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생각하기
소요서가에 구경갔다가 재미있어보여서 집어 들었는데 300년 전에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뭐 하나 틀린 것 없지만 역시 인간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존재군.
’ 지식인의 질병을 유발하는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은 정신의 과도한 노동과 육체의 연이은 휴식‘
‘인간의 뇌는 굳이 비유하자면 전쟁이 벌어지는 무대와도 같습니다. 그곳에서 뻗어 나온 신경줄기 매우 민감하게 분포된 위장은 정신의 과도한 노동에서 비롯한 부담을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떠안는 신체부위죠.‘
‘지식인이 건강과 관련해서 우선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자기 잘못을 인정한 일입니다 ‘
‘공부로 인한 자기 긍정의 고정관념이 지적 수준에서 편승하는 자존감과 더불어 상승작용을 일으켜, 그들은 자기 자신의 생활태도가 좋지 않다는 충고를 좀처럼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요컨대 인간은 독살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독이 달콤하기에 기꺼이 삼키는 존재입니다 ‘ #커피
고등학교 때 범열이가 한성훈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왔었는데, 계룡산인가 매봉산에서 수련을 했다면서 기치료를 하고 다녔던 좀 특이한 친구였다. 남자애들은 비웃었고, 난 진짜인 거 같기도 하고 뻥인 거 같기도 한 그 경계에서 혼란했다. 사람 몸에 안 좋은 곳에서는 찬 기운이 나온다며 손바닥을 1cm 정도 대고 가만히 느껴보라고 했었는데 진짜 찬 기운이 나오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있다 보면 괜찮아지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런데 애들은 엄청 갈구고 애도 너무 엉뚱하니까 이걸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잘 안 되었던 거 같다. 걔는 성당에 잠깐 나오다 말아서 더 이상 회자되지는 않았지만 뭐하고 사는지 궁금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물론 걔는 나를 기억 못 하겠지만.
그렇게 고등학교 때 내 머릿속에 들어온 ‘기운의 흐름’이 여기저기 아픈 남편 몸을 쓰다듬으면서 확실히 있다고 느껴지는데 염증이 생기고 근육이 뭉쳐 아픈 곳이 온도의 차이로 느껴지는 거다. 가만히 만지다 보면 아픈 곳도 잘 찾고 마사지도 잘하지만 그런 내가 사짜 같은 느낌에 웃기기도 하고, 어떻게 보여줄 수가 없네. ㅋ
이 책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아니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내 어떤 삶의 기조 같은 걸로 자리 잡았는데 다시 확인시켜줬다.
사람 몸에는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이 막히거나 쌓이면 아픈 거 같다. 그래서 ‘순환이 잘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비대칭적이고 불균형적인 몸을 가지고 태어났고 어딘가 삐뚠 그 부분에서 아픔이 시작되는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운동보단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운동이 필요한 거 같다. 근데 뭐 우리가 그런 생각으로 운동을 했나. 다들 남들보다 잘해야 하고 남들 이기려는 운동만 하지. 그런 게 좀 아쉽다.
마음도 마찬가지라 사람은 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고 마음도 상하기 마련인데, 말을 못 하거나 표현을 못하고 잔뜩 쌓아만 두면 언젠가 탈이 되는 거 같다. 그래서 그게 어떤 방식이던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서 꼭 표출하길 권한다. 나는 그게 언어인 것 같고 누군가에겐 이미지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몸의 표현이겠지만 자기의 방식을 꼭 찾으면 좋겠다.
책에서는 좀 더 과학적으로 '체액'과 '혈류'라고 표현하고 있고 머리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피가 머리에 몰리고 뇌피질이 단단해져 결국 석회화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머리를 과도하게 써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병들, 위염, 신경질환, 치질, 간질, 발작 심지어는 급사까지 아주 다양하게 열거한다. 책만 읽으면 머리를 쓰면 절대 안 될 거 같지만 ‘정신을 연마해 진정으로 행복해질 것인가, 아니면 가장 어리석은 동물로서 인간보다 행복해질 것인가.’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하니 너무 과도함을 취하지 말고 평균율을 잘 맞추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심지어 그렇게 대단한 머리를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요즘 빠져있는 생각과 지속되는 두통 때문에 좀 환기시키고 싶었는데 이렇게 적당하게 만나는 책이 너무 좋다. 스트레스받고 있는 친구들이 한 번씩 읽으면 좋겠는데 읽다 보면 더 스트레스받겠지? ㅋㅋ 여행 가고 싶은 본능적 느낌이 생존 욕구였구나 싶으면서 모든 건 유기 적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몸속에 흐르는 체액의 양과 농도와 성질을 조절하는 것. 적당한 사고와 적당한 운동, 그리고 좋은 음식과 좋은 바람(wind)으로 균형을 맞히는 것.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
‘갑자기 머리가 묵직하면서 열이 나는 느낌이 들면, 일단 하던 일을 멈추고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말도 하지 말아야 하며, 시원한 물을 조금 마시는 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