학 학술지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의 2024년 11월호에 소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결핍이 우울증의 발생 위험을 키운다고 한다. ‘비타민 D 수치와 우울증 위험에 대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Predicted vitamin D levels and risk of depression in the SUN Project: A prospective cohort study)’라는 제목의 논문을 함께 살펴보자.
본 연구는 시작 시점에 우울증이 없는 총 15,175명의 스페인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식단, BMI, 햇빛 노출량, 활동량, 피부 타입 등의 여러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혈중 비타민 D 수치를 간접적으로 측정했다. 이후 평균적으로 12.7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참가자를 추시해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주요 우울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통계 기법을 사용해 혈중 비타민 D 수치와 우울증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은 우울증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컸다. 일반적으로 혈중 농도가 20ng/mL 미만인 경우를 결핍으로 생각하는데, 비타민 D 결핍이 있는 사람은 비타민 D가 충분한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약 2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D 결핍에 따른 우울증 위험은 성별 및 나이에 따라서 차이를 보였다. 여성인 경우, 그리고 35세 이상인 경우에는 우울증 위험이 각각 37%, 36%로 더욱 커졌다. 더 나아가, 햇빛 노출이 적을수록 비타민 D 결핍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졌다. 비타민 D가 부족한 그룹에서 하루에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우울 위험이 32% 증가했으며, 겨울철에 30분 미만으로 햇볕을 쬐는 사람은 무려 7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반면, 비타민 D 수치가 5ng/mL 증가할 때마다 우울증 위험이 약 25%씩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25ng/mL인 사람은 20ng/mL인 사람에 비해 우울 위험이 25% 낮고, 30ng/mL인 사람은 이에 더해 추가적으로 25%가 더 낮아지는 식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맹점은 비타민 D가 지니는 보호 효과의 상한선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연구는 50ng/mL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비타민 D가 과다하면 역설적으로 기분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고칼슘혈증, 신장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따라서 비타민 D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이롭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비타민 D는 어떻게 우울 예방 효과를 내는 걸까? 우선 비타민 D가 기분 조절에 필수적인 햇볕을 쬐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비타민 D가 결핍되면 세로토닌의 활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합성도 줄어들기 때문에 우울 위험이 커지게 된다. 비타민 D는 스트레스 반응을 관장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에도 관여한다. 충분한 비타민 D는 스트레스 반응이 정상 범위를 유지하도록 도움으로써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우울 증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비타민 D는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결핍되면 우울증의 발병 기전과 깊이 연관된 신경 염증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양제 또는 보충제를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과도한 섭취는 결핍만큼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평소 햇볕을 충분히 쬐고 균형 있는 식단을 섭취하면 적정 비타민 D 수치를 유지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매일 20~30분씩 햇볕을 쬐며 산책하고 달걀, 등푸른생선 등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보는 건 어떨까?
참고 문헌
Sabião TDS, Valer-Martínez A, Sayon-Orea C, et al. Predicted vitamin D levels and risk of depression in the SUN Project: A prospective cohort study. *J Psychiatr Res*. 2024;179:314-321. doi:10.1016/j.jpsychires.2024.09.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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