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지바가 우리 집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토니와 지바는 사이좋은 친구처럼 나란히 앉아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매트에 발랑 드러누워 같이 잠을 자기도 했다. 그래도 토니가 1살이 되었다고 제법 어른스러워졌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그렇게 평범하고도 소중한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훌쩍 커가던 지바가 소리 없이 숨겨두었던 본성을 꺼내기 시작하는 줄은...
우리 중 그 누구도 몰랐다.
정말이지 단 1도 몰랐다.
"하, 또야?! 지바야, 에퉤퉤 해. 얼른."
지바에게 간식을 뺏긴 토니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벌써 다섯 번째였다. 지바가 토니의 간식을 뺏어먹기 시작한 게, 토니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뒷발을 앙앙 물어대기 시작한 게, 그리고 토니가 지바를 피해 도망 다니기 시작한 게.
지바가 우리 집에 온 첫 일주일 동안의 평화가 전부 연기였던 걸까? 되지도 않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우리 가족은 입으로 다 물기에도 버거운 크기의 간식을 입에 왕왕 물어대는 지바에게서 간식을 뺏어 들고 짐짓
엄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았다.
"지바야, 이건 토니 간식이야. 네 건 아까 줬잖아. 계속 뺏어먹으면 진짜 혼난다?!"
제법 진지한 목소리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지바는 간식을 뺏긴 게 억울한 듯 앙앙 짖어대며 거실 여기저기를 폴짝거리며 뛰어다닐 뿐이었다. 그런 지바를 소파 위에서 내려다보던 토니의 옆에 앉아 간식을 돌려주며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 토니의 눈이 하는 말이 환청처럼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마 분명 토니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말을 할 것 같았다.
"누나 미워! 완전히 속았어, 속았다고!!!"
(근데 토니야... 누나도 속은 기분이라고...)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의 소집명령 아래 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 안건은 바로,
대체 왜 지바는 토니의 간식을 뺏어가는가 - 였다.
지바가 처음으로 토니의 간식을 뺏어갈 때는 그저 자기랑 다른 토니 간식이 신기해서 장난치는 줄만 알았다.
그때 단호하게 잡지 못한 게 화근이 되었는지, 지바는 그 뒤로도 토니가 커다란 간식을 물고 소파 위로 훌쩍 올라가면 그 아래서 마치 하이에나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토니가 간식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순간을 노려 간식을 물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착하고 소심한 토니는 지바에게 빼앗긴 간식을 그저 망연자실 바라보며 애잔하게 부르짖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는 안 되겠다 생각한 엄마가 최후의 방법으로 대책회의를 열고야 만 것이었다.
'강아지가 간식을 뺏어요" , '강아지가 간식을 뺏기는 이유' , '강아지도 성격이 돌변하나요'
머릿속을 떠다니는 온갖 문장들을 초록창에 검색하고 또 검색해 보았지만, 우리 가족의 궁금증을 완벽히 해소해 줄 만한 내용도 해결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거창하게 회의랍시고 모여 앉았지만, 결국 어떤 뾰족한 해결책을 찾아내지도 못한 채 의문점과 답답함만을 남기던 회의가 지난하게 길어지고 있을 즈음, 띠리링- 하고 휴대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지바의 2차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내원해 달라는 동물병원의 예방접종 안내 문자였다. 그리고 그 순간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내며 여동생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니, 바보네 우리 진짜. 전문가를 두고 이게 무슨 참나ㅋㅋㅋ"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없는 가장 깔끔한 해결책을 눈앞에 두고 바보같이 고민하고 있던 우리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지 여동생은 여즉 깔깔거리며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아니 원장님 있잖아, 원장님! 예방접종하러 가서 물어보면 되지!"
정답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그렇게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대책회의는 원장님의 등장으로 허무한 끝을 고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바가 워낙 호기심도 질투심도 많아서 그럴 거예요."
강아지도 저마다의 성격이 다 다르다 보니, 아마 서로 맞춰가는 중일 거예요.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일들이라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원장님은 예방접종을 끝낸 지바를 진찰대에 내려놓으시며 해답지를 건네주셨다. 그간의 고민이 무색할 만큼 간단하고 명쾌한 내용이었다.
아마 지바가 보기에 토니에게 간식을 주고 난 뒤에 우리의 반응이 토니에게 쏠리는 걸 보고 질투심이 들기도 했을 거라고 덧붙이시면서, 토니가 아마 장난감이나 간식을 뺏기고도 자기한테 크게 으르렁거리지 않아서 지바에게는 그게 또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을 거라는 말을 끝으로 간식이나 밥을 줄 때 서로 분리된 공간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해주면 더 빨리 좋아질 거라고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다음 3차 예방접종일 안내를 끝으로 우리는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장한 집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 뒤로는 정말 일사천리로 지바의 행동이 잡혀나가기 시작했다. 간식을 주는 시간이 될 때마다 나와 여동생은 토니 파 거실팀으로- 엄마와 남동생은 지바 파 안방으로 흩어졌고, 먼저 간식을 다 먹은 지바가 토니가 있는 안방 문가 앞에서 닫힌 안전문을 향해 낑낑거리기 시작할 즈음 간식을 다 먹은 토니와 함께 다시 거실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한 지 한 달여쯤 지나자, 이제는 굳이 방을 나누어 들어가지 않아도 지바는 토니의 간식을 탐내지 않았다. 언제 토니의 간식을 뺏어먹었냐는 듯이 제 몫의 간식을 다 먹고 나면, 항상 느리게 간식을 먹는 토니를 흘긋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어느덧 5차 예방접종이 끝난 지바가 토니와 함께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되었고, 6개월을 넘어가면서 첫 생리를 시작하며 쑥쑥 성장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원장님의 귀띔으로 지바의 첫 생리에 온갖 대비를 하고 있던 우리는 큰 이슈없이 무사히 지바의 마법을 지나왔고, 그렇게 제법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집사로서 훌쩍 성장하고 있었다.
그 뒤로도 작은 소란을 몇 번 넘겨가며 지바와 토니는 무럭무럭 완전체 사고뭉치 남매로 자라났다. 막 이갈이를 시작하는 지바는 이빨이 가려운지 의자며 장판을 왕왕 물어놓기 일쑤였고, 덩달아 토니도 그게 재밌어 보였는지 매일매일 새롭고 신박한 사고들을 쳐놓았다. 그렇게 네댓 개의 충전기가 유명을 달리하하던 11월, 여동생의 생일을 맞아 놀러 가기로 한 부산 여행을 하루 앞둔 새벽을 시작으로 우리는 토니와 지바로부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반 강제로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