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 등받이와 테이블을 제자리로 해주시고, 좌석벨트를 매주십시오.
Ladies and Gentlemen. We will be landing ···
착륙하는 비행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지의 앞섶을 붙잡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일곱 시간의 비행 동안 화장실은커녕 동상이 된 것처럼 한쪽 손으로는 앞 좌석의 헤드를, 다른 한 손으로는 좌석의 팔걸이를 생명줄인양 붙잡고 미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벨트를 풀지 말라는 것은 물론이고 가방도 무릎에 얹어두지 말라, 시트를 바르게 세워달라, 움직이지 말아 달라는 등 안 그래도 지켜달라는 게 많은 착륙 시에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성인 남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지 앞섶을 움켜쥐고 서성거리니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봤다.
승무원들은 당황스러워하며 그를 제지했고, 내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가끔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내 마음은 항상 넘쳐흐르기 직전이다.
찰랑찰랑.
물이 한 방울만 더 떨어지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이 꽉 차버린 물컵 같다.
찰랑찰랑.
한 차례 화장실을 다녀왔음에도 가시지 않는 불안감 때문인지 그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또다시 화장실을 찾았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서도 그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다.
가족들 모두가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하필 깊고도 깊은 곳에 있는 공항철도 덕에
그의 아버지는 캐리어를 내려놓을 새도 없이 크디큰 캐리어를 한 손으로 들고
그의 뒤를 따라 높디높은 에스컬레이터를 두 칸, 세 칸씩 휘청휘청 뛰어올라갔다.
캐리어를 손에 쥐고 휘청이며 뛰어올라가는 60대 남성의 뒷모습은 아래에서 보기에 위태롭기 그지없었지만,
그 남성에게는 그가 지하철역 한복판에서 오줌을 싸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인 양 위로만 내달렸다.
찰랑이던 내 물컵에 물이 한 방울 툭 하고 떨어졌다.
와르르.
여행의 끝에서 나는 와르르 쏟아진 얼굴로 가족들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