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살면서 가장 많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누군가 왜 그 질문을 반복해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래야 하니까요.”
이 말은 많은 사람에게 쉽게 닿지 않는다.
‘왜 그래야 하지?’, ‘무슨 뜻이야?’
당연한 반응이다.
일반적인 삶의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이상한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살아온 방식에서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울 뿐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지금도 연기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으니
나에게 “연기를 잘해야만 한다”는 말은
어쩌면 ‘숨을 쉬어야 한다’만큼 단순하고 명확한 문장이었다.
1981년 2월 26일, 도곡동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84년 초여름, 신길동 골목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촬영 장소를 찾으러 나온 한 감독의 발걸음이
조금 어이없을 만큼 우연하게도 내 앞에서 멈췄다.
그 우연은 당시 MBC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던 <수사반장>의 촬영장으로 이어졌고,
나는 ‘살인자의 아들이자 사건의 목격자’라는 배역으로 첫 연기를 하게 되었다.
대본을 읽을 줄 몰라
엄마가 읽어주는 대사를 그대로 따라 하며 연습했다는 사실을 몇 년 지나서야 알았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얼떨떨한 순간들이지만,
바로 그 시간이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해버렸다.
또래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며 사회성을 배울 때,
나는 함께 촬영하는 사람들과 ‘일’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었다.
아이들이 동화책과 덧셈·뺄셈을 배울 나이에
나는 전쟁고아의 아픔을 이해하고 표현해야 했다.
4세부터 6세까지의 시간은
보통의 아이들이 경험하지 않는 속도로 지나갔다.
그게 나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웠고,
실제로 국민학교 2학년까지
모든 사람이 나처럼 연기를 하며 산다고 믿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내 인생의 가장 기본이자 당연한 고민이었다.
잘하지 못했다면,
나는 이 일을 40년 넘게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앞으로 쓰려는 이야기는
그 아주 어린아이의 몸으로
배우의 세계를 먼저 배워야 했던 사람,
그리고 여전히 그 세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광대 문혁’이라는 사람의 시선으로 본 세상의 기록이다.
연기라는 일이 너무 이른 시기에 내 인생의 문을 열었고,
나는 그 문 안에서 세상을 익히고 자라왔다.
그 시간을 기억 속에서 꺼내 차근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