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조직문화 건축학 - 6. 구내식당 혼밥 CEO가 바꾼 것
2018년 한국의 한 대기업 CEO가 회사 구내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임원진 없이 일반 직원들 사이에 앉아 평범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을 본 직원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회사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전까지 이 회사는 엄격한 위계질서로 유명했다. CEO와 일반 직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있었고,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CEO의 이 작은 행동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꿨다.
다음 날부터 중간 관리자들도 부서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회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CEO나 임원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던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가 생겼다. 6개월 후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소통과 참여" 항목이 30% 이상 개선되었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이 문화에 미치는 힘이다. 리더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 조직의 진짜 문화가 된다.
리더의 행동, 조직 문화의 청사진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가 말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을 더 주의 깊게 관찰한다. 리더의 하루 일과, 의사결정 방식, 대화 스타일, 심지어 사소한 습관까지도 조직 전체로 전파된다. 이는 의식적인 모방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학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권력과 지위가 높은 사람의 행동을 모델로 삼아 학습한다. 이는 수만 년 동안 진화해온 생존 메커니즘이다. 리더를 따라하는 것이 조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리더의 행동이 문화로 번역되는 과정
관찰과 해석
구성원들은 리더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한다. "CEO가 왜 저런 행동을 할까?"를 끊임없이 분석한다.
모방과 학습
해석된 행동을 자신의 행동으로 모방한다. 특히 승진하고 싶거나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일수록 리더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따라한다.
전파와 확산
모방된 행동이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전파된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조직 전체로 퍼져나간다.
정착과 내재화
반복을 통해 그 행동이 "당연한 것",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그것이 조직의 문화가 된다.
일론 머스크의 "첫 번째 원칙" 리더십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첫 번째 원칙(First Principles)"이라는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사고방식이 그의 행동을 통해 조직 전체의 문화가 되었다.
머스크의 첫 번째 원칙 행동들
기존 관념에 도전하기
"왜 로켓이 그렇게 비싸야 하는가?", "왜 전기차는 못생겨야 하는가?"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데이터와 물리학으로 판단하기
감정이나 관습이 아닌 데이터와 물리 법칙에 근거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회의에서도 "그 수치의 근거가 무엇인가?"를 계속 묻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재사용 로켓은 불가능하다"는 업계 상식을 뒤엎고 실제로 만들어냈다. "할 수 없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디테일까지 직접 관여하기
CEO임에도 불구하고 엔진 설계, 배터리 화학까지 깊이 관여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머스크 리더십이 만든 조직 문화
이런 머스크의 행동들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전체의 문화를 만들었다.
질문하는 문화
모든 직원들이 "왜?"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한다. 기존 방식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회의에서 감정적인 의견보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도전적 목표 설정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완벽주의 문화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자가진단: 내가 만들고 있는 문화는 무엇인가?
리더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다음 질문들을 통해 스스로를 진단해보자.
리더 행동의 문화적 영향 자가진단
시간 사용 패턴
□ 나는 하루 중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가?
□ 직원들이 나를 통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가?
□ 내가 참석하는 회의나 활동이 조직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가?
□ 야근이나 주말 근무에 대한 내 태도는 어떤가?
의사결정 방식
□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누구와 상의하는가?
□ 데이터와 직감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는가?
□ 실패나 실수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다른 의견이나 반대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소통 스타일
□ 나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가? (이메일, 직접 대화, 회의 등)
□ 칭찬과 비판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 직급이 낮은 직원들과도 편하게 대화하는가?
가치 실천
□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를 내가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가?
□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는가?
□ 개인적 이익과 조직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 내 행동이 조직의 미션과 일치하는가?
관계 형성
□ 직원들과 어떤 거리감을 유지하는가?
□ 공식적 관계와 비공식적 관계의 균형은 어떤가?
□ 팀원들의 개인적 상황이나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가?
□ 갈등이나 문제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런 질문들의 답이 바로 당신이 만들고 있는 조직 문화의 모습이다.
하워드 슐츠의 "사람 중심" 리더십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라"는 철학을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다.
슈츠의 대표적인 행동들
개인적 관심과 배려
슐츠는 직원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했고, 그들의 가족 상황까지 알고 있었다.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
위기 상황에서의 지원
직원이나 그 가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의료비 지원, 교육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권한 위임과 신뢰
현장 직원들에게 고객 만족을 위해 필요한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했다. 매장 매니저가 고객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당한 재량권을 갖도록 했다.
평등한 대우
파트타이머도 정규직과 같은 복리후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당시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슐츠 리더십이 만든 스타벅스 문화
가족 같은 분위기
스타벅스 직원들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고객보다 직원 우선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믿음 하에 직원의 만족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주인의식 문화
직원들이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스타벅스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는다. 회사 주식도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지속적 학습과 성장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는 문화가 있다. 대학 등록금 지원 프로그램도 그 일환이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자유와 책임" 리더십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이라는 독특한 리더십 철학을 실천한다.
헤이스팅스의 혁신적 행동들
무제한 휴가 정책
직원들이 원하는 만큼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졌다.
투명한 정보 공유
회사의 모든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한다. 매출, 전략, 심지어 인사 결정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적극적인 피드백 문화
상하급자 구분 없이 서로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CEO인 헤이스팅스 자신도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성과 중심 평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든 좋은 결과만 내면 된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 문화
높은 자율성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크다. 미시적 관리는 최소화한다.
명확한 책임
자유가 주어진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정리한다.
투명한 소통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솔직한 피드백이 오가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지속적 혁신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문화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도 타타그룹 라탄 타타의 "윤리적 리더십"
인도 최대 기업집단 타타그룹의 명예회장 라탄 타타는 "윤리적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타타그룹의 윤리 문화를 만들어냈다.
라탄 타타의 윤리적 행동들
부패 척결의 의지
인도에서 뇌물이 관행인 상황에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사업 기회를 잃더라도 윤리를 지켰다.
사회적 책임 실천
개인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사업도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 기여를 목표로 했다.
직원과 고객 우선
2008년 뭄바이 테러 당시 타타그룹 호텔이 공격받았을 때,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고객을 대피시키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을 영웅으로 대우했다.
검소한 생활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지만 검소한 생활을 유지했다. 사치나 과시를 하지 않았다.
타타그룹의 윤리 문화
청렴성의 DNA
타타그룹 직원들에게는 "절대 뇌물을 주거나 받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 되었다.
사회적 책임 의식
모든 사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선 가치 창출을 추구한다.
장기적 관점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와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
인간 중심
직원과 고객을 단순한 자원이나 수익원이 아닌 인간으로 대우한다.
리더가 문화를 바꾸는 구체적 방법들
리더로서 조직 문화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다음 전략들을 활용해보자.
1. 상징적 행동으로 메시지 전달
일상의 작은 행동 바꾸기
평소 사용하지 않던 엘리베이터 타기
다른 부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 먹기
회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미팅하기
일찍 퇴근하는 모습 보여주기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원칙 지키기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 보여주기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행동하기
투명하고 솔직한 소통하기
2. 일관된 메시지 전달
말과 행동의 일치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이 같아야 한다. 불일치는 신뢰를 깨뜨린다.
지속적인 반복
한 번의 행동으로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일관되게 반복해야 한다.
예외 없는 적용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든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3. 시스템과 제도 정렬
인사 정책 변경
원하는 문화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고 승진시킨다.
보상 체계 개선
원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보상받도록 한다.
프로세스 개선
업무 프로세스를 원하는 문화에 맞게 조정한다.
4. 스토리텔링과 소통
개인적 경험 공유
자신이 왜 그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개인적 스토리를 공유한다.
성공 사례 발굴
원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찾아서 널리 알린다.
정기적인 대화
문화에 대해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5. 환경과 분위기 조성
물리적 환경 변화
사무실 공간이나 배치를 원하는 문화에 맞게 바꾼다.
회의 문화 개선
회의 방식이나 분위기를 새로운 문화에 맞게 조정한다.
의식과 전통 만들기
새로운 의식이나 전통을 만들어서 문화를 강화한다.
마크 베니오프의 "평등" 리더십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는 "평등(Equality)"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실천한다.
베니오프의 평등 실천 행동들
임금 격차 해소
같은 일을 하는데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임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300만 달러를 투입해서 격차를 해소했다.
다양성 목표 설정
임원진과 관리자급에서 여성과 소수민족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을 제시했다.
포용적 채용
블라인드 리쿠르팅을 도입해서 이름, 성별, 인종 등에 대한 편견 없이 채용한다.
목소리 내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성소수자 권리, 인종 차별 반대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다.
세일즈포스의 평등 문화
V2MOM 시스템
Vision(비전), Values(가치), Methods(방법), Obstacles(장애물), Measures(측정)를 통해 평등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
평등 교육
모든 직원이 무의식적 편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평등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 과제가 되었다.
데이터 기반 관리
다양성과 포용성 지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공개한다. 개선 현황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직원 주도 그룹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이 주도하는 ERG(Employee Resource Group)를 지원한다.
제프 베조스의 "고객 집착" 리더십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일상의 행동으로 보여줬다.
베조스의 고객 중심 행동들
빈 의자 원칙
중요한 회의에는 항상 빈 의자 하나를 둔다. 그 자리는 "고객의 자리"로, 모든 결정을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상기시킨다.
고객 이메일 직접 답변
CEO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불만 이메일을 직접 읽고 답변한다. jeff@amazon.com으로 오는 이메일들을 실제로 확인한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
단기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 만족을 위한 투자를 계속한다. 프라임 배송, 킨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실패 허용
고객을 위한 실험이라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Fire Phone 같은 실패도 학습 기회로 여겼다.
아마존의 고객 집착 문화
모든 결정의 기준
신제품 개발, 서비스 개선, 투자 결정 등 모든 것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데이터보다 고객
아무리 데이터가 좋아도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재검토한다. 고객의 소리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장기적 관계
단기적 매출보다 장기적 고객 관계를 중시한다. 한 번의 거래가 아닌 평생 고객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혁신의 동력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리더십 변화의 시작점들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은 리더라면 다음과 같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자.
즉시 시작할 수 있는 것들
일상 패턴 바꾸기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직원들과 인사하기
일주일에 한 번은 다른 부서에서 점심 먹기
회의 시작을 "어떻게 지내세요?"로 시작하기
퇴근할 때 "수고하셨습니다" 직접 말하기
소통 방식 개선
이메일 대신 직접 찾아가서 대화하기
질책보다 질문으로 접근하기
칭찬은 공개적으로, 비판은 개별적으로 하기
"왜 안 되나?"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묻기
의사결정 스타일 변화
중요한 결정 전에 다양한 의견 듣기
실패에 대해 개인을 비난하지 않기
성공은 팀의 성과로, 실패는 리더의 책임으로 여기기
원칙과 가치에 따라 일관되게 결정하기
문화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의 작은 행동 변화가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조직 전체를 바꾸는 큰 힘이 된다.
당신은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어떤 행동을 시작할 것인가? 기억하자. 리더가 보여주는 것이 문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