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치료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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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 우울, 불안 관리를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 본 연재물은 출판사와 함께 위와 관련된 주제로 한 서적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리된 내용입니다.
- 게재된 글은 탈고를 거치지 않은 글로, 출간될 글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출간 이후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 글은 한 달에 약 1,000명 정도의 온라인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저희 팀의 경험과 배경 지식, 그리고 정신과 의사, 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디스턴싱 연구팀의 자료조사에 기반해 작성되었습니다.
- 탈고와 감수를 거치진 않았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미리 하나씩 공유해보는 것이니, 참고용으로만 가볍게 살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글은 이전 글과 이어지므로 제목에 있는 번호 순서대로 읽어주시면 좋습니다.
- 글에 나오는 예시는 모두 당사자의 동의를 얻은 후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상세 내용을 충분히 각색하였고, 이름은 의도치 않게 국내 특정 인물을 지칭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가명으로 변경하여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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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는 이론이 아니라 치료자를 향할 때도 있다. 우리는 종종 뛰어난 치료자가 있어서 그가 자신의 삶에 천지개벽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치료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역할이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고 스스로를 치료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전문가를 만나더라도 상담 시간은 일주일에 30-60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생에서 직접 마주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하여 내 마음을 훈련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어떤 뛰어난 전문가라도 그가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의뢰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목표는 명확하다. 엄청난 비밀을 숨겨두고 사람들이 치료자에게 의존하여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도록 하는 게 아닌, 각자가 스스로에 대한 치료자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고 살 순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법이다. 디스턴싱은 최대한 이 목표에 맞게 설계되었다. 개인적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이들을 현명하게 고려할 수 없다. 그보다는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잘 이해하도록 돕고, 그것을 기반으로 마음을 다루는 기술들을 연습한 뒤, 그것을 스스로의 삶에 적용시키도록 돕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사람들이 능동성을 되찾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디스턴싱의 중요한 목표다.


따라서 변화는 언제나 나의 책임이다. 삶은 어떤 운명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점성술사의 구슬 안에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점쟁이의 예언에 얽매여 있는 것도 아니며, DNA에 결정론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치료자의 조언에 달려있는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유로운 의사 선택을 키울 힘이 있고, 어떤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그곳에서 벗어나 다시 삶을 전진시키는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삶은 각자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고통스러운 일은 피할 수가 없다. 나는 앞으로 이 주장을 깊게 다룰 것이다. 삶이라는 곳간에는 언제든 번개가 칠 수 있다. 미성숙한 부모님, 경제 위기, 실직, 괴롭힘 등 삶에는 다양한 고통이 있다.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럼에도 삶에는 종종 그런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사건들은 왜 우리가 지금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는 아주 잘 설명해 준다. 그로 인해 곳간이 망가진 건 나의 책임이 아니다. 태어나서 살아가다 보니 그런 번개가 치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곳간을 수리할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번개는 왜 지금 우리가 이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변화는 언제나 나의 책임이다.


책임이라는 말이 너무 차갑게 다가온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책임은 누구에게 탓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단어가 아니다. 책임(responsibility)은 반응(response)과 능력(ability)로 이루어져 있다.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은 이 상황에 현명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의지적이고 자유로운 능력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걸 뜻한다. 즉, 변화의 주체는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나 자신이다. 설령 어떤 이론이나 치료자가 자신을 바꾼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변화는 결국 자신이 특정한 방향으로 반응하기로 선택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변화는 언제나 나의 책임이다.


위로의 말을 건네기 전에 으름장을 놓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나는 늘 이 말을 먼저 하게 된다. 손쉬운 변화는 없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간단히 실천하기만 하면, 또는 어떤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면 멋지게 회복되는 방법이 존재하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체중을 조금 변화시키는 데에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면, 삶을 바꾸기 위해서도 최소한 그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반사적인 “다 괜찮다”라는 식의 위로로 현재 상태에 머물도록 강화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해 나가갈 것들을 명확히 이야기 나누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념하여 돕는 게 더 책임감이 있는 자세일 것이다.


변화의 책임과 관련하여 대인관계치료(IPT)의 권위자인 스콧 스튜어트(Scott Stuart)와 마이클 로버트손(Michael Robertso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치료자가 이 모든 것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환자가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 사실은 변할 수 없고, 대체할 수도 없으며, ‘환자 역할’이라는 말로 이 문제를 피해 갈 수도 없다. 환자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환자가 자신의 몸을 만들고 부상으로부터 재활을 하려면 오랜 시간, 끈기 있게 헤엄치는 방법 말고는 없다. 환자 자신이 연습을 해야 하고, 견뎌 내야 하고, 중단하지 말아 야 한다. 회복하기 위한 다른 길은 없다. 환자는 아픈 사람이 아니다. 그는 회복의 과정에 있으며, 스스로 노력해야만 한다. 그것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회복은 치료자가 환자에게 건네줄 수 없는 것이다. 환자가 노력해서 획득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해야 할 힘든 일이 많다고 말해 주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태도이고, 임상적 현실과 일치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환자를 돕기 위해 늘 함께 있을 것이고, 환자의 성취를 축하해 줄 것이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의 창시자 앨버트 엘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행을 털어내려면 진정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애써야 한다. 지나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허황된 꿈을 버려야 한다. 손쉽게 이룰 수 있다는 부질없는 기대를 떨쳐야 한다. (…) 감정적 불행을 물리치고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면 노력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통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더 멀리 나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 낙관주의와 희망은 쓸모없을 것이다. 기도와 애원도 헛일이다. 다른 이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아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일시적으로 우리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는 있다. 어떤 것들은 상황을 호전시키는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꾸준한 노력뿐이다.


다소 냉정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나는 그들의 말에는 자명한 진리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삶을 개선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때 유일하게 필요한 건 지금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인식’과 이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동기’다. 당신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인식과 동기에 따라 이 책을 펼치기로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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