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10. 뜻하지 않은 선물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생일이 있는 달이 다가올 때면,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초록창을 켜고 애견 펜션이 있는 장소를 검색하여 여행지를 고르곤 했다. 우리 집의 절대자이자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는 황마님의 주도아래 시작된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연례행사인 셈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인 만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만들자"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특별한 하루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초등학생 시절부터 쭉 '생일=놀러 가는 날'이 당연했던 우리 삼 남매는 1월 황마님의 생일 여행으로 한 해를 시작했고, 11월의 여동생 생일 여행을 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다.




지바가 가족이 되었던 그 해 11월은 좀 더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여동생의 생일이 있던 달이기도 했지만, 나의 긴 1년의 고3 수험생 시절의 끝을 고하는 달(야호!)

이었다 보니, 걸어 다니는 할인 쿠폰이자 자유의 몸이 된 나는 여동생의 생일을 핑계 삼아 십 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특별한 여행지를 고르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집념의 검색 끝에 부산으로 최종 여행지를 정하고 난 뒤부터는 서로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나열했고, 파워 J형 인간인 나와 여동생이 저마다 늘어놓는 장소들을 하나 둘 정리하며 일자별 일정표를 정리하는 동안에 엄마와 남동생은 2박 3일의 여행을 위해 새로 산 옷들을 차곡차곡 접어 캐리어에 정리해 넣고 있었다.


이제는 당연해진 토니와 지바 몫의 장난감과 간식들, 자질구레한 용품들을 챙겨 넣으면서, 큰 캐리어 한편에 제법 자리를 차지한 애물단지들의 물건들이 귀여워 한 바탕 웃음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여행의 설렘에

저마다의 기대를 꽃피우며, 바닥에 어지럽게 늘어놓은 물건들을 마저 정리하고 캐리어를 닫아 현관으로 옮겨 놓는 것을 끝으로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토니와 지바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바보 집사들에게,
여행보다 더 '특별한 어떤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고요한 새벽을 깨운 건 갑작스럽게 거실을 가득 메우는 지바의 괴성이었다.


여행의 설렘에 뒤척이다 막 잠에 든 지 한 시간 무렵 지났을까, 거실을 떠나가라 울리는 지바의 울음소리에 놀란 모두가 다급하게 거실로 나와 불을 켰다. 갑작스럽게 환해진 빛에 찌푸려드는 눈을 애써 부릅뜨며 거실 테이블 앞의 지바 인영을 확인하고 다가가 품에 안으려 손을 뻗은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만 18세 첫째였던 나를 포함, 미성년자 셋의 앞에 더없이 적나라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리 났네- 당황감 100%를 담은 엄마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우리 삼 남매는 그 자리에 목석처럼 굳은 채로

멍하니 지바와 토니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나리오가 실시간 라이브로 우리의 눈

앞에서 펼쳐졌다 보니, 사고회로가 우뚝 정지해 버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이내 가장 빠르게 정신을 차린(?) 엄마가 여행과 관련된 검색어가 수 놓인 초록창을 켜 '강아지 짝짓기'를 검색하셨고, 자연스럽게 둘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모 지식인들의 공통적인 말을 확인하고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지바 옆에 잠자코 앉아 등을 다독여줄 뿐이었다.



"이놈의 시끼들이 서로 도망 다닐 땐 언제고 아주 웃기는 짬뽕들일세?"



어이없이 터져 나오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그제야 긴장감이 풀린 우리는 실 없이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새벽의 당황스러운 해프닝을 흘려보내며, 몇 시간 뒤 시작될 여행을 위해 다시금 잠을 청하며 방으로 해산했다.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우리의 등 너머로 들려왔던 의미심장한 엄마의 말이 실체를 가지게 된 것은,

그로부터 40여 일이 지난 뒤였다.



"설마 임신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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