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괴로워할 힘을 내기 위해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by 와리
“손님의 값을 매기거나 손님을 고르거나 그런 태도가 눈곱만치도 없어. 사람은 누구라도 타인이 값을 매기면 불쾌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되거든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만이라도 아무에게도 가치를 평가받지 않고 싶죠.”
그리고 1년, 꽃의 노래, 316쪽

이런 마을도, 이런 가게도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며 머리 한 편에서는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소설 속 인물이 성실함과 애정을 무기로 차근차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만 마음이 간질간질하게 따뜻해져 버리고 만다. 사근사근하고 다정한 문장에 머리로는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홀딱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무슨 일에도 재미가 없고 의욕이 없어질 때 읽으면 당장 마당으로 나가 텃밭에 풀을 매고 싶어지고 신선한 채소를 따와 뭐라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어지는, 실로 아주 실용적인 책이다. 존재에 대한 거창한 고민이나 사람에 대한 답 없는 질문에 마음이 괴로울 때면 어쨌든 몸을 움직이면서 무언가 실체가 있는 - 온기와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만들어 먹자. 그 다음에 괴로워하자. 몸과 마음의 어딘가는 조금 나아져 있을 테니까. 적어도 마음껏 괴로워할 힘이 생겼을 테니까.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Bungeishunju(2014)
위즈덤하우스(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