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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LINA Oct 20. 2024

여유로움과 게으름의 경계선


삶이 바쁘면 부지런해지고

여유로우면 게으를 것이다. 


한국에서 바쁘게 살면, 특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참 소중하다.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했다. 흘러가는 1분 1초가 소중했고, 회사를 오가는 통근 시간, 왕복 3시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며, 블로그도 작성해보고, 인스타그램도 키워보고, 책도 읽어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출근을 하면 기상하는 시간이 정해진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6시 25분에 집에 나와 40분 쯤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만 하루에 3시간인데, 이 시간만 활용해도 좋겠다 싶어 여러를 경험 해봤다. 가장 좋았던 건 블로그 작성과 책 읽기였다. 어느새, 책을 보고 싶어서 출퇴근 시간이 기다려졌다. 회사에서 일 하고 점심 시간에는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거나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기도 했다. 5시에 칼 같이 퇴근하여 지하철 역 앞에 있는 크로스핏 센터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씻고 나오면 6시 45분쯤 되었다. 그리고, 7시 쯤 친구들과 만남을 가졌다. 보통 막차 끊기기 전에 집에 갔기에 10시쯤 헤어졌고, 집에 오면 11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진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노트북을 챙겨서 독서실에 갔다.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글을 쓰거나, 대외 활동을 하였다. 회사를 다닐수록 개인 시간이 적었기에, 그 시간이 절대적으로 소중했고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었다. 잠을 자는 시간과 맞바꾼 만큼 기회비용이 크다고 느꼈다. 


그렇게 살아 왔다 계속. 

초등학생 때는 타지에서 홀로 기숙사 생활을 했고, 중학생 때는 전과목 종합 학원을 다녔고, 고등학생 때는 5시 30분에 첫 차를 타며 학교에 갔다. 수업 시작 전에 동아리 활동(중국어 강의를 했다)을 한 뒤, 집에 와서는 공부를 했고,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했다, 3년 내내. 주변에서 부지런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수긍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이게 과연 부지런할까? 나는 아직 부족한데.


문득, 여유로운 삶이 궁금해졌다. '원하는 것을 하는 삶',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여유로운 삶'을 살아 보고 싶었다. 회사를 다니면 미래가 그려진다. 이게 참 장점이자 단점인데, 그려진 대로 살 수 있다는 것과, 그려진 대로만 살 수 있다는 것. 나는 새로운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


우선, 퇴사를 했다.

모두가 출근한 뒤인 평일 오후 10시쯤 카페에 갔다. 바깥에 지나다니는 주변 사람들과 풍경을 관찰하였다. 맑고 깨끗한 날씨를 충분히 느꼈다. 일을 하더라도 여유가 생겼다. 다만, 효율성은 떨어졌다.


창업 강의를 들었다.

소상공인 강의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와 진출을 배웠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았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영어권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기에, 뉴질랜드에 살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기 위해 하루 하루 이벤트를 찾아 다녔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는데 본성을 버리진 못한듯 보였다. 6개월 정도 흘렀을까, 삶에 완전히 적응하였다. 새로운 생활 환경을 경험하고 나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잠 자고, 그런 쳇바퀴 같은 삶이 반복되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출퇴근 시간이 왕복 10분이었고, 근무 시간이 주 35시간이었다는 점이다.개인 시간이 증가하면 워라밸이 좋아질 거라고만 생각 했는데, 아니였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게을러진다. 여유로움과 게으름의 경계선은 실금과도 같다. 여유로움을 좆으면 게으름에 다가가는 것이다.


뉴질랜드에 1년 살다보니, 나는 게으른 사람이 되었다.

게으른 사람으로 살아보니 느낀점이 있다.


1. 무기력해진다.

2. 시간의 소중함을 잊는다. 

3. 반복되는 일상에 만족하기 쉽다. 

4. 더이상 발전히기 어렵다.


사소한 일에 감정을 쏟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예민해진다. 도태 된다는 불안감은 증가하지만 그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존감이 낮아진다.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스스로 발전해가지 않으면, 사람은 점점 후퇴한다. 현상 유지도 되지 않는다. 매일을 자기계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1년만 지나도 크게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바쁘면 부지런해지고, 여유로우면 게으를 것이다. 

시간이 소중하여 바쁘게 살았는데, 그것이 왜 부지런한 삶인지 깨닫지 못하였다. 


반대되는 삶을 살아보니, 그런 삶이 부지런했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은 적당한 수면시간을 유지하게 해주었고, 시간의 강박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여유로움과 그에 수반하는 게으름을 주었고, 반대로, 부지런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나는 여전히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성장은 했겠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것의 이유에 대해서는 평생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고통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여유로운 삶이 나에게 준 고통을 통해 나는 더이상 게을러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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