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와 밤을 새도 출근.
워킹맘 기자로 산다는 것
워킹맘들은 쉬는 날도 쉬지 못한다. 이건 뭐 만국공통의 불변하는 법칙. 그저 잠시 일을 내려놨을 뿐, 엄마라는 또 다른 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퇴근하고,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리라.
그나마, 일상이 유지되는 속에서 쉬는 날을 맞이하면 그냥 일상대로 움직이면 되는데, 그 일상마저 무참히 깨져버린 '변이된 일상' 속에 쉬는 날은 정말이지 무너져 내린다.
특히, 아이가 아프면 워킹맘들은 '슈퍼 울트라 초특급 매가더 우먼'이 되어야 한다.
밤샘야근을 서고 쉬는 날, 잠 한 숨 못자고 아이들을 케어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배가 아프다던 첫째가 저녁을 먹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며칠 째 밥도 제대로 못먹고 배가 아프다며 '엄마 손이 약손'(엄마 손으로 아이 배를 문지르며 읊조리는 문구)을 해달라던 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친정엄마를 소환하고, 둘째를 맡겨둔 채 남편과 급히 인근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찾았다. 집에서 20여 분 걸리는 이 병원은 두 아이가 아프면 종종 찾는 소아전문 응급실이다. 어른들 없이 아이들 진료만 보기 때문에 아이가 울어도 눈치보이지 않고, 모든 진료 기기가 아이들에 맞춰져 있어 타요 영상을 보며 혈압을 재거나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미 '항생제'를 이틀 정도 복용해 온 상태였기에 첫째 약봉투를 내밀고, 응급실 출입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는 초음파, 엑스레이, 소변검사 등을 차례로 진행했다. 어느덧 유치원생이 된 우리 딸은 씩씩하게 진료를 받아줬다. 코로나 검사도 울지 않고 잘 견뎌내주는 딸을 보며 가슴이 시큰거렸다. (물론 돌고래 초음파 뺨치는 괴성을 질러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시던 선생님이 흠칫 놀라셨다;;)
'많이 컸구나'싶은 마음. 아이가 크는 걸 순간 느끼면 부모는 마음이 시큰거린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도 말을 잘하기로 동네 소문난 우리 딸은, 최근 말 속에 논리와 감성까지 갖추면서 도저히 유치원생이라고 믿기지 않는 어휘를 구사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딸이 내게 말했다.
"엄마, 엄마는 내일도 출근하지요?"
이 질문이, 단순히 엄마가 일을 하러 가냐는 뜻은 아닐 터였다. (아픈 나를 두고)가 생략된, 가슴 아픈 질문이었다. 동그란 눈망울 속엔 스을쩍 원망도 서려 있었다.
"미안해. 엄마는 엄마이기도 한데, 기자이기도 하잖아. 대신 최대한 빨리 일하고 열심히 우리 딸 보러 달려올게. 약속!"
딸은 예상했던 답변을 들었다는 듯 바로 체념하고, 아빠가 보고싶다는 둥(응급센터에는 보호자가 한 명밖에 못 들어가서 남편은 차에서 대기했다), 할머니랑 자고 싶다는 둥, 요즘 왜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자신에게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는 둥, 자신이 코로나 검사를 얼마나 씩씩하게 받았는지 꼭 가족들에게 얘기해 달라는 둥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절대 병원 침대에 눕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그녀를 차마 내려놓지 못햇다. 이제는 17kg의 몸무게가 나가는 우리 딸을 안고 밤을 지새웠다. 그 사이 소변 검사 결과를 들고 온 간호사는 "소변은 아주 깨끗하네요"라며 다행스러운 말을 전해주었고, 초음파 검사 소견을 알려주셨던 의사 선생님은 "항생제를 바꿔서 복용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대책을 마련해주셨다. 한 번씩 열을 재러 오신 간호사는 "열은 안 나네요. 37도 유지되고 있어요. 코로나 검사 당연히 음성일 것 같은데, 그래도 조금 기다려 주세요."라며 나를 또 한 번 안심시켰다.
그 사이 나와 남편은 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가족 중 누구라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회사에 보고하고 출근해선 안 된다는 게 남편 회사의 정책이었다. 나 역시 차장과 부장에게 차례로 전화를 드렸다.
"응, 결과 나오면 결과 보고 출근하자"
당연히 음성일거라는 판단이 서린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침 9시가 넘어서야 '음성' 문자가 띠릭 도착했다.
약을 받아들고 퇴원 절차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온 만신이 쑤시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푹 자고 일어난 딸을 보며 힘을 냈다. 그나마 이런 저런 검사 결과 '정상'이란 답을 얻어오니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재택근무. 여기저기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확인하고, 받아놓은 자료를 검토하고, 기사 가능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보고를 만들었다. 머리는 멍했고,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해야할 일은 해야했다. 미룰수도, 누군가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일들이었다.
아픈 아이와 밤을 새도 출근하는 것, 그게 워킹맘 기자로 사는 내 일상이었다.
새로 받아온 항생제와 유산균이 우리 딸의 배를 안 아프게 해주면 좋겠다. 더불어 나의 마음도 함께 안 아플 수 있길 바란다. 오늘은 좀 푹 잘 수 있길.