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동굴에서 나온 이유 – 살아보자는 말이 싫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지냈다.
말 그대로, 동굴 속에서.
처음엔 그냥 쉬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한두 달로 끝나지 않았다.
세 달, 여섯 달, 일 년…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는 나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했다.
사람이 세상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면, 그 거리감이 편해진다.
외부의 소음도, 사람의 시선도, 해야 할 일도 없는 공간.
거긴 내 마음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엇도 해내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시절, 나는 그냥 ‘살아만 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아주 작고, 아주 사소한 변화들이 나를 흔들었다.
누군가 건넨 말, 스쳐 지나간 계절, 어쩌면 그냥 문득 찾아온 공허함.
“이대로 끝낼 순 없잖아.”
그 말이 마음속에 작은 울림처럼 남았다.
끝낼 용기도 없었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인생이었다.
나는 동굴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웃고, 대화하고, 땀을 흘리며 일하는 시간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따뜻했다.
일은 고됐지만,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기의 나를 바꾼 건 ‘큰 계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와 나눈 소소한 대화,
따뜻한 밥 한 끼,
“오늘도 잘 지냈어?”라는 말 한마디.
그런 것들이 내 안의 얼어붙은 무언가를
조금씩 녹였다.
일을 하며 만난 한 형님이 있었고,
그와의 대화가 내 안의 또 다른 문을 열었다.
그건 훗날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아직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결심’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이제는 조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