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이 받겠다는, 쿠팡이츠는 안 받겠다는 포장수수료의 실체
쿠팡이츠는 안 받는데 배달의민족은 걷어가는 수수료. 아니 정확히는 쿠팡이츠는 2026년 3월까지만이라도 안 받겠다 했지만, 배민은 이제는 꼭 받아야겠다는 수수료. 배달플랫폼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임계점에 달한 자영업자들의 인내심을 기어이 쿡 찔러 터뜨려버린 그 수수료. 포장수수료가 도대체 뭐기에?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14580134
우선 용어부터 정확히 짚자. 포장수수료는 '포장주문중개수수료'가 정식 명칭이다. 쉽게 말해 배달플랫폼에서 '포장주문'을 '중개'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다. 배달플랫폼의 중개 시스템을 이용하여 발생한 소비자의 주문에 대한 중개수수료. 그러나 자영업자는 배달플랫폼이 배달도 안 해주면서 이걸 왜 받냐며 항의하고 정치권과 언론도 이에 동조하여 배달플랫폼을 공격한다.
포장수수료는 과연 받아선 안 되는 부당이득일까? 아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
포장주문은 소비자가 배달플랫폼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라이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받으러 간다. 그래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만 발생하지 않을 뿐, 배달플랫폼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주문중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동일하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쿠팡이츠와 배민의 무료배달 요금제에 붙는 25,000원 주문 기준 상점의 배달플랫폼 수수료 및 수수료 수취 주체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두 배달플랫폼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배달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 최종 합의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동일한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소비자의 포장주문은 배달플랫폼이 제공하는 라이더 배달 서비스만 제외되는 것이기 때문에 표에 나온 중개수수료, 결제대행수수료, 부가세는 그대로 내는 것이 맞는다. "배달플랫폼이 배달도 해주지 않는데 왜 수수료를 받아가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는데, 그래서 배달비를 제외한 중개수수료만 받는 것 아닌가? 결제대행수수료에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
수수료가 낮아 자영업자에게 유리하다는 공공배달앱과 비교해 보자. 공공배달앱은 쿠팡이츠, 배민(가게배달 제외)과 달리 라이더 배달 서비스까지는 제공하지 않고 주문중개만 한다. 실제 배달은 개별 상점과 계약한 지역 배달대행업체 혹은 자체 배달원을 이용해 배달하는데, 이 경우 상점이 소비자에게 일정액의 배달비를 따로 받는다. 공공배달앱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데 왜 중개수수료를 받을까? 앱을 통해 '주문중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장주문에 있어 배달플랫폼이 하는 일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국에서 동시에 수백만 건의 주문이 들어와도 막힘 없이 소화해 내는 주문 중개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거액의 비용은 누가 내야 하는 걸까? 배달플랫폼이 공들여 구축한 중개 시스템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한 측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
덧붙여, ‘주문중개’와 ‘배달서비스’는 배달앱이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별개의 영역으로 여겨야 한다. 배민이 라이더 관리를 위해 ‘우아한 형제들’ 외 ‘우아한 청년들’을 별도 법인으로 두고, 쿠팡이(쿠팡이츠는 별도 법인이 없고 쿠팡의 사업부문 중 하나다) ‘쿠팡이츠서비스’를 설립한 이유는 주문중개와 배달서비스의 업무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문중개'는 서비스의 영역이고 '배달서비스'는 물류의 영역이다. 공공배달앱은 주문중개만 할 뿐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별도 법인이 필요 없다.
이런 관점에서 포장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연장한 쿠팡이츠는 잘못된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배민이 포장수수료를 받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영업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갈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이제는 정당한 이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론 쿠팡이츠가 포장수수료 무료 정책을 연장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쿠팡이츠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만든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자영업자와 라이더를 위한 회의체에 참여하여 협상 중이었는데, 이들로부터 포장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당시 차기 대권을 쥘 확률이 높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수십 명이 포진한 조직으로, 쿠팡이츠 정도의 기업이 이들의 압박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https://www.news1.kr/photos/7189473
그러나 '적자 상황의 후발주자'라는 기업이 정치권의 압박 때문에 정당한 수익을 포기한 것을 주주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내년 3월까지는 안 받을 것이라면, 그다음 행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114_0002959822
쿠팡이츠가 포기하고 배민이 받을 포장주문중개수수료의 규모는 실로 거대하다. 지난 3월 한겨레신문 보도에 실린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배민 연간 거래액 중 포장 주문 규모를 추산해 포장 주문 수수료(6.8%) 부과 시 예상 수익을 계산한 결과 배민은 이번 결정으로 3,213억 원을 벌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배민 측은 포장 주문 비중을 한 자릿수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론했지만, 포장 비율이 한 자리라 해도 수백억 원의 이익이 예상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8094.html
포장주문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가 옳다면, 라이더 배달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주문의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는 게 맞는다. 배달플랫폼도 상점이 이용하는 시스템에 대한 개발비, 운영유지비, 고객센터운영비, 라이더 관리비, 직원 임금, ESG 비용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는데 왜 포장'주문중개'수수료를 받으면 안 되는가?
합리적인 반론은 언제나 환영한다. 포장수수료를 받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 나를 설득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