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1=11의 비밀 - 4.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기술
무대 위의 두 연출가
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프로젝트'를 수상한 두 팀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었다.
A팀 리더 김 과장의 수상 소감: "이 상은 제가 6개월 동안 밤낮없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부터 마지막 실행까지, 모든 과정에서 제가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B팀 리더 박 과장의 수상 소감: "이 상은 우리 팀 모든 구성원의 것입니다. 최 사원의 창의적 아이디어, 정 대리의 꼼꼼한 실행력, 이 주임의 기술적 전문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특히 막판에 야근하며 퀄리티를 끌어올린 팀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개월 후, 두 팀의 상황은 극명하게 달라졌다. A팀에서는 핵심 멤버 3명이 이직했고, B팀은 전 구성원이 남아서 더욱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혼자 받는 것과 나누는 것의 차이가 만든 결과였다.
독점의 유혹과 그 대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직장에서는 자신의 성과를 어필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려는 욕구가 지나치면 팀워크를 파괴하는 독이 된다.
스포트라이트 독점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팀원들의 동기가 급격히 떨어진다.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다음번에는 최선을 다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어차피 공로는 리더가 다 가져갈 텐데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또한 정보 공유가 줄어든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공유하지 않게 된다. 개인적인 네트워크나 정보도 팀과 나누지 않으려 한다. 결과적으로 팀 전체의 역량이 개별 구성원의 역량의 합보다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뢰 관계의 파괴다. 함께 노력해서 만든 성과를 한 사람이 독점하면, 팀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한 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고, 이는 장기적으로 팀의 성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리더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는다. 팀원들의 동기가 높아지고,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려 하며,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낸다. 개인의 짧은 성취보다 팀의 지속적인 성장을 택하는 것이다.
공유 리더십의 기술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것은 단순히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리더십 기술이다. 이를 통해 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첫 번째 기술은 '구체적 기여 인정'이다. "팀원들 덕분입니다"라는 추상적 표현보다는 "김 대리의 고객 분석 덕분에 타겟팅이 정확해졌고, 박 사원의 디자인 센스 덕분에 사용자 반응이 좋았습니다"처럼 구체적으로 각자의 기여를 언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정 공유'다. 결과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처음에 최 사원이 제안했고, 정 대리가 구체화했으며, 제가 실행 방안을 만들었습니다"처럼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세 번째는 '미래 기회 제공'이다. 현재의 성공을 발판으로 팀원들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나누거나,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길 수 있도록 추천하는 것이다.
인정 욕구 진단: 나의 스포트라이트 스타일은?
성과 공유 성향 자가진단
다음 상황에서 나의 반응을 체크해보자.
상황 1: 팀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상사에게 보고할 때
A) 내가 한 일을 중심으로 보고한다
B) 팀의 협력 과정을 중심으로 보고한다
C) 다른 팀원들의 기여를 먼저 언급한다
D) 결과만 간단히 보고한다
상황 2: 외부에서 칭찬을 받았을 때
A) "제가 열심히 한 결과입니다"
B) "팀워크가 좋아서 가능했습니다"
C) "○○님이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D) "운이 좋았어요"
상황 3: 언론이나 블로그에 팀 성공사례가 소개될 때
A) 내가 인터뷰를 받고 싶다
B) 팀 대표로 인터뷰를 받겠다
C) 핵심 기여자가 인터뷰받기를 원한다
D) 관심 없다
상황 4: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
A) 내 노력을 중심으로 소감을 말한다
B) 팀 전체의 노력을 언급한다
C) 개별 팀원들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D) 간단히 감사인사만 한다
타입별 특징
독점형 (A가 많음): 개인 성과 집중, 팀워크 저해 위험
균형형 (B가 많음): 개인과 팀의 조화, 건전한 성과 공유
헌신형 (C가 많음): 과도한 겸손, 자신의 기여 과소평가 위험
무관심형 (D가 많음): 성과 인식 부족, 동기 부여 필요
애플의 팀 크레딧 문화
애플은 제품 발표회에서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 CEO나 임원이 발표할 때, 반드시 개발에 참여한 팀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2019년 아이폰 11 발표회에서 팀 쿡 CEO는 이렇게 말했다. "이 혁신적인 카메라 시스템은 존 테너스가 이끄는 하드웨어 팀, 조니 스루지가 이끄는 소프트웨어 팀, 그리고 앨런 다이의 디자인 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특히 야간 모드는 사라 프레이어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런 방식은 몇 가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우선 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진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발표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또한 각 팀의 전문성이 인정받는다. 단순히 "개발팀"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여 분야가 언급되면서 전문성이 부각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문화가 조직 전체에 확산되는 것이다. 최고 경영진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중간 관리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애플 전체에 성과 공유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애플의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장은 절대 혼자 공로를 가져가지 않아요. 항상 팀원들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죠. 그래서 우리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 없이 공유하게 됩니다."
스포트라이트 나누기의 구체적 기법
스포트라이트를 효과적으로 나누려면 몇 가지 구체적인 기법을 알아야 한다.
1. 시간차 공유법
모든 사람을 한 번에 언급하려고 하면 오히려 임팩트가 떨어진다. 대신 상황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각자의 기여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아이디어 제공자를, 중반에는 실행 담당자를, 마무리에는 품질 관리자를 부각시키는 식이다.
2. 전문성 중심 언급법
단순히 "열심히 했다"고 하지 말고, 각자의 전문성과 연결해서 언급하는 것이다. "김 대리의 데이터 분석 전문성 덕분에", "박 사원의 디자인 감각 덕분에"처럼 전문 분야와 연결해서 언급하면 더욱 의미 있는 인정이 된다.
3. 성장 스토리 연결법
팀원의 기여를 언급하면서 그들의 성장 과정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 사원이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성해낸 알고리즘이 핵심이었습니다"처럼 성장 스토리와 연결하면 더욱 감동적이다.
4. 미래 연결법
현재의 성과를 미래 기회와 연결해서 언급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 대리가 보여준 리더십으로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팀장을 맡아도 될 것 같습니다"처럼 미래의 기회와 연결한다.
인정의 경제학: 나눌수록 커지는 가치
경제학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나누면 각자의 몫이 줄어든다고 배운다. 하지만 인정과 칭찬의 세계에서는 정반대의 법칙이 적용된다. 나눌수록 전체 파이가 커진다.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면 팀원들의 동기가 높아진다. 동기가 높아진 팀원들은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더 좋은 성과는 더 큰 인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모든 사람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반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면 어떻게 될까? 팀원들의 동기가 떨어지고, 다음 성과는 이전보다 못해진다. 결국 받을 스포트라이트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독점하려다가 전체 파이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성과를 팀원들과 나누는 리더의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평균 23%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팀원들의 만족도도 35% 높고, 이직률은 40% 낮다고 한다.
상황별 스포트라이트 나누기 전략
다양한 상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팀 미팅에서
성과를 보고할 때 "이번 프로젝트는 세 단계로 나뉘어졌는데, 1단계는 김 대리가, 2단계는 박 사원이, 3단계는 최 주임이 각각 리드했습니다"처럼 단계별로 기여자를 언급한다.
상급자 보고에서
"팀 전체가 잘했지만, 특히 정 대리의 창의적 해결책이 돌파구가 되었습니다"처럼 팀 전체를 언급하면서도 핵심 기여자를 부각시킨다.
고객 앞에서
"저희 팀의 이 사원이 직접 개발한 기능입니다"라고 하면서 팀원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직접 설명할 기회를 준다.
사내 발표에서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에 "이 아이디어는 우 대리가 제안했습니다", "이 분석은 유 사원이 담당했습니다"라고 언급하여 청중들이 각자의 기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스포트라이트 나누기의 함정과 주의사항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것에도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억지로 나누려고 하면 안 된다. 실제 기여가 없는데도 형식적으로 언급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기여만 언급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기여를 완전히 숨길 필요는 없다. 과도한 겸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팀의 기여를 언급하면서도 자신의 역할도 적절히 표현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셋째,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태도가 바뀌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성공했을 때만 나누고 실패했을 때는 개인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
일주일 실천 과제: 매일 한 명씩 인정하기
다음 일주일 동안 매일 한 명씩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인정해보자.
월요일: 지난주 프로젝트에서 도움을 준 동료에게 감사 인사 전하기
화요일: 팀 미팅에서 동료의 아이디어나 기여 언급하기
수요일: 상사에게 보고할 때 팀원의 좋은 성과 언급하기
목요일: 다른 부서 사람들 앞에서 팀원 소개하기
금요일: 이번 주 가장 도움이 된 동료에게 공개적으로 감사 표현하기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팀 전체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
함께 빛날 때 더 밝아진다
스포트라이트는 나누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밝아진다. 혼자 받는 박수보다 함께 받는 박수가 더 크고, 혼자 누리는 성취감보다 함께 누리는 성취감이 더 달콤하다.
진정한 리더는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누는 사람이다. 팀원들이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다. 그럴 때 팀 전체가 더 밝게 빛나고, 결국 리더 자신도 더 큰 빛을 받게 된다. 작은 인정과 칭찬이 모여서 강력한 팀워크를 만들어낼 것이다. 혼자 빛나는 별보다 함께 빛나는 별자리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팀플레이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