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식후 30분일까?

여러분 치약 뭐 쓰십니까?

by 도향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과 다른 점이 여럿 있지만, 그 중 두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왜 처방받은 약을 식후 30분에 먹으라는지, 두번째는 왜 하루에 양치질을 세번하는지에 대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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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번째는, 한의학의 약식동원 (藥食同源), 즉 “약과 음식이 같은 근원에서 나온다"는 뜻으로, 음식과 약이 본질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동일한 기원을 가진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잘 먹는 것이 곧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개념이며, 약을 식사의 일부로 종속시킨다고 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한의학에서 달여주는 한방 약재는, 아주 오래 전 우리 선조들은 디저트로 먹었다는 뜻이다. 그 문화가 지금까지 내려와서 한국에서는 식후 30분에 약을 복용하라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눌까? 처방은 크게 아침/저녁 약, 또는 아침/점심/저녁 약으로 분류를 한다. 이는 사실은 혈중 약의 농도를 맞추기 위함이다. 아침/저녁 약의 경우는 12시간 간격으로, 오전 6시와 오후 6시에 복용, 또는 오전 8시와 오후 8시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침/점심/저녁 약은 8시간 간격으로, 오전 6시/오후 2시/오후 10시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여기서 간호사들이 ‘나는 오전 8시와 오후 6시라고 배웠는데 이건 뭔가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건 당신들의 근무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지 약효의 최대 효율을 뽑는 시간 대비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전 8시/오후 8시로 나누면 사람들은 그 시간을 잊고 지나간다. 오전 6시, 오후 2시, 오후 10시로 지정해도 무조건 잊고 지나간다. 그렇기에 편의상, 식사 시간은 하루에 3번이니, 대충 그렇게 정하는 것이다. 오전 8시에 복용, 오후 1시에 복용, 오후 7시에 복용, 이렇게 간격은 각각 5시간, 6시간, 그리고 13시간이 됨으로써 혈중에 있는 약의 농도는 우리가 깨어있을때만 높고, 저녁 식사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을 먹기 전까지는 혈중 약의 농도가 매우 묽은 상태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아침 공복, 그리고 취침 전에 먹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이다.


그렇다면 양치질에 대한 문화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본인이 겪었던 에피소드부터 얘기를 하자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점심시간에 양치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역사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점심시간에 양치를 왜 하냐고 여쭤보신 적이 있으셨다. 알고보니 미국은 아침에 일어난 뒤, 그리고 자기 전에 양치를 하는 문화가 잡혀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하루에 양치를 3번하는, 식사 후 양치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을까?


일단 조선시대로 돌아가보자. 그때는 불소로 만들어진 치약이다 칫솔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현대식 양치질은 굉장히 신식 기술이다. 그때 당시는 소금이나 약초 혼합물을 이용해 식후 이를 닦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현대인의 상식으론 모두가 충치에 걸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별개의 얘기이지만, 충치균 또한 전염이라 유아기때 부모가 조심한다면 그 아이가 평생 충치가 생길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의미로 보자면, 사실 양치 빈도와 충치 발생의 인과관계보단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모두가 3/3/3 방법 (하루 3번, 식사 3분 이내, 3분 동안)을 알것이다. 나는 이걸 완벽한 치과와 치약회사의 합작, 마케팅 성공 신화로 본다.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3/3/3을 하지 않으면 충치에 무조건 걸릴 것 같은 사회적인 인식을 심었기 때문이다. (본인은 아침식사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기도 하니, 그냥 한 사람의 의견이구나 하고 지나가길 바란다. 아침식사 음모론은 대충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여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이라는 모토가 베이컨과 마케팅 회사에서 처음 파생된, 20세기에 탄생한, 실제로는 건강적인 면모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다.)


한국과 일본에선 양치를 ‘치아 건강’ 뿐만 아니라 청결, 특히나 입냄새 관리와 연관 짓는다. 식후 양치를 하지 않고 남과 이야기를 하면 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집단 규범을 중시하는 공동체 주의적 사고 답다. 반면 미국이나 타 서양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양치를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최소한의 루틴으로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개인중심적인 국가 다운 문화가 자리잡아있다. 실제로 미국치과협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밤 자기 전에 양치를 하는 것이다. 아침 양치는 밤새 쌓인 플라크를 제거하고 입을 상쾌하게 하기 위한 거고, 저녁 양치는 하루 종일의 세균 축적을 막으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오늘 병원을 다녀오며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하는 행동들의 본질을 하나 둘씩 파악하려고 하는 단계이다. 또 내일은 어떤 것들이 내 눈에 밟힐까. 예상도 못하겠지만, 자기 전에 약 먹고 양치하고 자야겠다. 굿 나잇.


본 글은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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